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란 (한심한 듯 보다가 등짝들 때리며) 들어가, 들어가!(무리들 들어 가는 것 한심한 듯 보다가) 두달후면 고3인데, 니들 정신들이 있 는거니 없는거니? 이러다가 또 선생님이 뭐 하나 잘못했다 그러 면 우르르 들고 일어서긴 잘하지....(하다가) 내 얘기했지? 니네 선배중에 이민재라는 애 있었다구.
원석 (군시렁) 아우, 맨날 이민재, 이민재.....
유란 걔두 니들처럼 꼬박꼬박 나서긴 했지만, 그래도 민재는 무엇보다 예의가 있었어!
(2) 교정일각
들어서는 누군가의 발. 그 위로,
유란E 선생님들 문제 따곡따곡 짚으면서도 지 할건 다 했다구. 3학년되 가지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내가 말했지? 걔 한국대학들어갔다 구.
(3) 교실
유란 (계속말하는) 내가 그 학교를 나와서 이런말 하는건 아닌데, 그 학교 들어가기 쉬운거 아니다? 수능? 무조건 1등급 이상되야돼. 근데 걘 거기갔어, 지할꺼 다 하면서.
혜란 (작게 군시렁, 흉내내듯) 거기다 스승의 날에도 꼬박꼬박 찾아오 구~
유란 거기다 스승의 날에도 꼬박꼬박 찾아오구, 새해면 연하장도 보내 구. 사람이 좀 그렇게 예의가 있어야 내가 가르칠 맛이 나지, 니 들은 도대체 뭐니?! 공부도 제대로 못하면서 선생님이 뭐가 어 째? (버럭) 3번대 나와서 풀어!!
(4) 교정일각
들어서는 발. 올려다보면 민재보인다. 감회어린 듯 학교 올려다보고 있는 민재. 그위로 타이틀.
처음처럼
씬2. 교무실(낮)
전교감 (회의중인) 내년부터 7차 교육과정 적용되는거 알고 계시죠?
선생님들 (뚱하게 있는)
전교감 교육청에서 진행상황 확실하게 보고 하랍디다. 각 과목별로 준비 했던 시안들 먼저 내주시구요~(하는데)
희정 (교감에게) 근데 좀 문제가 있지 않겠어요? 열아홉개나 되는 과 목을 한번에 10개로 줄여버린다는게....
광도 (O.L 교감에게) 수준별로 교과서를 만든다는것도 힘들구요, 무엇 보다 애들을 가르는 기준이....
성민 (O.L 교감에게) 선생님들 숫자도 문제예요. 지금 있는 인원수갖 고는요, 턱도없이 모자....
전교감 (O.L 단호한!) 장관님 말씀 못들었습니까?!! 교사로서의 사 명과 긍지를 가지고, 전쟁을 하는 자세로 임하라시지 않았습니까!!!
선생님들 (기세에 멈칫하고)
전교감 (막아버릴 듯) 어쨌든 결정난거니까 군말들 마세요! 부장선생님 은 수준별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를지 기준 마련하시고, 양선생님 은 다른학교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자료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윤유란선생님?
유란 네?
전교감 윤선생님은 고1수학 공통교과 어떻게 진행하실지 계획표 짜오세 요. (일어나며) 이상입니다! (나간다)
복만, 일평등도 이야, 이민재, 오랜만이다~~일어나서 마구 반기고. 너 머리 많이 길었네? 눈은 언제 나빠진거냐? 반기는.....민재, 어우, 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더니...건강하시죠? 인사하고 반가운....
그러는 와중, 다른 선생님들, 뚱하니 보고 있고.
유란 (다른 선생님들 눈치채고) 아, 선생님들 얘가 이민재예요. 제가 얘기했었죠? 2년전에~
희정 (O.L 웃으며) 아, 그 학교를 들었다 놨다는 2학년 3반 용사? 어 머, 얘 반갑다~ 난 말만 듣고 우락부락하게 생겼을줄 알았는데, 이쁘네?
민재 (어색한, 웃으며) 어우, 그동안 많이 삭았는데...
유란 (인사시키는) 여기 이쪽다, 새로오신 분들이셔.
민재, 안녕하세요~꾸벅꾸벅 인사하고. 응, 그래, 반갑다~선생님들 웃음으로 맞는.
유란 (인사하는 것 보다가)....근데 너 학교에 갑자기 무슨 일이니?
씬3. 교사휴게실(낮)
민재 저기, 제가 사대갔잖아요.
유란 (웃는) 그래, 너 내 후배됐대매.
민재 예, 근데 이번에 아르바이트루 조교언니 논문쓰는걸 도와주게 되 서요. 학교에 가서 현장 관찰하는건데....한 2주일정도만 여기 나 올수 있을까요?
유란 여기 어디, 교무실?
민재 네, 그냥 왔다갔다하면서 보고 취재하는거거든요. 아니, 취재다 뭐다 부담갖지 마시구요, 그냥 힘좋은 심부름꾼 하나왔다 생각하 시면 되는건데...어떠세요?
유란 (떨름하지만 웃는)...그래, 내가 교감선생님한테 말씀드려보지 뭐. (웃는) 마침 방학이라 괜찮을꺼야.
민재 (환해지는) 어우,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그럼.... (가방 갑자기 뒤지는)
유란 (뭔가 해서 보면)
민재 (뒤지며) 저기, 언니가 이것부터 빨랑 해달라그래갖구요~ (녹음 기 꺼내며) 인터뷰하나만 부탁드릴께요.
유란 ....뭔터뷰?
씬4. 교무실(낮)
위와 연결. 일평에게 녹음기 대고 있는 민재.
민재 그냥 편하게, 선생님의 소신을 얘기해주시면 되거든요? (녹음기 작동시키며) 긴장하지마시구요~(마이크대는) 아아, 선생님이 생 각하시는 교사상은 어떤것입니까. (이하, 선생님들 짧게 인터뷰)
일평 (긴장한) 에....그러니까....(손내저으며) 아우, 난 못하겠다, 야.
광도 (얼어붙은) 에, 교사는 시대를 이끄는 긍지와 자존심을 사명으로 하며,
희정 (마구 도망가며 웃는) 난 그런거 말할 주제가 못돼, 다른 선생님 들한테 가봐~
종수 이런말이 있습니다! 보이스 비 엠비셔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티쳐스 비 엠비셔스!! 즉, 교사여, 야망을 가져....
성민 (똑부러진) 교사의 소신, 뭐 이런 입에 발린말 하기 전에요, 전 무엇보다 실질적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문제가 되고있 는 제7차교육과정에 대해선데요, 이건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탁 상행정으로써....(하는데)
광도 (끼여들며 막는) 됐어, 임선생. 민재야, 가서 다른 선생님들 인터 뷰해.
씬5. 교사휴게실(낮)
민재가 대고 있는 마이크앞에 선 유란.
유란 (긴장한) .....여기다 대고 말하면 되는거니? (민재 끄덕이면) 음.....(하다가 의례적인, 스테레오타입화된 대답처럼) 저는, 다른 직업도 다 그렇지만, 특히 선생님은요,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초임의 자세로 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선생님이 되면 많 은 꿈과 희망을 갖고 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들 타성에 물들어 가지 않습니까? 많이 힘들고 어렵더래두요, 처음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고, 초임의 자세로 버티면 무엇보다 보람있고 뿌듯한 직업 이 교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처럼! 그게 제 가치관이자 소신 입니다. (가만히 있다가, 민재향해 작게)....됐니?
민재 (베리굿이라는 듯 윙크하며 엄지손가락 들어보이는)
씬6. 교정일각(낮)
학교 둘러보며 걷는 민재. 여기저기 보면서 옛날생각나는 듯 감회어린....가다가 우당탕 소란스럽게 민재 휙 지나쳐가는 무리들. 민재 고개돌려 그 무리들 보면, 학교1때의 자신과 그 무리의 모습들, 장난치며 가는 것 보인다. 민재, 감회어린.......그때,
민재 일어나면 눈으로 일제히 민재쫓는 선생님들....민재, 문닫고 나가자, 어우~~한숨, 기지개들 켜며 일제히 흐트러진다.
종수 (종아리걷고 벅벅 긁으며) 아우, 간지러운데 참느라고 죽는줄 알 았네...
성민 (급히 일어나며 희정에게) 선생님, 남는 스타킹 하나 있으세요? (희정 주면 받고 나가고)
종수 (마구 긁으며) 근데 쟨 언제 간데요? 논문에 반영된다니까 진짜 눈치보이네? 어우, 답답해.....
유란 (웃는) 2주정도 있을꺼래요. 좀만 참아주세요.
종수 (아우, 엎어지는)
씬10. 슈퍼앞(낮)
슈퍼에서 생선등 사는 유란. 옆에 민재 어색하게 있고.
민재 ...선생님 저 그냥 집에가서 밥먹어도 되는데....
유란 니네집 이사가서 멀다며. 가다가 배고파서 쓰러지지 말구, 얼른 차려줄테니까 먹구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길게 얘기할 시간두 없 구, 서운해죽겠다 얘.
민재, 머쓱하게 웃는데, 슈퍼앞 지나 다니는 사람들 유란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몇명 아는척하고, 유란, 예의차려 인사받는다.
민재 (보다가) ...동네사람들하고 친하신가봐요?
유란 (쑥스러운) 아유, 우리엄마가 나 선생님이라고 하도 자랑을 하고 다녀서...지나다니다가 사람있으면 나 코두 멋있게 풀어야 한다니 깐?
민재 어머니랑 같이 계세요?
유란 응, 예전에는 오빠가 모셨는데, 그렇게 됐어. (그냥 말 돌리듯) 얼마죠?
슈퍼 3500원이요. (하다가 민재보고) ...동생이세요? 아니면....
유란 (밝은) 제자예요. 한국대학 다녀요, 지금.
슈퍼 어머, 그럼 선생님 직속 후배네. (둘 번갈아보며) 윤선생님 따라 서 그 학교 갔나보지?
유란 그건 아니고..(하는데)
민재 (싹싹하게) 예!(팔짱끼며) 제가 윤선생님 엄청 좋아하잖아요~
수퍼 어머~선생님 학교에서 인기 진짜 많으신가보다~
유란 (머쓱하게 있지만, 그래도 기분좋고 뿌듯한)
씬11. 유란집거실(낮)
유란 (민재와 같이 들어오며) 엄마, 저 왔어요~(민재에게) 잠깐 좀 있 어? (방으로 들어가며) 엄마,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유란 들어간후, 민재, 거실 찬찬히 본다. 20평 남짓한 작은 집. 구석에 빨래감 널어져 있고 약간은 어수선한.....
유란 (나오다가 민재보는 빨래감들보고)...아, 이거? 집이 좀 건조해서 일부러 갔다놨어. (급히 치우며) 아유, 아침에 급히 나갔더니 집 이 엉망이네....
민재 (팔 걷으며) 도와드릴까요? (하는데)
유란 (말리며) 됐어. 춥지? 온도를 올리긴 했는데, 보일러가 고장나 서.....선생님 방 저쪽이니까 들어가있어. 금방 갈게.
민재 (유란 등쌀에 밀려 방으로 들어가고)
씬12. 유란방(낮)
방 구경하고 있는 민재. 거실보다는 그래도 정갈한. 그위로,
유란E 민재 고등어 먹지? 찌개해줄까, 아니면 구워줄까?
민재 (밖향해) 신경쓰지 마세요, 선생님~저 김치하나에도 밥 잘먹어 요~
하면서 찬찬히 보던 민재, 방한켠, 길다란 옷걸이에 주르륵 걸려있는 옷들 본다.
유란 (과일들고 들어오다 보고) 그거? 아유, 집이 좁아서 그냥 그렇게 널어놨다, 선생님이. 맘에 드는 옷 있으면 가져가. 선생님 작아서 못입는 옷들 많아.
민재 (웃는) 저두 요새 살쪄서 못입는 옷 많아요~(하며 옷 보는데, 핑 크색 원피스 보인다) 어? (하고 있다가, 푹 웃는) 아....마녀 핑 크......
유란 (과일깍다) 응?
민재 아, 아녜요. (웃음 남아서 옷보며 중얼) 이쁘기만 하구만, 하여간 애들 참....
유란 (흘끔 옷 보고 희미한 미소) 이쁘니? 그거, 내가 처음 교직 발령 받았을 때 사서, 학교에 첨으로 입고갔던 옷이야.
민재 우와, 그럼 10년도 더 됐겠네요?
유란 (웃는) 그렇지....(하다가 회한어린, 중얼)....그땐 참 젊었는데, 꿈도 많았구......(하다가 말 돌릴 듯) 과일먹어라, 민재야.
민재 (계속 옷 보며) 디자인 깔끔한데요? 지금 입어도 이쁘시겠어요. 입고오세요, 한번.
유란 (과일깎으며 흘리듯) 됐어. 다 지난일인데 뭐.....
민재 (....?해서 보고)
씬13. 학교외경(낮)
씬14. 교사휴게실(낮)
광도 (안좋은 얼굴로 들어오며) 여기들 있었네? (털썩 앉으며) 제1교 무실 기술가르치는 최선생님 있지? 지금 사표쓴다고 난리니까 좀 가서들 말려봐. 아우, 피곤해.....
복만 예? 갑자기 웬 사표를....
광도 (안좋은) 내년부터 기술하구 가정, 실과로 통합되잖아. 그거 가 르칠려면 새로 연수받아서 자격증 따야하는데, 이나이에 그러느 니 관두겠다고 지금 난리셔. 가봐들 좀.
종수 그냥 따면 되잖아요. 거기다 연수시간두 180시간으로 줄었다구..
광도 (버럭)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 당신 4년동안 영어 배워서 교사 자격증 딴건데, 어느날 갑자기 수학이랑 통폐합됐다, 당신은 무자 격교사니까 새로 자격증 따라하면 따겠어? 연수시간 줄어주셔서 아이구, 감사합니다, 하겠냐구!
종수 (뻘쭘해서 있고)
복만 독어가르치는 문선생님도 장난이 아니시드라구요. 내년되면 고2, 고3들 과목 아무거나 선택해서 듣게 한다면서요? 그러면 제2 외국어 누가 독어해요, 다들 일어선택하지.....직장잃구 보따리장 수되는거 순간이라니까요, 이젠?
희정 (걱정) 큰일이네, 문선생님 애들 이제 대학들어갔다면서요, 등 록금도 만만찮을텐데....
복만 선생은 철밥통이다 어?X다, 그거 완전 옛날말 됐어요. 7차 교육 과정인지 뭔지, 책상머리에서 끄적끄적 만든 계획표땜에요, 우린 아주 지옥갔다 천당갔다....(하는데)
영진 (문열고 보며) 윤선생님? 교감선생님이 찾으시는데요?
유란 (고개들고 보면)
씬15. 교무실(낮)
전교감 윤선생님 수업을 도대체 어떻게 하시는겁니까?!
해쓱해서 서있는 유란, 전교감에게 야단맞고 있고. (민재없다)
전교감 교장선생님이 그러십디다! 수업시간에 학생들 콤팩트들고 화장하 는데 가만 내버려두셨다면서요!
유란 ...그게요, 전 수업시간에 문제풀이 시키기 때문에 고개숙이고 있 으면 뭐하는지 잘....
전교감 (O.L) 학생들이 뭐하는지도 모르는게 선생님입니까?! 공부하는 지 화장하는지도 모르면서 뭘 가르치시는거예요, 도대체!(우르르 콤팩트 십여개 쏟아놓으며) 이거보세요, 이거! 선생님 나간다음 에 교장선생님이 직접 압수한 거랍니다! 반애들이 이렇게나 많이 딴짓을 하고 있는데.....
하는데 삐걱 열리는 문소리. 일동, 돌아보면 쪽방에서 엎드려잔 듯 하품하며 나오던 민재, 멈칫해서 본다.
돈받잖아, 돈~보충수당~얼버무리는 일평과 광도. 민재, 그런 모습들 가만히 보는.......
씬28. 교실(낮)
유란 (수업중. 칠판에 문제 적으며) 자, 다음문제. " 세 문자만 을 사용하여 단어를 만들려고 한다. 문자 와 는 같은 것끼 리 인접하여 배열할 수 없다고 할 때, 문자의 개수가 3인 모든 단 어의 개수를 구하여라." 이건 어떻게 하면 되, 3개짜리 다 늘어놓 으면 27개지? 그중에서 인접해있는걸 지우면, 답은 열두개....다음 문제~(하는데)
수현 (O.L) 저 선생님, 그 문자의 개수가 세 개다, 딱 정해진게 아니 라면 어떻게 되죠?
유란 (응? 해서 보다가)....어, n개다....그럴땐, (고민하며 적는) 구하는 수를 이라 하면, 자.....로 약속해보자? 그러면, 일 때, 의 세 가지, 그러니까 , 일 때는 ab,ca,ab... 이런식으로 일곱가지, , 이런건데....
하다가 막힌 듯 가만히 보고있는 유란.....수현등 말똥말똥 보고있고, 이경도 보는......유란, 그러니까~ 하면서 칠판에 작게 자기혼자 풀어보고....
- 시간경과-
유란, 계속 칠판에 작게 적으며 혼자 중얼중얼 풀고있고, 여전히 또랑또랑 보고있는 수현과 이경. 다른아이들은 진력난 듯 자기들끼리 몸비틀며 떠들고 웃고.......그와중의 유란, 진땀이 난다.
유란 (풀다가, 포기, 참담하지만..) ....음, 좀 어렵네? 이건 선생님이 다 음시간까지 알아다줄게. 그럼...(하는데)
이경 (O.L) 선생님, 그걸 분류해서 생각해보면 어때요? 첫 자리에 가 있을 땐, 가지, 식으로....
수현 (보다가, 이경향해) 아, 그럼 K번째, 그러니까 2보다 같거나 크고 n보다 같거나 작은 자리에 처음으로 c가 나타날때는 n-k개가 되 는거네?
유란 (핼쓱해져서 둘 번갈아보고)
이경 (문제에 열중해서 수현향해) 그렇지, 그러니까 세 번째로는 c가 하나도 없을 때, ab, ba로 시작하는 두가지니까, 그....(앉은채로 말하려니 좀이 쑤셔 들썩들썩하는)
유란 (보다가 억지미소)...나와서 해봐.
이경 (급히 나오며) 죄송합니다. (분필들고 수현향해) 그러니까 일 때 , 이렇게 되는 거잖아?
수현 아.......
이경 마찬가지로~(하면서 풀이적으며 설명해주는-)
자신은 제쳐놓고 묻고답하는 이경과 수현보는 유란....참담하고.....
이경 ...그러니까 f(n)은, , 맞니?
수현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이경 꾸벅 유란에게 목례하고 들어간다. 유란, 억지로 웃어보이고......
유란 ....자, 됐지? 그럼 다음문제.....(평온하려 애쓰지만 참담한..)
씬29. 교사휴게실(낮)
들어온 유란, 기분 안좋은 듯 얼굴 감싸고 앉는데, 민재 들어오고.
유란 (그림들 보다가)....여기와보니까 옛날 생각나네요. 나 학교다닐 때 미술 참 잘했었는데.....
희정 (옅은 미소)
유란 (마주 미소) 옛날에 내 꿈이 화가였거든요. 캔버스랑 이젤이랑 폼나게 들고다니면, 친구들이 저 많이 욕했어요, 내숭떤다고. (웃 는) 그럼 뭐 어때요, 우아하게 살고싶은걸. 그땐 나중에 커서 어 른되면, 햇빛 들어오는 거실에서 은은한 클래식 틀어놓고 커피향 이나 음미하면서 신선처럼 살줄 알았거든요. 근데....
희정 .......
유란 (쓴미소) ...요샌 내가 무슨 다람쥐가 된거 같애요. 아침에 일어나 면 오늘은 수업 잘해야지, 문제만 죽죽 풀지말구 원리도 짚어주 고 그래야지 하는데....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또 대충이예요. 어떻게 수업했는지도 모르고 그냥 나오면, 아 오늘 하루도 그냥 갔구나, 안죽고 버텼구나........(쓰게 웃는) 이런대두 우리엄 만 동네에 엄청 자랑하고 다니는거 있죠? 딸이 선생님이라구, 애들 이 저 엄청나게 좋아한다구, 잘가르친다구.....
희정 (보다가)....중도금은 어떻게, 해결 되셨어요?
유란 (미소) 은행에서 융자를 안해주더라구요. 연봉 이천이 안된다 구....(웃는데 눈물 고여있는)
희정 (가슴아프고)
유란 (눈물고인채 웃으며) ....아파트 그냥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우리엄마 풍걸리신거 알죠? (눈물 참으려 애쓰며)...따뜻한 방에 계셔야 하는데, 보일러까지 고장나서.....집에 가보면 엄마 코가 빨개요, 하도 추우니까....그거 보면 얼른 따뜻한 아파트에 모셔야 지 하는데, 돈이 없는 거예요....(우는) 우리엄마, 뼈빠지게 고생 해서 저 대학까지 보내놨는데, 그래서 선생님까지 만들어놨는데, 그 딸은 돈이 없어서 엄마 따뜻한 방에도 못모셔요, 지금. ....(서 러워서 우는) 난 진짜, 집에 늦게 들어갈때마다, 엄마 추워서 빨 개진 코를 보면...어우....내가 왜 선생님이 되갖구....(울고)
희정, 가만히 유란 달래고.....
밖 보면, 이야기 들은 듯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민재 보인다.
씬39. 써클실(낮)
나영, 엉엉 울고있고. 그옆 다인, 원석 달래고 있고 달식 시근 벌떡이고 있다.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민재 보이고.
달식 (씨근대다가) 야, 어떻게 이럴수가 있냐? 말한번 잘못했다구 말 야, 어떻게 사람을 개패듯이...(하다가 이씨 달려나갈 듯)
무리들 (막으며) 야, 어딜 갈려구우!
달식 (뿌리치며) 놔, 이거! 가서 당장, 윤유란~!!(하는데)
다인 (끌어앉히며) 가만좀 있어, 제발! 문제 더 크게 만들지 말구우!
달식, 미치겠다는 듯 앉고. 그 와중에도 무표정하게 있는 민재.....
다인 (민재보다가, 속상한)..언니, 언니때도 이런일 있었다면서요? 그땐 어떻게 했어요, 언닌?
달식 (버럭) 그냥 화끈하게 신고해버렸대잖아! 우리도 하자구, 신고!
원석 아니면, 게시판에 그냥 성명서내구 윤유란한테 전면전을 선포해 버리는거야! 돌대가리? 그래, 진짜 돌이 뭔가를 내 보여주마, 윤 유란!!
달식 누나, 누나 뭐 알고있죠? 윤유란 약점같은거 좀 말해주세요, 칵 그냥 올려버리게!
민재 (멍하니 있다가)...약점?
무리들 네!!
민재 ...선생님 집 못살아.
원석 (적으며) 좋아! 못산다, 그리구요?
민재 ...어머니는 아프셔.
원석 아프..(적다가) 아씨, 이런거 말구요! 좀더 칵 꼬투리 잡을만한거 없어요?
민재 (덤덤하게,) 공문이 매일 두세개씩 오는데, 그것두 서너시간안에 처리해라야. 아침에 밥해놓구 헐레벌떡 학교오면, 무슨 계획서다 시안이다 전쟁이지, 매일이. (목소리는 커지지 않지만, 점점 억누 르듯 강조하며) 그러다 수업들어가면 애들은 또 옷이 후지네, 못 가르치네, 듣는데서 막 말하구-
원석 (듣다가 답답) ....아, 누나~
민재 (O.L 점점 억누르듯 힘주어) 그거 꾹꾹 참고 나오면 이번엔 교 장 교감이 난리야. 남자선생님들은 또 어떻구? 커피가 없네, 녹차 가 떨어졌네 맨날 시켜먹구~
다인 언니-
민재 (O.L) 그래도 참고 수업을 하려면 이번엔 어라,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네? 뭐하나 당한거 갖구 못살겠다 갈아보자, 능력없는 선 생 물러가라~....제대루 알지두 못하면서.
하면서 민재, 그냥 일어나더니 나가버린다. 무리들, 벙하니 보고있고. 안좋게 보던 다인, 따라나가고.
씬40. 교정일각(낮)
민재, 안좋은 얼굴로 앉아있는데 뒤에 다인 와서 선다.
다인 ....전, 언니말 이해 안가요.
민재 (보면)
다인 (옆에 와서 서며)..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요, ...그래두 이건 아 닌거 같아요. 제 친구가 당해서 이러는건 아닌데요...(하는데)
민재 (O.L 쓴 미소) 알아. 나두 너땐 그랬으니까.
다인 (보면)
민재 .....이상한게, 난 나이가 들면 세상이 더 확실해질줄 알았거든? .. 근데 더 모르겠어. 옛날에는 나쁜거 좋은거 딱 가를수 있었는데, 요샌 이입장 저 입장 다 보게 돼. (피식) 현명해진건지, 바보가 된건지......
다인 (가만히 보다가)...그래두요 언니. 오늘일은 선생님이 잘못하신 거예요. 왜냐하면 윤유란선생님은.....
민재 (다인 보면)
다인 (말 못찾고 한참 있다가..힘주어)...선생님이잖아요.
민재 (보고 옅은 쓴미소)....그렇지....그게 무서운거지......
앉아있는 다인과 민재......
씬41. 양호실(낮)
민재, 들어오는데 유란,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민재 (막으며) 더 누워계세요, 아직 점심시간 한참 남았어요.
유란 아냐, 할것도 있고...(하는데)
민재 (O.L) 연구시안 그거 노선생님이 타자치고 계세요. 금방 끝난데 요.
유란 아니, 그것말고두....
민재 (O.L 싹싹한) 출결상황 정리요? 그거 제가 했어요. 양선생님한테 보여드렸더니 완벽하다 그러던데요? (씽긋 웃는)
유란 (가만 민재보다가, 쓴미소).....어떡하니, 취재하러 온 애한테 계속 잡일만 시키네.....
민재 (미소로 보다가)....저기, 오늘 날씨 따뜻하던데 산책이라두 나가 실래요? 선생님 하두 햇볕을 못쬐서 얼굴 지금 하예요.
씬42. 교정일각(낮)
말없이 걷는 둘.....둘다 좀 서먹하고.....
민재 (어색해 죽겠다. 말 찾다가) 선생님, 저.....(하는데)
유란 (O.L쓴 미소) 실망했지? 선생님한테.
민재 (화들짝) 아, 아뇨~저는 요~~
유란 (그냥 쓰게 있고)
민재 (어버버하다가)...저기, 처음엔 좀 그랬는데요, 오히려 더 좋아요. 선생님도 이젠 인간인거 같구요, 옛날에는 선생님 하두 웃지두 않구 그래서, 무슨 사이보그 같았거든요. (하는데)
유란 (O.L) 넌 선생님 되지 마.
민재 (멈칫해서 보면)
유란 ...참, 제자한테 이런말 하는건 아닌데...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선생님 되지 마. 정 되고 싶으면, 여기, 학교 좀 좋아졌을 때, 선 생님 월급도 오르고 조건도 많이 좋아졌을 때, 그때 내가 부를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씬43. 교사휴게실(낮)
가만히 앉아있는 유란.....허탈하고....그때, 책상위에 놓인 민재책들위에 녹음기 보인다. 가만히 보던 유란, 눌러보고.......흘러나오는 인터뷰들.
광도E 에, 교사는, 즉, 선생님이란 직업은, 시대를 이끄는 긍지와 자존심 을 사명으로 하며,
종수E 이런말이 있습니다! 티쳐스 비 엠비셔스!! 즉, 교사여, 야망을 가 져....
유란 (들으며 피식 웃는. 그때)
유란E .....여기다 대고 말하면 되는거니?
유란 (멈칫하는. 옛날 자기 인터뷰다. 그위로, )
유란E ....저는, 다른 직업도 다 그렇지만, 특히 선생님은요, 경력이 많으 면 많을수록 초임의 자세로 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선생 님이 되면 많은 꿈과 희망을 갖고 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들 타성에 물들어 가지 않습니까?
유란 (가만히 듣고있는)
씬44. 유란방(밤)
스탠드 불빛만이 켜진 유란방. 유란, 다림질 꺼내고 있다. 그 위로,
유란E 많이 힘들고 어렵더래두요, 처음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고, 초임의 자세로 버티면 무엇보다 보람있고 뿌듯한 직업이 교직이라고 생 각합니다. ...처음처럼! 그게 제 가치관이자 소신입니다.
위 오디오 깔리면서, 옛날 자신의 핑크빛 원피스 꺼내는 유란....초임시절, 첫날 입었던 원피스.....꺼내서 보더니 곱게 다림질 하기 시작한다. 꾹꾹 눌러가며, 열심히 진지하게 핑크빛 원피스 다리는 유란....
씬45. 교무실(낮)
일평 간다구? 어이구,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민재 (작별하는 듯 짐들고) 예. (꾸벅)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또 놀러 올께요~
종수 저기, 가기전에 전화번호라도~
씬46. 교실앞 복도일각(낮)
어느반 수업인가? 두리번거리면서 가는 민재. 그위로, 어디선가 유란 수업하는 소리 들린다. 멈칫하는 민재, 소리나는 교실쪽 창문으로 보면,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수업하고 있는 유란...분홍색 원피스 입고 있다. 희미한 미소 떠오르는 민재.....보다가 걸어가고.....
민재 가는 것 모르는채 수업하고 있는 유란....가는 민재....
그 둘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