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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1시쯤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났다. 비가 세차게 내렸는데도 목이 따가웠다. 마을 주민 가모(72·여)씨는 “쇳가루와 먼지 때문”이라며 “평소 창틀과 담벼락에 손을 갖다대면 시커멓게 변한다”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흙을 채취해 흰 종이에 올린 뒤 밑에서 자석을 움직이니 흙에서 분리된 검은색 가루가 자석의 움직임을 따라 모양을 그리며 이동했다. 심석용 기자
마을에서 흙을 채취해 흰 종이에 올린 뒤 자석을 갖다 댔다. 흙에서 분리된 검은색 가루가 자석의 움직임을 따라 모양을 그리며 이동했다. 흙 속 금속 성분이 자석과 반응했다. 이교운(59)씨는 “오늘은 비가 와서 덜한 편인데 비가 오지 않는 날은 흙 속에 쇳가루가 더 많이 묻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사월마을 주민들은 1992년 마을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서면서부터 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마을 옆에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를 수도권 매립지로 운반하는 도로인 드림파크로가 있다. 여기에 마을 인근에 순환 골재 등 폐기물 처리업체를 비롯해 여러 공장이 들어오면서 쇳가루와 비산먼지가 심해졌다고 한다. 사월마을 내 상당수 주택은 공장들과 인접해 있다.
사월마을 환경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마을에 사는 200여명 중 대부분은 쇳가루와 먼지로 건강상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 중 60% 정도가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 등을 앓아왔고 20여명에게 집단으로 암이 발병했고 주장해왔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권순복(73·여)씨는 “몸이 자꾸 가려워서 병원에 가보니 집 근처에 쇳가루를 날리거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 있는지 물어봤다”면서 “나를 비롯해 많은 주민이 피부병, 갑상선 질환 등을 겪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장선자(63)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장도 “피부, 기관지 질환은 물론이고 소음과 악취로 이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면서 “마을에 아이들이 10명 정도 있는데 안 좋은 게 누적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서구청에 쇳가루와 먼지 관련해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2017년 환경부에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2017년 12월부터 1·2차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주민들은 순환기계 질환과 내분비계 질환 등 증상을 건강자료에 적어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