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은 2011년부터 시행된 법으로서 지방세의 감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종전 지방세법상의 비과세와 감면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단체의 감면조례에 있던 사항들을 모아서 지방세특례제한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종전 지방세법상의 비과세․감면과 지방자치단체의 감면조례에 의하여 운영되었던 감면사항이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단순하게 물리적으로만 합해지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즉, 비과세는 과세요건 중의 1개 이상을 제외하여 처음부터 납세의무가 성립되지 않도록 한 것이고 감면은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된 것을 별도의 행정처분에 의하여 면제하는 것으로서 그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법률에 조문만 단순하게 합하여 놓았기 때문에 감면요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상의 감면규정을 보면 인적요건을 둔 것도 있고 두지 아니한 것도 있다. 또한, 물적요건도 수익사업․임대사업시 감면배제요건을 둔 것과 두지 아니한 것이 있다. 이렇게 감면요건을 달리 규정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다. 성격을 달리하는 비과세에 관한 규정이 감면규정으로 흡수통합되면서 그대로 조문을 옮겨 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요건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해석은 동일하게 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감면요건에 관한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감면요건에 관한 이론이 없다보니 감면에 관한 법규정을 일정한 기준이 없이 만든 결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방세감면에 관한 이론의 정립이 필요하고 그에 맞추어 지방세특례제한법도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세요건론과 지방세의 감면
과세주체와 납세자간에는 끊임없는 조세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진다. 조세법률관계는 조세요건사실의 발생단계, 조세요건의 충족단계, 조세요건 충족의 확인단계, 조세법률효과의 발생단계, 조세법률효과의 실현단계로 이어진다. 이러한 조세법률관계의 형성단계는 다시 부과, 징수, 소멸, 구제, 처벌의 5개 구조로 되어 있고 각각 5단계의 절차를 거쳐서 조세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진다.1) 이 5개의 구조 중에서 지방세의 감면은 소멸구조에 포함된다.
조세소멸구조에서도 소멸요건사실이 있다. 즉, 소멸요건사실을 소멸과세권자, 소멸납부의무자, 소멸물건, 소멸귀속관계, 소멸소속관계 등 다섯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요건사실이 충족되면 이를 확인하여 소멸효과가 발생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단계는 없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의 감면은 과세요건 사실의 1개 이상을 배제하여 처음부터 납세의무가 성립되지 않도록 하는 비과세와 달리, 조세법률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성립되거나 확정된 것을 과세관청에서 별도의 행정처분을 함으로써 납부의무가 소멸하는 것이다.3) 즉, 과세요건사실이 충족되어 납세의무가 성립된 것이나 납세의무자 또는 과세권자가 확정한 납세의무를 과세관청이 행정처분에 의하여 납부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함으로써 소멸하는 것이다.
따라서 납부의무소멸사유에 과세관청의 ‘감면처분’이 추가되어야 하며, 조세소멸효과의 실현단계도 없는 것이 아니라 ‘감면통지’가 추가되어야 한다. 실현단계에 감면통지를 추가하는 이유는 지방세의 경우 과세관청이 감면처분을 한 이후에 감면통지를 함으로써 그 효과가 실현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취득세나 등록면허세의 경우 세금을 감면받았다는 확인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만 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세관청에서 별도의 감면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지방세감면요건론의 필요성
지방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과세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듯이, 지방세의 납세의무가 감면되기 위해서도 일정한 감면요건이 필요하다. 조세소멸사유로서 제척기간의 만료, 소멸시효의 완성, 충당, 납부 등을 들고 있으나 납세의무가 성립되거나 확정된 이후에 별도의 행정처분으로 납부의무를 소멸시키는 ‘감면’도 소멸사유에 해당한다. 앞의 네 가지 소멸사유들은 비교적 간단하게 납부의무가 소멸한다. 그러나 감면은 복지나 경제정책적 목적을 위해 납세의무가 성립된 후에 사후적으로 감면처분을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 요건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감면요건은 입법론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해석론적으로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지 아니하여 일정한 기준이 없이 입법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법령을 해석함에 있어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사항을 임의로 요건에 포함하여 해석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영유아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하기 위하여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취득세를 면제하면서 부동산 취득일부터 1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당해 용도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면제된 취득세를 추징하는데, 조세심판원에서는 “직접 사용”이란 부동산의 취득자가 영유아보육시설의 운영자로서 그 취득한 부동산을 보육시설에 사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규정에 없는 인적요건을 포함하는 혼란을 초래하였다. 이에 반하여 유료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취득한 부동산을 그 용도에 직접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항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직접 사용”의 의미는 당해 재산의 용도가 직접 그 본래의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그 사용의 방법이 부동산 소유자 스스로 본래의 용도에 제공하거나 제3자에게 임대 또는 위탁하여 그와 같은 용도에 제공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직접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을 보면 종전의 비과세에 해당되었던 조문과 감면에 해당되었던 조문을 단지 물리적으로 옮겨온 탓에 그 내용이 확연히 대비되어 나타난다. 종전의 비과세에 해당되었던 종교단체에 대한 감면규정을 보면 “종교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과세기준일 현재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 면제한다. 다만, 수익사업에 사용하는 경우와 해당 재산이 유료로 사용되는 경우의 그 재산에 .......... 대하여는 면제하지 아니한다”라 되어 있다.7) 한편 감면에 해당되었던 기업부설연구소에 대한 감면규정을 보면 “과세기준일 현재 기업부설연구소용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재산세를 면제한다”로 되어 있다.
앞의 두 개의 감면규정을 비교해보면 전자는 종교단체라는 인적요건이 있고, 후자는 인적요건이 없다. 그리고 종교단체의 경우 “수익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해당 재산이 유료로 사용되는 경우”를 감면배제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기업부설연구소의 경우에는 이러한 배제내용이 없다. 전자의 경우에 반대해석을 하면 타인의 재산이라 하더라도 종교단체가 무료로 사용하면 감면이 되고, 유료로 사용하면 감면이 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기업부설연구소의 경우에는 타인의 재산이라 하더라도 유료사용이나 무료사용 모두 감면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입법적으로 기업부설연구소의 확충을 위한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이렇게 감면조문을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최근의 지방세당국의 유권해석을 보면 자회사가 무료로 부동산을 기업부설연구소에 사용하는 경우에도 부동산 소유자가 기업부설연구소에 사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재산세 감면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세 감면에 대한 감면요건론을 이론적으로 정립함으로써 입법을 함에 있어서 감면요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기준을 제공하게 되고, 또 세법해석을 함에 있어서도 감면요건에 없는 사항을 요건에 포함시켜 해석하는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 즉, 감면하고자 하는 사항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감면요건사실별로 분명하게 규정함으로써 납세자나 세무공무원들이 감면요건을 이해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감면요건론에 따라 법규정을 해석함으로써 법해석의 통일된 기준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감면요건론의 정립에 관하여
조세부과요건은 조세의 부과효과를 성립시키는 조세부과요건사실로서 모든 세목에 공통되는 요건사실의 총체를 말한다.10) 그렇다면 지방세 감면요건은 지방세의 부과효과를 없애는 효과를 성립시키는 요건사실의 총체로 정의할 수 있다. 몇 개의 감면요건사실들이 모여서 감면요건이 되며, 이 지방세 감면요건에 관해서는 「감면요건사실의 6요소」를 생각할 수 있다. 6요소의 내용은 ① 감면권리자, ② 감면의무자, ③ 감면물건, ④ 감면귀속관계, ⑤ 감면과세표준, ⑥ 감면세율이다.
이렇게 감면요건사실을 6개요소로 구성하고자 하는 것은 성립된 납세의무를 면제시키기 위해서 납세의무의 성립요소인 「과세요건」과 대응하여 감면요건을 정립하는 것이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의 감면은 납세의무자의 측면에서는 권리로 나타나고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의무로 나타나기 때문에 “납세”가 의무인 반면, “감면”은 하나의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권리의 하나인 감면이 어떠한 요건사실들을 충족함으로써 형성되어지는 가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6개의 감면요건사실을 충족함으로써 납세자에게는 감면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성립하고 과세관청에서 감면처분을 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감면권리자는 과세요건사실에서와 반대의 개념으로 나타난다. 즉, 과세요건에서는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이지만, 감면에 있어서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는 과세요건에 있어서의 납세의무자이다. 즉, 감면요건사실에 있어서 감면권리자는 과세요건에 있어서 납세의무자, 감면의무자는 과세요건에 있어서 과세권자와 동일한 것이다. 감면권리자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적극적 감면권리자와 자격요건없이 납세의무 소멸효과만 귀속되는 소극적 감면권리자로 구분할 수 있다. 감면의무자는 지방세의 감면처분을 해 주어야 할 자로서 과세관청을 말하며, 지방세를 부과하는 과세관청이 된다.
감면물건은 일정한 사실로서 납세의무성립사실, 행위사실, 해당사실이 있다. 감면은 일단 과세요건을 충족하여 성립되거나 확정된 납세의무를 사후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납세의무가 성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납세의무성립사실이라 한다. 행위사실은 특정용도에 사용하기 위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취득행위나 재산을 특정용도에 사용하는 사용행위를 말한다. 행위사실과 관련해서는 고유업무에 사용하는 경우에 감면하거나, 수익사업이나 임대사업에 사용하는 경우의 감면배제요건을 두고 있다. 이러한 행위사실과 관련된 요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어떻게 다르게 취급하고, 입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입법을 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여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해당사실은 관정시설이나 농기계류 감면 등과 같이 감면대상을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자에 대한 특정한 자격요건을 두지 아니하고 재산 그 자체를 감면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특정대상에 해당하는 사실만 있으면 된다. 감면귀속관계는 감면권리자와 감면물건의 귀속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재산을 감면용도에 사용하는 경우에 귀속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납세의무성립사실은 해당 재산의 소유자와 결합되고, 행위사실은 감면대상을 감면용도에 직접 사용한 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감면과세표준은 감면물건을 계량화한 것으로서 종가감면과세표준과 종량감면과세표준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금액으로 계량화 된 것이며, 후자는 건수 등으로 계량화 된 것이다. 특히 지방세가 중과세되는 것을 감면할 경우에는 중과세율로 한 것을 감면과세표준으로 할 것인지, 일반세율로 계산한 것을 감면과세표준으로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감면세율에는 정율감면세율, 정액감면세율, 문장감면세율이 있다. 정율감면세율은 100분의 75 등과 같이 율로 정해지고, 정액감면세율은 고지서 1장당 1,000원 등과 같이 금액으로 정해진다. 문장감면세율은 면제, 소액징수면제, 면세점, 과세면제, 미납세반출 등과 같이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계량적인 측면에서 효과는 100% 감면과 동일하다.
맺는 말
이상에서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의 제정 경위와 문제점, 그리고 감면요건의 필요성과 그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지방세감면요건사실에 관하여는 「감면요건사실 6요소」로 정리하였다. 감면도 조세소멸의 하나이기 때문에 조세소멸요건론으로 논의할 수 있으나, 납부·충당·취소·감면·제척기간경과·소멸시효완성 등의 여러 가지 조세소멸태양 중에서 감면에 관하여 논의하는 것이므로 감면요건론으로 좁혀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소속관계는 감면권리·의무가 성립된 이후에 감면권리자와 감면의무자가 결합되어 감면신청을 하고 감면처분을 하는 절차적 사항이므로 요건사실에서는 제외하였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은 2010년까지 시행되었던 지방세법상의 비과세, 감면, 지방자치단체의 감면 사항을 모아서 만든 법률이다. 그러나 성격이 다른 비과세와 감면을 한 곳에 모으면서 조문형식이나 내용은 종전과 동일하게 규정하였다. 감면요건이 조문간에 상호 다름에도 불구하고 법령의 해석은 동일하게 해서 납세자와 과세관청간에 다툼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관된 논리에 따라 지방세특례제한법을 입법하고 해석하는 감면요건론에 관하여 정리해 보았다. 앞으로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이러한 감면요건론에 따라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