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는 다른 형제교단(천주교, 개신교)과 달리 특유의 성가대 구성에 관련된 전통이 있습니다.
요게 은근 재미있습니다.
1. 성공회 음악을 이해하려면 성가대의 구성을 알아야 하고 또 성공회 성가대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16세기 영국 교회의 상황 및 특수한 건축 모습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게 조금 복잡할 수도 있어요.
2. 성공회 성가대(영국 대성당 기준)의 전통적인 모습은 소년들이 포함된 남성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성가대 소년단원을 Chorister라고 부르고, 성인 남성 성가대원을 Lay Vicar 혹은 Lay Clerk이라고 부릅니다.
소년들은 대성당 부속 교회음악 학교에 소속된 학생들이고, 성인 남성 단원 역시 전문직(Professional)입니다.
3. 주로 소년들이 주선율을 부르고 성인 남성들은 그 외 아랫 성부들을 부릅니다.
그래서 성가대의 맨 윗성부를 Soprano라고 부르지 않고, Treble이라고 부르죠.
(높은음자리표를 영어로 Treble Clef라고 하죠)
그리고 다음 성인 남성의 성부는 Contra-Tenor, Tenor, Bass로 나눠집니다.
다시 말해 영국 성공회 성가대의 전통적인 4성부는 약어로 Tb, Ct, Tn, Bs 이렇게 됩니다.
4. 영국 많은 교구 지역교회에선 19세기에 여성 단원을 선발하기 시작하여
현재 혼성 성가대로 운영중이지만 캔터베리 대성당을 비롯한 각 교구 주교좌 대성당 성가대는
2024년이 되서야 600여년만에 여성단원을 선발하기 시작했죠.
당연히 이미 그랬어야 하는데 워낙에 강한 전통을 가진 곳들이라 뉴스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5. 또 성공회의 성가대는 성당의 제단(chancel)을 중심으로
성가대 좌석이 양 사이드로 나뉘어져 마주보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아래 사진 혹은 서울주교좌성당을 생각해보세요)
이 배치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작곡가인 지오반니 가브리엘리(Giovanni Gabrieli/1554~1612)가
고안해냈다고 알려져 있는데, 천장이 높은 대성당의 메아리를 이용하여
음향효과를 더 신비스럽고 극대화시키기 위함이죠.
6. 성공회의 성가대에는 각 좌석의 고유명칭이 있답니다.
북쪽 좌석을 선창자(Cantor)가 있는 좌석이라고 하여 칸토리스(Cantoris)라고 부르고,
남쪽 좌석을 주임사제(Dean)가 있는 좌석이라고 하여 데카니(Decani)라고 부릅니다.
여담으로 성가대를 영어로 Choir라고 하는데 성가대석을 Quire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철자는 다른데 발음이 똑같습니다.
7. 전통적으로 감사성찬례의 1독서 후 시편으로 Anglican Chant로 부를 때,
그리고 합창으로 드리는 저녁기도(choral Evensong) 중
성모 마리아 송가(Magnificat)와 성 시므온 송가(Nunc Dimittis) 등의 성시찬송을 부를 때,
양 사이드의 마주 앉은 성가대가 서로 번갈아가며 부릅니다.
그래서 악보 각 마디 앞 부분에는 CAN, DEC로 기록하여
어느 좌석의 파트가 불러야 할지 지시해준답니다.
글/사진 : 지휘자 김민 예레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