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하시는 교정 선생님의 갑작스런 사고로 치료 받고 있던 환자들이 마땅히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할일을 할뿐인지라 제가 모두 저희 병원으로 오게 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무난히 마무리를 할 수 있었지만 이 경우는 비대칭과 부정교합이 심하게 나타나있는 상태였습니다.
성장이 왕성한 시기여서 더욱 악화되리라는 것을 예상되는 경우였습니다.
언제나 교정의사로서 가장 결정하기 힘든 경우였죠.
이대로 두었다가 성인이 되어서 수술을 시키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 치료를 해서 조금이라도 좋아지도록 해야 할까?
아이는 좌우측 비대칭이 단순히 뼈의 길이 문제보다 근육과 뼈의 두께도 문제가 되는 경우라서 만일 성인이 되어서 수술을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맡겨드리고 그냥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주어진 일이 교정과 의사로서의 일이니 그 일을 그냥 성실히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4년에 거쳐서 치료를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고맙게도 아이도 열심히 병원을 다니고, 힘든 밤일을 하시면서도 어머니는 가끔 들러주셔서 아이의 치료를 물어보시러 병원에 눈을 부비며 오시곤 했습니다.
제 치료의 덕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임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처럼 이 아이의 성장도 그리 나쁘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치료를 마무리 하면서 여전히 한쪽 얼굴이 다른 편보다는 큰 편이었죠.
치료에 충분히 만족할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교정 치료의 한계를 느끼게 합니다.
묻혀있는 사랑니를 이용하는 치료라서 아직도 끝났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아이도, 어머니도, 그리고 저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성실히 했기때문에 너무나 훌륭하진 못한 결과지만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교정치료의 한계를 느끼며, 좀 더 잘할 수 있는 날을 위해서 그냥 열심히하려 합니다.
흩어진 머리를 동여매고 밝게 웃어주는 아이에게 고마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