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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울 송파에서 하루만에 저 전라도 끝 진도까지 여행하고 돌아온 얘기를 들려드립니다.
무리가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비밀은 바로 얼마전에 개통한 수서역 SRT랍니다.
물론 일전에도 KTX를 이용해서 4개 반 애들까지 데리고 여수 액스포를 하루만에 다녀온 적도 있지만, 그걸 연초부터 준비하고, 당일날 새벽에 아이들 학교에 집합시켜서 버스타고 용산역까지 가고, 여수 엑스포 역에서 기차에서 내려 하루 종일 엑스포 보여주고, 서울로 밤에 돌아와 용산역에서 다시 애들 버스 태워 학교로 돌아와 애들 집에 보내고....지금와서 하는 얘기지만 정말 준비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였었죠....
물론 이번 여행은 4인 가족이 단촐하게 떠나는 것이라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동네'에서 출발해서 '동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그때 용산에서 출발하는 KTX여행과는 물리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 간단 요약
1. 여행일정: 수서역- 목포역[렌터카 수령] - 목포맛집 해남해장국 '아점'식사 - 진도타워 - 운림산방 - 산이배수갑문 - 목포 갓바위 - 유달산 - 청자횟집 민어회 저녁 - 목포역[렌터카 반납] - 수서역
2. 이용교통수단: 택시[집-수서역]+SRT[수서역-목포역]+렌터카[목포시내 및 진도]
3. 비용
(1) 집-수서역 왕복: 8,000원
(2) SRT 비용: 369,200원(4인가족)
① 수서-목포: 46,100원
② 목포-수서: 46,200 [왜 100원 더 비싼지는 .....???]
(3) 렌터카(1일): 165,000원[24시간 기준] - 실제 들어간 비용은 90,000원
- 인터넷 예매 비용이었지만, 현장에서 직원과 얘기하며 이의제기하자 65,000원 환불
- 차량용 LPG 가스 충전하고 남은 가스에 대해 10,000원 환불
(4) 식사비용
① '아점':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목포 맛집 '해남해장국' 1인당 9,000원/ 총 36,000원
② 저녁: 목포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민어회' 2접시: 107,000원[공기밥값 포함]
여행의 흐름도
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교통편 예약이었죠. 예전같으면 예약을 하더라도 KTX를 타기 위해서는 저 멀리 용산이나 서울역까지 가야했겠지만, 지금은 바로 앞 수서역에 SRT가 개통되면서 경부선/ 호남선 여행이 아주 간편해졌습니다.
사실 부산쪽으로 갈까, 목포쪽으로 갈까 하다가, 애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날이 12월 31일이라, 마지막 날 지는 해를 보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싶어 목포쪽으로 방향을 잡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예약할 수 있고, 표도 미리 출력해서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역에 가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참고로... 표 검사가 없습니다. 승무원들이 11개의 역에 정차한 후 돌아보기는 하지만, 표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체크하기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하행선에서도 그랬고, 상행선에서도 그랬고, 표를 가지고 있느냐라는 질문 한 번 받지 않았죠... 물론 그렇다고 무임승차는 안 될 거구요... 승무원들이 아마 좌석을 보고 '변화'가 있는 승객들은 체크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제가 예약한 것은 수서역을 06시 45분에 출발해서 목포역에 09시 09분에 도착하는 SRT 653열차와 목포역에서 20시 30분에 출발해서 수서역에 22시 56분에 도착하는 SRT 666 열차였습니다. 그러니까 수서에서 목포까지는 2시간 24분이 걸립니다. 위에 나와 있는 요금은 물론 일반실 요금입니다.
[새로 문을 연 수서역사의 모습]
[수서발 목포행 SRT 653 열차에 오르기 전 플렛폼에서]
SRT는 일단 KTX에 비해 차체가 좀 더 작지만, 의자간 거리가 훨씬 더 여유가 있어 좋더군요. 물론 어떤 이들은 KTX에 비해 차체가 더 많이 흔들린다고는 하지만, 뭐 그렇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구요....
수서에서 첫 정거장인 동탄까지는 거의 지하로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마치 지하철을 탄 것 같기도 했구요... 지하구간을 벗어나서는 정상적인 운행을 하던데.. 한참을 가서 익산 근처에 가니까 그 때서야 동쪽에서 해가 솟더라구요... 올해의 마지막 해돋이를 보는 것도 꽤나 감상적이더라구요... 그것도 기차안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건물 위가 아니라 저 멀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본다는 것이 말이죠...
[익산 부근을 지날 때 창밖으로 이런 일출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09시 09분 목포역에 도착해서 일단 예약한 렌터카를 찾았습니다. (AJ렌터카/ 061-245-6515 김우중 대리)
인터넷에서 예매할 때는 24시간 미만은 무조건 24시간 기준 비용을 내야만 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165,000원에 예약을 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김대리에게 당일 반납하는 건데 이거 좀 심하지 않냐고 뭐라고 좀 이의제기를 했더니 65,000원을 환불해 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녁 때 반납할 때는 충전한 가스가 많이 남았다고 했더니 그 가스 비용으로 또 10,000원을 환불받아, 결국 소나타급[제가 받은 것은 K5]을 90,000원에 렌트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육지'에서의 렌트 영업은 제주에서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규모가 몹시도 영세해 보였구요... 일도 대리 혼자 다 하더라구요... 카운터 보고, 옆에 있는 주차장으로 가서 차 가져다 주고... 혼자 정신 없이 일하는데, 렌트한 사람들은 더딘 일처리에 살짝 짜증도 나구요..
또 제주에서는 사용 후 연료를 꽉 채워서 반납하라고 하는데, 여기는 차를 다 사용하고 반납할 때 이미 연료가 거의 빈 태로 반납된 차를 인계받아서 사용할 사람이 알아서 연료를 채운 후 사용하고 , 자기도 또 사용 후에 연료가 얼마나 남아 있던지 차를 그냥 반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를 받고 처음 하는 일은 당연히 연료 채우기가 되겠죠...
차를 받고 LPG를 26,000원어치 넣고 처음 간 곳은 아까 렌터카 대리가 추천해준 목포의 맛집이라는 해장국집입니다. [해남해장국/목포시 삼학로 16번길 3/ 061-244-0268]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해장국과는 달리 여기는 감자가 없는 돼지뼈감자탕과 같은 모양이더군요. 아침부터 돼지갈비탕을 먹는 것 같아 좀 그랬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단지... 유명새를 타면서 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돼지뼈를 좀 더 푹~ 끓여서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살이 갈비뼈에서 잘 안 떨어지더라구요... 그리고 렌터카 대리의 말에 따르면, 유명세를 타기 전에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돼지뼈도 어마어마하게 넣어 주었었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그랬습니다.
[목포식 돼지해장국... 1인분 9,000원]
일단 목포를 떠나서 진도부터 보고, 다시 올라오면서 훑어보기로 여정을 잡았습니다.
목포에서 진도로 가려면 유달산 동쪽을 끼고 돌아 서북방향으로 간 후 고하대로를 타고 목포대교를 건너 갑니다. 2012년에 개통된 목포대교는 마치 인천대교를 축소해 놓은 모양이더군요... 아래에 유달산 위에서 찍은 사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영암 금호방조제를 지나 77번 도로로 진도대교를 건너 들어선 진도땅에서 처음 찾은 곳은 진도타워입니다.
다리 건너자 마자 왼쪽길로 접어들어서 꽤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서면 갈 수 있는데, 경치가 참 좋습니다.
타워건물 자체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주차장이나 공원에서 내려보더라도 웬만한 풍경은 다 보실 수 있구요...
진도대교와 그 밑을 흐르는 '울돌목'의 힘찬 물살도 다 보실 수 있습니다. 더욱이 화장실까지 잘 마련되어 있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구태여 건물에 들어갈 필요성을 못 느끼겠더라구요...
[진도타워 주차장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다도해 모습]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장군의 명량대첩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진도타워 전경]
[타워 공원에서 북쪽을 바라다 본 모습. 진도대교와 울돌목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진도쪽 다리 왼쪽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판옥선이 전시 되어 있고, 사진 오른쪽 아래로 돌아가면 '강강술래' 원터가 보존되어 있으며, 강건너 다리 오른쪽에는 전라 우수영터를 돌아볼 수 있다.]
진도에서 꼭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운림산방[[雲林山房]이었습니다. 첨찰산 남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운림산방은 조선 말기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小癡) 허련 선생이 그림을 그리며 지냈던 화실의 이름이라고 하는 것도 와서 처을 알았고, 여기에서 그 후로도 많은 '허'씨 후손들이 그 맥을 이어 화가의 길을 걸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허씨 가문 화가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아 놓은 전시장은 자못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의 운림산방 모습은 1982년 소치의 손자 남농(南農) 허건이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산아래 포근하게 자리한 모습이 겨울에도 운치가 있겠지만,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를 따라 만들어진 네모난 연못 속 작은 동그란 섬에 있는 목백일홍들이 붉은 빛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여름철 이후에 와 보면 더더욱 운치가 있겠다 싶습니다.
[첨찰산 남쪽에 포근하게 자리한 운림산방의 모습. 연못 가운데 목백일홍이 피면 훨씬 아름다운 느낌일 것이다.]
[소치선생이 기거하던 옛 초가집을 재현해 놓은 모습. 돌담위에 우리딸이 정성을 모아 작은 돌탑을 쌓았다.]
목포로 돌아오는 길에 영암금호방조제 공원에 잠깐 차를 세웠습니다. 공원 정상에는 방조제 준공에 맞춰 새워놓은 탑이 있고, 탑면에는 당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박통의 글씨가 있었고...
그런데 여기다 차를 세운 것은 그 기념탑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웅장한 '산이배수갑문'을 보기 위해서였죠. 축구장 5개는 족히 들어감직한 엄청난 크기의 갑문 철구조 위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경치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아 우리가족 모두 차에서 내려 구조물 위를 걸었는데, 그 길이가 400m나 되어 그냥 중간까지 걷다가 그냥 갑문 위 아랫쪽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박통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영암금호방조제 준공탑이 있는 공원과 영암금호방조제의 모습이 뒤로 보인다.]
[산이배수갑문의 2층 산책로... 어마어마한 철골구조가 가히 위압적이다.]
[방조제 안쪽(동쪽)의 풍경. 가마우지들이 떼를 지어 쉴 곳을 찾아 날고 있다.]
방조제를 건너 목포로 돌아오는 길에 네비에 갓바위를 입력하고 길을 찾아 가다가, 익숙지 않은 네비탓에 살짝 길을 잘못들어 대불국가산업단지로 들어 섰습니다. 덕분에 말만 들었지, '대불' 단지가 여기 있는 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땅에 어마어마하게 큰 공장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연말이라 그런지 조금은 썰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영산호를 가로지르는 삼호대교를 건너 입암산 동남쪽 영산강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갓바위를 보러 갔습니다. 몰랐는데, 이 일대는 목포문학관,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자연사박물관, 해양무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집약되어 있는 곳이더군요...
갓바위는 달맞이 공원 남쪽에 영산강쪽으로 삐죽 뻗어 있는 반도 지형의 남쪽 끝 강가에 있습니다. 마치 두명의 삿갓쓴 사람들이 강물속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사람 손이 아니라 자연이 저런 조형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갓바위 주위로 빙둘러 나무데크로 길을 잘 만들어 놨고, 더 좋은 점은 '무료'라는 점입니다.
[영산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두 명의 삿갓 쓴 사람같아 보이는 갓바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목포의 대명사 유달산입니다.
차를 노적봉 주차장[역시 무료!]에 대고, 노적봉-이순신장군 동상-오포대-목포의 눈물 노래비- 달성각 - 유선각- 관운각 - 마당바위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일등바위까지 가야 하지만, 징징거북이 마눌님 탓에 그나마 어르고 달래서 마당바위까지는 왕복했습니다.
이순신장군님 동상앞은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스텝들이 작업 중이라 막아 놓아서 동상 앞에 직접 가 볼 수는 없었지요... 아마 저녁에 목포사람들은 동상 앞에서 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불꽃을 보면서 설레겠죠...
화창하게 날 좋았던 낮과는 달리 목포로 들어선 오후부터는 구름이 잔뜩 껴서 석양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들과 딸, 마눌님까지 모든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한 시간이어서 참 소중하게 기억됩니다.
[노적봉 비와 노적봉의 모습]
[목포~ 하면 당연히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죠... 기념비 주위에는 하루 종일 이난영의 노래가 나와요...]
[예전에는 이 포를 쏘아서 정오(正午)를 알렸다죠? 그래서 오포(午砲)대]
[마당바위의 모녀.... 뒤로 보이는 것이 제1봉인 일등바위. 원래 저기까지 가 봤어야 하는데.... 쩝...]
[마당바위에서 내려다 본 목포대교와 그 너머 다도해의 환상적인 모습....]
[연말을 맞아 목포역 앞 도로는 이렇게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해 놓았다.]
이제 Sight Seeing은 마감. 저녁 먹고 기차타고 집에 가면 오늘 일정이 끝납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간 곳은 목포에 살았던 마눌님 지인이 강력 추천해준 목포항동시장 내에 있는 민어회집입니다.
[청자회집/064-242-0633] 시장 입구에 있는 다른 회집들과는 달리 이 집은 오직 민어회만 취급하더라구요... 무채를 깔지 않은 민어만 담아 내놓는 회 한 접시에 49,000원. 아이들이 얼마나 달게 잘 먹는지 두 접시 시켜 먹고, 밥 시켜서 먹고 나니까 107,000원 나오더군요. 물론 술 드시는 분들은 좀 더 나오겠지요??
[목포 항동시장 입구에 늘어서 있는 회집들]
[아이들이 아주 달게 먹었던 민어회. 부레와 껍질은 따로 마련해 준다.]
이렇게 해서 여유 있게 식사까지 마무리하고 목포역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은 저녁 8시 무렵. 30분정도 시간이 있어 화장실도 다녀 오고, 대합실에 걸려 있는 서예작품도 감상하기도 하고... 애들은 간단한 스넥도 사 먹고...
그렇게 열차시간이 되어 차에 올라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 채 안되었더라구요...
이 정도라면 머나 먼 전라남도지만, 하루에 다녀와도 좋다는 생각 드시겠지요? ^^ 감사합니다.
[민어회로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돌아 온 목포역 앞에서 한 컷]
첫댓글 일일관광으로 다녀오시다니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1박을 하시면 여유가 느껴질텐데 아쉬운 것 같기도 하구, 경제성을 따지기는 좀 그렇지만......,
덕분에 목포, 진도 여행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애들 크니까 다 자기 일들이 있어서 고육지책으로 그리 됐어요...^^ 그래도 운전 안 하고 다녀오니까 피곤하지도 않더라구요...
알찬 여행을 하셨네요
더구나 4인가족 모두 함께한 여행이어서 뜻깊었네요
단란한 가족 행복한 가족
참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