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리스마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은발을 날리며 지휘하는 카라얀의 뮤직비디오를 본 일이 있는지. 그의 별명은 '마술사' 였다. 오케스트라 단원과 청중은 그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최면에 걸린 듯 옴짝달싹 못하고 빨려들어간다.
카라얀과 인터뷰했던 '보그' 지 기자 메리 로블리는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올림푸스 산을 내려온 제우스신을 만나는 님프가 된 기분이었다" 고 고백했다. 카리스마는 종종 '독재' 와 혼동되지만 진정한 카리스마는 기대고 싶은 마음, 즉 존경심에서 우러나온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목소리 자체보다 자태와 연기력으로 20세기 최고의 '디바' 로 자리매김했다. 발성으로만 본다면 같은 시기의 레나타 테발디가 한수 위로평가받았지만 테발디에겐 칼라스의 카리스마가 없었다.
에게해에서 건져올린 그리스 여신상을 떠올리게 하는 수려한 용모와 뚜렷한 이목구비, 무대로 걸어나올 때부터 눈빛과 엷은 미소로 관객의 호흡을 멈추게 하는 무대매너는 다른 성악가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무기' 였다. 그녀가 무대에 서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객들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카리스마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절대적 권위도 연습 부족 앞에서는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분위기 묘사로 몰아가는 카라얀의 환상적인 지휘나, 다채로운 역할과 목소리를 구사해낸 칼라스의 목소리도 피나는 연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카라얀이나 칼라스는 모두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 음악가의 이런 카리스마는 종종 정치적 지도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음악감독 시절 구동독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떠올랐고, 폴란드의 초대 총리로 추대된 얀 파데레프스키는 명 피아니스트 출신이었다.
[무대의 심리학]
2. 음악가는 내성적?
음악가들은 대체로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심각한 표정을 짓거나 부끄러움을 타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는 용기와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혼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을 뿐이다. 어릴 때부터 연습실에서 긴 세월 동안 혼자 악기와 씨름해온 음악가들은 고독한 환경에 익숙해져 독립심.개성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유년시절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별종'취급을 받아왔다. 때로는 냉정하고 고집이 세고 거만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연주자보다 작곡가들이 더 심하다. 또 악보를 외우고 악상을 떠올리는 작업은 자기 내부의'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가장 이상적인 음악감상의 유형으로 분류했던'구조적 감상'은 내성적인 성격에 잘 어울린다. 여성 못지 않게 남성 음악가도 감수성이 매우 예민하다. 신경과민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16세 때 파리 유학 콩쿠르에서 고배를 마신 후 몇달 동안 정서불안에 시달리다 신비주의 종교에 빠지기도 했고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악기별로 성격이 약간씩 다르다. 악기를 선택할 때부터 연주자의 성격.성별이 큰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내에서의 악기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아노.현악기 주자에 비해 음악공부를 늦게 시작해도 되는 성악가와 관악기 주자들은 비교적 외향적 성격이다.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 연주자들은 연습 때 농담을 즐겨하는 편이다. 현악 주자들은 이들을 가리켜"약하게 연주하는 법을 모른다" "머리가 나쁘다" "매너가 거칠다" "연습 분위기를 망친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관악기 연주자들은 현악기 연주자들에 대해"유머 감각이 없다" "자존심이 너무 세다" "욕구불만 투성이" "너무 여성적이다"라고 말한다. 관악기는 대부분 독주 악기라 연주 도중 실수할까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에 반해 현악기 주자들은 실수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소리에 파묻혀 잘 들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거야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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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휘자의 리더십 지휘자는 악기가 없는 음악가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다니엘 바렌보임.정명훈(피아노), 네빌 마리너.베르나르드 하이팅크.로린 마젤(바이올린),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비올라), 주빈 메타(더블 베이스), 콜린 데이비스(클라리넷) 등 연주자 출신이 많다. 제스처와 말을 통해 단원들에게 작품에 대한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얻어진 수많은 경험과 풍부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휘자는 작곡가의 영혼을 무대 위로 불러내는 무당이며, 오선지 위의 음표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술사다.
한 성스러운 음악회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 쇼의 주인공이다. 관객이 지휘 동작을 보면서 즐거워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센세이셔널한 몸짓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게 지휘의 전부는 아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젊은 지휘자에게 주는 십계명'에서 이렇게 말했다."지휘할 때 땀을 흘려서는 안된다. 뜨겁게 달아올라야 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청중이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탁월해도 이를 적절한 비유와 제스처로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연주 때와 달리 리허설 중에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몸짓과 표정.동작으로 전달하는 섬세한 표현이 더 중요하다.
리허설을 잘 꾸려나가는 능력도 훌륭한 지휘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오케스트라 연습에서만큼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경우도 없다.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해석을 요구하려면 특별한 노하우와 수완이 필요하다. 더구나 오케스트라는 개성과 자존심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주자들의 집합체인데다 다른 지휘자들과 다양한 방식의 해석과 연주를 해온 앙상블이다.
연습을 활기있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지휘자의 몫이다.
지휘자와 단원 간의 합의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케스트라는 잠재적 가능성을 십분 발휘하지 않고 단순히 음표만 나열할 뿐이다. 그만큼 탁월한 설득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 못해 따라가는 것보다 열성적인 참여가 좋은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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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악보 외우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는 1841~42년 시즌 베를린에서 4개월여 동안 21회의 독주회를 열었다. 프로그램에 오른 작품 80곡 중 50곡은 암보(暗譜)로 연주했다. 악보 없이 무대에 서기로 유명한 사람은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다. 그는 첫 미국 순회공연에서 1백39회의 공연 도중 단 한번도 악보를 보지 않았다.
1865년 뮌헨에서 바그너의 오페라'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초연할 때도 악보를 치워버렸다. 그가 후배 지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 들려준 충고 한 마디."악보에 머리를 쳐박지 말고 머리에 악보를 넣어라." 현대음악의 초연이 아니라면 리사이틀이나 협연 때 독주자가 악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칸타타.오라토리오에서는 몰라도 오페라에서 주역 가수가 악보를 들고 노래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악보를 잘 외우는 것은 곧 음악적 능력과 직결된다. 짧은 가요나 동요를 외워 부른다면 모를까 2시간 동안 복잡한 음악을 음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연주해내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하지만 악보를 외워 연주한다고 해서 음악가들의 기억력이 유별나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프로 기사들이 바둑을 척척 복기(復碁)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음에 돌이 갈 만한 위치는 불과 서너개 밖에 안된다. 특정한 작곡가나 스타일로 된 음악이라면 쉽게 외울 수 있다. 어차피 음악은 확률 게임이다. 음악가들은 악보를 각각의 음표가 아니라 음계나 화음 진행 등 프레이즈로, 낱개가 아니라 덩어리로 대뇌에 입력한다. 악보 없이 연주하면 음악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훌륭한 음악이 나온다는 법은 없다. 특히 지휘할 때는 세부사항을 꼼꼼히 파악하지 않고 주선율만 외운 다음 대충 박자만 맞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보 없이 지휘하다 보면 작곡가의 의도에서 벗어나기 쉽고 지휘를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는, 지휘자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의 경고도 귀담아 들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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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리허설 모차르트.쇼팽에서 안톤 루빈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명피아니스트들의 첫 스승은 대부분 부모나 누이 등 가족이었다. 어릴 땐 곁에서 보살펴주며 연주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연습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선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주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하면서 보낸다. 음악대학에서 실기 수석을 차지한 21세의 음악도가 어릴 때부터 연습에 투자한 시간을 추산해 보니 1만여 시간이라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연습량이 많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연습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어려운 음을 반복해 연주하거나 틀리는 음을 방치하는 것은 좋은 연습방법이 아니다.한 두 개의 음을 계속 연습하면 음악의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안되고 틀리게 연주하면 부적절한 패턴의 동작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안되는 부분을 원래 속도보다 느리게 연습한 다음 점점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어려운 곡 하나만 계속 붙들고 늘어지면 연습 효과만 떨어질 뿐이다. 다른 곡을 연습하다가 되돌아오면 의외로 잘 풀린다.
리허설이 너무 완벽해도 실제 연주에서는 맥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최고의 연주는 무대에서 보여줘야 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연습 자체가 즐겁지만 직업 연주자들은 연주에 더 신경을 쓴다. 리허설은 글자 그대로'다시 듣는다'는 뜻이다. 같은 뜻으로 프랑스에선'반복', 독일에선'실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리허설을 좋아하는 연주자는 없다. 아무리 잘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연습을 재미있고 신명나게 만드는 것은 지휘자의 몫이다. 단원들은 말 많은 지휘자를 가장 싫어한다.'입이 아니라 스틱으로 지휘하라'는 말도 있다. 연습 도중 음악을 중단할 때는 분명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동기 부여가 없는 지겨운 반복은 똑같이 무미건조한 음악만 만들 뿐이다. 연습을 좀 늦게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끝나는 시간만큼은 정확해야 한다.예고도 없이 연습 종료시간을 넘기면'무언의 시위'가 벌어진다. 벽시계와 지휘자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사람, 악보를 덮어버리는 사람, 다리를 꼬고 연주하는 사람,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게 연주하는 사람…. 지휘자 유진 오먼디는 이렇게 충고한다.
"리허설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리허설은 위험하다.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잃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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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현악 4중주 현악4중주단은 단원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나가는 자치(自治) 조직이다. 지휘자의 간섭이 싫어서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않고 실내악단을 결성한 연주자들이다. 곡목선정.연주 스타일 등 음악적 문제는 물론이고 연주여행 계획을 짜고 연주료를 나누는 것도 직접 맡아서 한다. 해외 연주여행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를 둘 만큼 유명 악단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연습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연이 없는 날엔 보통 여섯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연습을 한다.
한 명이라도 몸이 불편에 자리에 드러누우면 연습을 할 수 없고 연주도 취소해야 한다. 독주자 못지 않은 연주기량을 갖춰야 하지만,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독주자 기질은 내세우면 곤란하다. 현악4중주를 가리켜'결혼'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명의 배우자와 사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세 명과 호흡을 맞춰야 하니 오죽 어렵겠는가. 음악원 동창이나 가족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4중주단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제1바이올리니스트는 현악4중주의 '얼굴'이다. 돋보이는 선율을 도맡아 연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적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해서 자신의 의견만 고집해선 안된다.
현악4중주에서 가장 교체가 빈번한 파트는 제2바이올린이다. '세컨드 피들'이란 말이 단역(單役) 이란 뜻으로 쓰일만큼 제1바이올린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그만큼 나머지 단원들이 제2바이올린 주자의 음악적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의견충돌이 두려워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를 꺼리는 단원이 있다면 음악적 발전은 포기해야 한다. 물론 리허설 때 음악적인 문제로 토론을 벌이는 시간이 실제 연습하는 시간보다 길다면 문제가 있다. 실내악에선 연주 못지 않게 연습 자체를 즐겨야 한다. 의견 충돌이 생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결정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냉각기간을 갖는 것. 이른바 타임아웃 전략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실제 연주에 적용시켜 보는 방법도 있다. 연습이나 연주 때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나머지는 철저히 사생활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래서 연주여행을 하면서 숙식을 따로 하는 4중주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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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거장들의 연주 어려운 작품을 완벽한 기술로 소화해내는 연주자를 보면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제2의 창작'인 해석의 차원으로 진입하려면 악보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재현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렇지 않다면 음악대학은 문을 닫아야 하고 음악회에도 갈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 악보를 입력하면 어떤 소리든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터치와 박자가 정확해도 이는 재미없고 무표정한, 음표의 기계적 나열일 뿐이다. 뭔가 생동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장들의 연주가 감동을 주는 것은 악보에 담겨 있지 않은 음악적 표현이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같은 작품으로 수많은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해석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평범하고 밋밋한 연주로는 악보의 이면에 담긴 거시 구조를 담아낼 수 없다.명연주란 단순한 테크닉 차원을 넘어서 강약.음높이.음색.빠르기 등을 조절해 실타래처럼 얽힌 작품의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음악평도 결국 연주자의 해석이 작품의 논리에 부합되는지를 따져 묻는 작업이다. 피아니스트들은 악구의 끝부분에 이르면 '점점 느리게(rit.) '라는 악상기호가 없어도 속도를 늦추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단락의 출현을 예고하는 무의식적인 표현 수단이다. 또 여러 개의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경우에도 선율 파트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음보다 0.2~0.5초 더 빨리 연주한다. 컴퓨터로 현악4중주곡을 연주하면 각 악기의 선율이 명료하게 들리지 않는다.
극단적인 템포 루바토나 과장된 해석이 연주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 음반산업이나 매니지먼트사에서 이러한 '일탈'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은 지휘자에 따라 연주시간이 짧게는 71분, 길게는 99분까지 걸린다. 하지만 해석의 자유도 작품의 논리를 벗어나면 설득력을 잃고 음악과 관련없는 볼거리로 전락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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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케스트라 여성 단원 최근 내한한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여성 단원이 6명뿐이다. 그것도 하프와 제2바이올린을 제외한 파트에는 단 한 명도 없다. 빈필하모닉은 1997년 창단 1백5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하피스트를 정식 단원으로 받아들였다. 빈필은'출산에 따른 휴직기간 중 연주기량이 저하된다''여성의 체력으로는 리허설이나 콘서트.연주여행에서 오는 과로를 견딜 수 없다'는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여성의 입단을 미뤄왔다. 사상 최초로 여성 단원을 받아들인 것은 1913년 영국 퀸즈홀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30년, 보스턴 심포니는 41년, 뉴욕필은 66년에 차례로 금녀(禁女) 의 벽을 허물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백년사에서 거쳐간 단원 8백50명 중 여성은 43명(5%) 에 불과했다. 미국 5대 교향악단의 여성 단원은 88년까지만 해도 1백명(19.4%) 을 넘지 않았다. 요즘엔 미국 교향악단에서 신입단원 선발 때 1차 오디션에서는 남녀.인종 차별을 막기 위해 커튼 뒤에서 연주하도록 한다. 최종 오디션까지 커튼을 사용하는 교향악단도 3개나 된다. 덕분에 여성 단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뉴욕필은 1백10명 중 여성이 35명(31.8%)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1백1명 중 20명(20%) 이 여성이다.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제외한 미국의 지방 교향악단은 여성 단원 비중이 대부분 50%를 넘는다. 하지만 독일과 동구권에서는 여전히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83년 당시 24세의 여성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는 지휘자 카라얀의 추천으로 베를린필의 수석주자로 입단했으나 단원들의 반발로 얼마 못가서 물러나고 말았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단원 1백73명 중 여성이 23명(13%) 에 불과하다. 우리의 경우 수도권 10개 교향악단의 여성 단원 비율은 평균 66%. 가장 높은 오케스트라는 부천시향으로 89%(65명 중 58명) . 가장 낮은 KBS 교향악단(48%.1백8명 중 52명) 을 제외하면 모두 여초(女超)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여성 단원의 비율이 10% 미만일 경우엔 별 문제가 없지만 점차 높아질수록 앙상블 능력이 저하되고 다수 집단(남성) 과 소수 집단(여성)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싹트며, 이 비율이 40%선을 넘어서면서 다시 앙상블 능력이 좋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면 현저한 '여초'현상을 보이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은 어떤지 궁금하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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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