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제주는 장마철로 접어들었습니다.
간밤엔 정말 사정없이 퍼부었습니다.
장마가 물러갈 때 쯤, 해군기지도 함께 물러가게 되길 바래봅니다.
윤흥길의 소설 '장마' 처럼 갈등과 상처들도 함께 씻겨나가길 바래봅니다.
해군기지 공사정문은 여전히 봉쇄 중입니다.
바다에 있어야 할 노란 오탁방지막이 여기에 있습니다.
어제 오늘도 아니고 파손된지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대로 입니다.
즉각 보수를 하지 않는 걸 보니
바람과 파도 탓에 오탁방지막이 무용지물이라는 걸 그들도 아는 모양입니다.
누군가 구럼비 해안을 찾아오는 돌고래들을 그려습니다.
이 오탁방지막들 때문에 돌고래들도 길이 막혔습니다.
해군은 사람들의 올레길 만 마음대로 바꾼게 아니라 돌고래가 다니던 바닷길도 지멋대로 바꾸어버렸습니다.
강천천 옆 해군기지본부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정문이 막히면 이곳으로 공사 차량이 드나듭니다.
이 두 곳만 막으면 공사는 올스톱입니다.
세월 좋습니다.
은어낚시를 즐깁니다.
윤대녕의 소설 '은어낚시통신'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본래 살던 하구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다.
은어는 죽음으로써 은어를 낳는다.
'나'는 죽음으로써 '나'를 낳는다."
강정천을 따라 은어 구경을 하면서 내려가면 '묏뿌리'가 나옵니다.
그 옆엔 우리들의 '멧뿌리 전구'가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엔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아 오히려 좋다고 합니다.
펜스 바로 뒤엔 해군들의 사업본부가 있는데 말입니다.
해군님들! 혹, 전기선 하나 넣어 줄 아량은 없어신지.
해안을 따라 구럼비로 갑니다.
'참여연대'동무들이 찾아왔습니다.
"참여연대는 평화를 사랑하는 강정주민들을 지지합니다."
'할망궁 전구' 주위도 빗물로 가득합니다.
해군이 만들어 놓은 배수로가 어떨지 살피려 갑니다.
역시나 입니다.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흙탕물과 오염물질을 한 곳으로 집중적으로 흘러가게 만들었군요.
하필이면 '진소깍' 입니다.
보란듯이 '진소깍'에 모여 있습니다.
누군가 봐주길, 누군가 기억해 주길 기다린 듯,
모여 있습니다.
구럼비로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공우수면과 접한 공사장 일대 다섯 곳의 배수시설도 마찬가지 입니다.
형편없습니다.
여긴 그들이 정한 '붉은발말똥게' 보호구역입니다.
그래도 마찬가지 입니다.
간밤의 그 폭우를 뚫고 기어코 크레인 몸체가 들어왔습니다.
전기도 나가고, 이 폭우에, 설마하며 자리를 비웠는데 기어코 들어왔습니다.
이참에 크레인에 대한 공부도 합니다.
"크레인(Crane)은 하이드로 크레인과 크로라 크레인으로 크게 나뉜다.
하이드로 크레인(Hydraulic Crane)은 ; 트럭 위에 Telescopic Boom을 장착하여, 붐 조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기동성이 좋아 산업 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안전성을 위하여 하부에 작키도 달려 있다.
전국의 도로를 주행할 수 있고 수량도 많아 일반적으로 크레인 하면 이 하이드로를 인식하게 된다.
크로라 크레인(Crawler Crane)은 ; 하부가 무한궤도로 탱크바퀴 같이 Caterpillar 바퀴에 상부는 Lattice Boom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붐 길이는 용도에 맞게 중간 붐을 연결하여 사용한다.
안전성과 견고함으로 지반 기초건설에서는 제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비다."
이 놈은 '게다 크레인'이라는 군요,
"크로라 크레인(Crawler Crane)은 게다 크레인이라고도 부르며, 하이드로 같이 여러 종류로 구분하지 않고,
무한궤도인 크로라에 Tubular Boom을 장착하고 중간 붐인 3m, 6m, 9m를 용도대로 조립하여 작업을 하는
건설용 크레인이다. 소형은 앵글 붐도 있고 극소수이긴 하나 Telescopic Boom도 있다.
작업 시에 각도가 안나오면 Top Boom 상부에 Jib Boom을 설치하여 작업을 한다.
성능별로 구분하자면 기계식과 유압식이 있고 하부는 유압식 상부는 기계식도 있다.
용도별로 구분하면 인양을 중점으로 제조된 Lifting Crane과 기초건설용으로 제작된 Heavy Duty Crane으로 구분도 한다.
크로라 크레인의 단점은 이동할 때 운송수단으로 Low Bed Trailer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크로라 크레인이 건설현장에서 주로 하는 작업은 Hook Service, Clamshell, Dragline, Sheet Pile,
Slurry Diaphragm Wall, Magnet, Pile Driver, Auger, Oscillator, Hammer작업 등등 다양하여
건설기계의 제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정말 큽니다.
나름 큰 '정진도'가 작게 보입니다. 하긴 배가 크지 키가 큰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물러설 우리가 아닙니다.
크레인 몸체 합체를 막습니다. 트랜스포머
지들이 따로따로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요. 고철덩어리일 뿐이지요.
공사 진도만 걱정하는 정진도는 죽을 맛이겠지요.
틈만 나면 공사장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붉은발말똥게 그리고 어제 새로 발견된 맹꽁이를 찾아다닙니다.
어찌압니까. 전혀 새로운 종을 발견할지요, 갈라파고스의 찰스 다윈 처럼 말입니다.
물론 이런 제주스럽지 않은 돌들에게도 말을 건넵니다.
이곳에선 저항도 필요하지만 상상력도 필요합니다.
붉은발말똥겝니다. .
이제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아주 빨리 움직여 정확히 찍진 못했지만
붉은발말똥게는 색과 눈 아래 고유한 모양으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종환형님이 붉은발말똥게라고 양은냠비에 담아 모셨왔는데 아닙니다.
붉은 몸색깔은 성장과정과 보호색을 띠기도 하기 때문에 그 붉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딱 분명하게 다른 게 하나 있습니다.
왼쪽 동무는 '도둑게'로 불립니다. 오른쪽이 붉은발말똥겝니다.
흰색 화살표를 보시면 삼각형의 작은 홈이 있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붉은발말똥게와 스마일 모양, 붉은 색깔 까지 같은 게도 있습니다.
이럴 땐 눈아래에 삼각홈이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됩니다.
이쁘긴 도둑게가 더 이쁘군요.
.
"그래! 나 도둑게다!
붉은발말똥게만 게냐!
그럼 난 콘크리트에 묻혀도 되?"
"건들지 마! 이대로 냅둬!"
여긴 오백만년 전부터 우리 땅이었어!"
마을회장님이 장시간 인터뷰를 하고 있군요,
한 동무가 왔습니다.
나흘 째군요. 제주 출신이더군요, 그것도 서귀포.
1번 타자입니다.
여덟명의 다큐감독이 '해군기지반대투쟁을 옴니버스영화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6월 28일 부터 7월 4일 까지 다함께 집중적으로 촬영하고 그외 기간에 각자 알아서 찍습니다.
각각 역활분담이 주어졌습니다. hd24p로 극장상영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겠습니다.
하여간 이 동무가 1번 타잡니다. 권 효 감독.
잠시 멈춘 장맛비 사이로 부는 바람이 아주 좋습니다.
광주 순천 동무들!
보시다시피 이렇게 잘만 휘날리고 있다우!
날나리도!
수원 삼성의 스포터즈라고 하더군요,
구럼비를 대신해서, 고맙습니다.
'중덕사' 주변도 여기저기 물길이 생겨났습니다.
다시 밤이 찾아옵니다.
이곳에 누워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 바다 끝에선 바람소리 빗소리 파도소리만 들리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바다 끝에서 말입니다.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아침이 오기까지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살아온 서른 해를 가만가만 벗어던지며
내가 원래 존재했던 장소로 지느러미를 끌고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구럼비를 지키는 것은 동시에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