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가사
최남선, 「경부철도가」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 소리에
남대문를 등지고 떠나가서
빨리 부는 바람의 형세 같으니
날개가진 새로도 못 따르겠네
늙은이와 젊은 섞여 앉았고
우리 내외 외국인과 같이 탔으나
내외신소(內外新疎) 다같이 익히 지내니
조그만한 땅 세상 절로 이뤘네
관정묘와 연화봉 들러 보는 중
어느덧에 용산역에 다달았다
새로 이룬 저자는 모두 일본집
이천여 명 일본인이 여기 산다네
서관가는 경의선 예서 잘려서
일산 수색 지나서 내려간다오
옆에 보는 푸른 물 용산나루니
경상 강원 웃물 배 뫼는 곳일세
독서당의 폐한 터 조상하면서
빗긴 쇠다리 건너오나니
노량진역 지나서 게서부터는
한성지경 다하고 과천 따이라
浩浩洋洋 흐르는 한강 물소리
아직까지 귀속에 쳐져있거늘
어느 틈에 영등포 이르러서는
인천 차와 부산 차 서로 갈리네
예서부터 인천이 오십여리니
오류 소사 부평역 지나가는데
이 다음에 틈을 타서 다시 갈 次로
이번에는 직로로 부산 가려네
관악산의 개인 경치 우러러 보고
영랑성의 묵은 터 바라보면서
잠시동안 시흥역 거쳐 가지고
날개 있어 나는 듯 안양 이르러
실라같은 안양을 옆에 끼고서
다다르니 수원역 여기로구나
예전에도 유수도 지금은 관찰서
경기도 관찰사 있는 곳이다
경개 이름 다 좋고 서호 항미정
그 옆에 농학교 농사 시험장
마음으로 화녕전 숭배한 후예
대성인의 큰 효성 감읍하도다
광교산을 옆하고 떠나가서
잠시간에 병점역에 이르렀도다
북에 쇠는 솔밭은 융릉 뫼신 곳
이름 높은 대황교 거기에 있다오
이 다음 정거장 오산역이니
온갖 곡식 모이는 큰 장거리오
그 다음 정거장이 진위역이니
물새 사냥하기에 좋은 터이다
서정리를 지나서 평택이르니
물은 낮고 산 낮아 들만 넓도다
묘한 경치 좋은 토산 비록 없으나
쌀 소출은 다른데 당하리로다
최남선의 「경부 철도가」는 개화기의 창가(唱歌) 이다. 창가라는 갈래에 붙은 이름처럼, 노래하는 것을 목적으로 되어 있으니 운율도 4‧4조로 규칙적이다.
경부철도가의 경향은 신문물이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오던 시절, 신문물-경부철도의 개통에 대한 찬양, 신문명의 이익을 누려야한다는 문명개화사상, 계몽주의적 성격을 넣어 지은 노래라고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일반적인 개화기 창가가 외국 곡에서 이러한 가사를 붙여서 노래했기 때문에 경부철도가도 스코틀랜드 민요인 ‘Comin' Thro' The Rye’에 가사를 붙여서 불렀다.
작품의 구성은 출발역 남대문 역 에서부터 종착역인 부산까지 공간적 이동을 여러 역을 열거하면서 서술한다. 지역에 대한 이야기는 동시에 그 지역에 나타나는 특징도 같이 서술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문물의 이익을 경험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었을 것이며 이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백성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신문물을 찬양하고 사해동포주의를 이야기하는 이 「 부철도가」는 이미 우리의 국권을 상실한 1908년 소년지에 발표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신문물이 단순히 조선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본의 차관을 바탕으로 하는 철도와 도로의 건설이 일제의 조선 침략, 대륙 강점을 위한 도구였다는 점을 간과하는 역사적 진실 왜곡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근대문물 건설, 도입으로 우리나라는 일제에 경제적으로 예속되고 막대한 국채를 지게 되어 사실상 경제적 식민지가 되었다. 우리민족을 위한 것이 아닌 신문물을 위해 우리 국민들의 피눈물이 얼마나 흘려졌는지를 외면하고,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의 고통 따위 무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1908년 최남선의 「경부철도가」 는 나중에 그가 친일문학의 선두가 되는 전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신체시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2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3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4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5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 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6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읽으면 좋을 꺼 같아서 1조 부록에서 가져왔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