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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를 써보자-2부(자기소개서 작성 각론)
3. 자기소개서 작성 개론(기본적인 마인드)
이제 학과별 예시를 봤으니 한 번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는지 봅시다. 일단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지요. 하면 안 되는 것을 걸러내는게 훨씬 더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피해야 하는 사항(DO NOT)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장황하게 쓰지 말 것
자기소개서도 하나의 글입니다. 글을 쓸 때 배우는 원칙 중 하나가 '장황하게 쓰지 말 것'이지요. 물론 문학작품에서는 '만연체'라고 해서 유장한 느낌을 주는 문체가 있습니다만 자기소개서는 문학 작품이 아닙니다. 게다가 자수 제한이 있는 자기소개서에서 장황하게 글을 쓰다 보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반도 못했는데 글자수가 전부 차버리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는 최대한 간결하게 쓰셔야 합니다. 근데 저의 08학년도 경제학부 자기소개서를 보면 좀 뭔가 장황한 느낌이 들지요. 맨 첫 문단의 지원 동기 이야기는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길기만 합니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FTA랑 마르크스 유물론 두 가지에 깊은 인상을 받아 경제학부를 지원하게 되었다는 얘기인데 뭐 경제신문이 어떻고 논술학원이 어떻고 쓸데없이 말만 길지요. 두 가지 이야기가 연결도 잘 안되구요. 차라리 FTA때 정치, 사회, 외교, 국방 등 다른 논리보다 경제 논리로 일이 진척되는 게 신기했다. 알고 보니까 마르크스가 말했듯, 경제 방면은 사회의 하부 구조로서 우리의 생활 전반을 지배했다. 이처럼 생활 전반을 꿰뚫는 경제학을 배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얻고 싶다... 이렇게 썼다면 훨씬 간결하면서도 임팩트가 있겠지요. 말이 길어진다는 것은 사실 내가 뭘 잘 모르고, 쓸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절대 장황하게 쓰시지 말길 바래요. 문장도 최대한 짧게 짧게 쓰시고, 꼭 필요한 내용만 넣어서 깔끔하게 써 주시는 게 좋습니다.
2. 뻔하게 쓰지 말 것
아마 '뻔한 내용을 쓰지 말라. 독창적으로 쓰라.'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요. 창의적으로 쓴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남과 비슷한 글이 되기 십상입니다. 근본적으로 이는 자신이 쌓아 놓은 '스펙'이 부족함에 근거합니다. 만약 여러 수상 경력과 대회 출전 경력을 갖고, 내신도 화려하며 영어 공인 성적도 뛰어난 학생이라면 그 중 몇 가지만 골라서 써줘도 훌륭한 자기소개서가 되기 마련이지요. 사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학생들이 붙는 이유는 여기에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창적인 자기소개서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상의 스펙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몇 가지 중요한 스펙을 중심으로 내용을 우려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있기 마련입니다. (ㅠ.ㅠ) 따라서 출발 선상은 비슷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는 현 시점에서 스펙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자기소개서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이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엮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뛰어난 스펙 없이는 좋은 자기소개서도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지요. 좋은 자기소개서는 바로 치열한 고민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독창적으로 써야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대동소이한 글을 내놓게 됩니다. 대체로 학과별로 내용이 정해져 있지요. 경영학과는 '빌게이츠/이건희/스티브 잡스 등의 위대한 경영자에 감명받았어요. 저도 세계 시장에서 이 사람들처럼 국위선양하는 뛰어난 CEO가 되겠습니다~' 경제학과는 '고등학교 때 경제 대회에서 상도 탔고, 논리적인 경제학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특히 케인즈 같은 경제학자가 나라를 구한 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한국 경제 살리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정치외교학과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국제기구나 외교통상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며 국제 평화와 평화 통일에 기여하겠습다.'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ㅋㅋㅋㅋㅋ 특히 요즘은 대학가에 고시 열풍이 불고 있으니까, '나라를 이끄는 관료가 되어서 이 한몸 나라를 위해 불사르리~' 뭐 이런 식의 자기소개서도 유행하구요. 이런 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사실 정말 특이한 직종을 쓰지 않는 한 거의 모든 자기소개서의 한 줄 요약은 이렇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같은 중심내용이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단 뻔한 것은 피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른 사람과 같은 주제를 쓰더라도 그것을 엮어나가는 방식을 다르게 표현하라는 겁니다. 08년도 자기소개서에서 저는 '경제 관료가 되어서 한국 경제를 이끌겠습니다.'라는 얘기를 썼지요. 당시 경제학부가 속한 사회과학계열 지원자가 1200명이었고, 경제학부 정원이 그 절반이니까 한 600명이 경제 쪽 자기소개서를 썼다고 할 때 최소 300명 가량은 이런 얘기를 썼을겁니다. 요즘 학과의 반 정도가 고시를 하니까요... 그야말로 쉰내 나는 떡밥인거지요 ㅋㅋ 아마 한 100명째 부터는 교수님들이 읽으며 짜증을 냈을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은 뭔가 독창적인 진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만, 그것이 힘들다면 최소한 표현이라도 다르게 했어야겠지요. 그 방법은 나중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3. 애매하고 포괄적인 표현 쓰지 말 것.
자기소개서는 생활기록부 등 공식적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추가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쓰여집니다. 따라서 공식적인 기록에서 미처 못 다한, 쉽게 말하면 'Behind Story'를 적으라는 것이지요. 보통 영화 촬영이나 드라마 종영 이후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해서 기획기사가 뜨기 마련입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작품 그 자체에서는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지요. 근데 이 내용이 보나마나 뻔한 내용이라면 독자의 흥미를 끌 수가 있을까요?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못다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라는 것이지요. 저의 08년 자기소개서를 보면 애매한 표현이 너무나 많습니다. 먼저 '전공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타 학문에 대한 종합적 지식'이 뭔지 명확하지 않아요. 압권은 맨 마지막 부분의 '우리나라에 특화된 발전 전략'입니다. 교수님이 읽으면서 '이게 뭔데?'라고 말씀하실만한 부분이지요. 이것 말고도 애매한 표현은 상당히 많습니다만, 애매한 표현을 쓴다는 것은 자기소개서의 존재 이유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그 표현을 보고 '이게 뭔데?'라는 의문이 들 법한 애매한 표현은 쓰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4. (절대 하지 말 것) 단순한 사실의 나열.
거듭 말합니다만, 자기소개서는 생활기록부에서 말한 것을 '보충'하는 것이지, 단순히 '재확인'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생활기록부에서 두드러진 사항은 자기소개서에서도 써 주는 게 좋습니다. 생활기록부에 스펙을 절대 쓰면 안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오히려 본인 스펙 가운데 자랑할 만한 게 있다면 이것을 자기소개서에 써 주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만점에 가까운 영어 공인 점수나 전교 수위권의 내신 성적은 자기소개서에 써 줘야겠지요. 그래야 부각이 되니까요. 제 말은, 자기소개서 전체가 이런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얘깁니다. 08년 자기소개서의 2~5 문항을 보면, 전부 내용과 사실의 나열로 가고 있습니다. 무슨 활동을 했으며, 무슨 책을 읽었는데 그 내용은 어떻더라... 이건 자기소개서라기 보다는 '이력서'죠. 이력서는 이렇게 써도 됩니다. 네이버에서 사람 이름 치면 'XX대학교 XX학 학사' 'XX고시 XX회 합격' '제 X대 XX부 장관' 이렇게 쫙 뜨지요? 이런 게 바로 이력서입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혼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학교 글쓰기 시간에 가면 확연히 구분해서 배웁니다. 사실의 나열은 이력서에나 필요한 것이지요. 09년도 자기소개서는 조금 더 신경을 쓰기는 했습니다만, 2번의 고교 생활 문항에서는 역시 사실의 나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그것을 '대학 수학 준비'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갖고 엮어줬어야 하는데 이걸 제대로 못한 거지요. 이런 자기소개서가 눈에 띄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글을 쓰면서 이게 혹시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되지는 않는가를 염두에 두시길 바라겠습니다.
5. 잘 모르고 쓰는 것.
역사 인강으로 유명하신 K모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X도 모르는 건 쓰지 말라.'고 하시지요 ㅋㅋㅋㅋㅋ 수능이건 뭐건 간에 이것은 인생의 진리입니다. 자기소개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쓰면 대번에 들통이 납니다. 더구나 여러분이 쓰는 자기소개서를 읽어볼 교수님들은 프로입니다. 딱 보면 이 친구가 뭘 알고 썼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용을 부풀렸는지 한 번에 아십니다. 매일 하시는 일이 그거니까요. 저의 09학년도 자기소개서를 보면, 이건 경영학과 자기소개서인지, 자원경제학과 자기소개서인지 조금 헷갈립니다. 즉, 경영학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단 것이지요. 실제로 이때는 자유전공, 경제학부, 경영학과 세 학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경영학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기 때문에 경영학과가 뭘 배우는 학과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관심 있는 쪽으로 자기소개서를 옮기려다 보니까 오히려 경영학과 색채가 옅어졌지요. 그러면 이건 경영학과 자기소개서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따라서 잘 모르는 것은 쓰지 마시던가, 아니면 조금 알아보고 쓰시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과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도 상당히 좋은 자료들이 많습니다. 학과의 교육 이념이나 주요 동문, 연혁, 배우는 과목들, 학문에 대한 소개글 등등 괜찮은 자료가 많아요. 특히 요즘은 학과별로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과별로 홍보대사도 있어요. 어쨌거나, 내용을 정리하자면 잘 모르는 내용은 쓰지 말던가 아니면 알아보고 쓰시길...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대부분은 이미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겠지만 사례를 통해서 보셨으니 느낌은 조금 다를 수가 있겠네요. 제가 언급한 부분을 스크롤 올려서 다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았으니, 무엇을 해야 되는지는 이를 반대로 돌리면 됩니다. '~을 하지 말라.'는 게 소극적인 대책이라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을 해라.'는 좀 더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DO)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지원 동기에서는 개인적 소신과 사회적 동기를 함께 서술한다.
보통 지원 동기를 이야기할 때 본인의 개인적 소신만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뚜렷하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본인의 개인적 소신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단순히 CEO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최근 문화 산업의 파워가 엄청난데, 우리 나라 문화를 세계 속에서 알리기 위해 영화 산업의 CEO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며 사회적인 필요성을 함께 써 준다면 좀 더 설득력있는 자기소개서가 되겠지요. 08년 자기소개서에는 이게 없습니다. 09년에는 이게 들어 있지만 조금 연결이 부자연스럽구요, 10년 자기소개서는 위인전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위인전의 리더들처럼 사회를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가운데 읽은 게 바로 경영자의 전기문인데 왕이나 장군, 대통령뿐만 아니라 경영자도 훌륭하게 나라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CEO의 꿈을 품었다~고 구체적이면서도 개인적동기와 사회적 필요가 전부 드러나게 써 주었지요. 이처럼 지원 동기를 쓰실 때 사회적 필요성도 적절히 넣어 주신다면 (그렇다고 너무 뻥을 쳐서도 안되겠지요 ㅋㅋ 삼성, LG를 능가하는 재벌이 되겠다거나,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겠다거나...) 훨씬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겠지요.
2. (반드시 할 것) 구체적으로 써라.
아마 이 말 역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써라!' 근데 말은 쉽지, 실제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뭐가 구체적이고 추상적인지 구분이 쉽지가 않거든요. 이는 자기소개서 사례를 본다면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저의 경우에는 08년도는 너무 추상적, 09년도는 조금 추상적, 10년도는 구체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사례를 통해서 무엇이 구체적인 자기소개서인지 파악하신 다음에, 실제로 쓰실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염두에 두시면 될 듯 합니다. 먼저 글을 읽고 의문이 없어야 합니다. 글을 읽고 '왜?' '어떻게?'와 같은 질문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한 문장 한 문장을 쓰시면서 과연 교수님이 이것을 읽고 본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지를 계속 자문해 보세요. 그리고 본인이 쓴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해 보세요. 제가 외대에 있을 때 젊은 교수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시간에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요(외대에서 쓴 자기소개서로 연대에 갔다는 ㅋㅋㅋㅋㅋ) 그 교수님께서는 상당히 깐깐한 분이라서 학생들이 써 온 자기소개서를 나와서 읽으라고 시키신 다음에 계속 질문을 하십니다. 한 번은 같은 과 학생 한 명이 통계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을 했어요. 근데 외대에는 통계학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에서 통계학을 못할텐데,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까 대학원에 가겠다고 하네요. 그러면 대학원에 가서는 응용통계학, 수리통계학 등등 여러 통계학 중에 무엇을 전공할 것이냐고 하니까 아직 그까지는 생각을 못 해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수업 준비를 제대로 안 해왔다고 결석 처리를 하시더군요. ㄷㄷ (저도 이게 무서워서 정말 열심히 썼습니다... 학점이 걸려 있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위에서 교수님이 제 자기소개서를 칭찬해주셨다고 했는데, 바로 이 분입니다.) 이처럼 본인의 자기소개서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해 본다면 훨씬 자기소개서가 구체적으로 쓰여질 뿐더러 본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용도 떠오르게 됩니다. 비록 여기서 생각한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기존의 것보다 자기소개서가 좋아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며 자기소개서를 쓰시길 바랄게요.
3. (반드시 할 것) 남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써라.
자기소개서는 독창적으로 써야 한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독창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이 스스로(獨) 만들어낸(創) 것이 되겠지요. 즉 남과의 차별 지점이 뚜렷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글이 마찬가지이지만, 자기소개서는 이게 더욱 중요하지요. 어떻게보면 '대학'이라는 소비자 집단에 '자신'이라는 상품을 공급하는 데 쓰일 홍보물과 같기 때문이지요. 뽑히기 위해서는 튀어야 합니다. 하지만 튀는 것도 잘 튀어야 합니다. 저의 09학년도 자기소개서처럼 튀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경영학과 지원서'라는 큰 주제의 틀을 넘어버린다던가, 아니면 감명깊게 읽은 책에 '강철의 연금술사'를 적는 것과 같이 사회적 틀을 지나치게 뛰어넘어 버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을 한 단계만 뛰어넘어 보세요. 여러분이 글을 쓸 때 문장 문장마다 과연 이 내용이 나만 쓸 수 있는 것인지, 다수의 학생이 쓸법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서, 전자 산업의 CEO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문장을 쓸 때는 이게 나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학생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쓰는 것을 멈추고 이를 어떻게하면 참신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얘기지요. 아예 전자 산업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바꾼다던가, 아니면 전자 산업 중에서도 뭘 할지 구체적으로 쓴다던가 해서 참신성을 높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의 08학년도 자기소개서처럼 토씨 몇 개와 조사만 다른 '자기소개서 복사본'만이 양산될 뿐입니다. 08년도 자기소개서의 사례를 본다면, 저는 경제 관료가 되겠다고 했는데, 차라리 이걸 '무역공사 사장'이라던가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같은 구체적인 직함을 넣던가, 아니면 '선배인 XX장관처럼 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상 전문 관료가 되고 싶다.'고 한 다음에, '이를 위해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경제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며 자신의 노력을 써 준다면 훨씬 더 돋보이면서도 완결성도 높은 자기소개서가 되겠지요. 저는 10학년도 자기소개서는 이런 방식으로 썼습니다. 롤모델도 중요하지만 인지도는 생각보다 낮은 sony사장 '모리타 아키오'로 설정했으며, 다른 학생들이 많이 생각할법한 전자, IT, 금융이 아닌 '교육, 문화 산업'으로 진로를 설정했어요. 원래 관심도 많은 부분인데다가 다른 학생이 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덕목과 이로 인해 자랑스러웠던 경험'으로는 다른 학생들도 많이 쓸법한 '의지력'을 꼽았습니다만 그 경험으로서 '개근상'이라는, 어떻게 보면 하찮게 보일 수도 있는 수상 경력에 의미를 부여하여 독창적인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남이 쓰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하여 서술하시길 바랄게요.
4. 임팩트 있는 문장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라.
때로는 한 문장이 책 한권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격언이라는 것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구요.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보다 깔끔한 한 문장으로 얘기를 요약하는 게 더 인상적일 수가 있습니다. 또한,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서 서두에 인용 형식으로 한 문장을 넣어줘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학생은 지원 동기를 밝히는 문항을 '화살을 건 이상 쏴야 한다.'는 중국 속담으로 마무리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더군요. (결과적으로 이 학생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장학생으로 합격했습니다. 수험가에서 유명한 친구에요 ㅋㅋ) 그리고 조선일보에서 나오는 취업 섹션에 CJ그룹 해외판매부에 합격한 중문과 졸업생의 자기소개서가 소개되었는데, 그 사람 역시 '베이징의 식탁에도 김치를 올려놓자!'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여 주목도를 높이는 동시에 해외에 한국 식품을 알리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요약하여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 10학년도 자기소개서는 해당 문항마다 중요한 문장을 맨 앞에 따옴표('') 형식으로 제시하여 주목도를 높였고, 맨 마지막 문장에는 스페인 격언 등을 인용하여 역시 참신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나는 꿈이 있습니다.'와 같이 너무 잘 알려진 문장을 쓰는 것은 오히려 식상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참신하면서도 깊은 뜻을 갖고 있는 문장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더 좋은 자기소개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5. 사례와 숫자는 구체성을 더해주기 위한 좋은 도구이다.
숫자와 사례는 그것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숫자와 실제 사례, 명칭 등을 통하여 내용을 설명한다면 글의 구체성과 신뢰성을 높여 주겠지요. 08년도 자기소개서처럼 '영어 공인 성적'을 받았다고 쓰거나, '비인기 동아리'라는 표현을 쓴다기 보다는, 'TEPS 923점'이라는 표현이나 '15명 정원에 3명 지원'이라는 표현이 훨씬 와닿겠지요. 사례와 숫자를 잘 활용하셔서 구체적인 자기소개서를 쓰시기 바랍니다.
6. 모든 것을 다루기보다는 중요한 사항을 심층적으로 다루어라.
독서 활동이나 고교 활동과 관련한 문항을 작성하는 데 특히 중요한 사항입니다. 이러한 활동과 관련해서는 기록할 게 참 많습니다. 특히 고교 활동 가운데 임원이나 동아리는 상당히 긴 시간동안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뭐를 써야 할 지 막막하기 십상입니다. 저도 08년 자기소개서에서는 뭘 써야할 지 몰라 그냥 활동 전반에 대해서 요약적으로 서술했는데, 위에서 말했듯 단순한 사실의 요약은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가뜩이나 자수도 모자라는데 생활기록부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사항을 기록해 놓으니까요. 그러므로 활동 관련 부분은 중요한 사항만을 골라서 서술하시길 바랍니다. 09학년도나 10학년도 모두 활동 부분은 괜찮게 쓴 편인데요, 모든 활동을 쓰기보다는 여기서처럼 '동아리 폐부 위기 극복과정'이라던가 '학급회장 때 학급이 학년 1등 한데 일조한 경험', 혹은 '신문사 견학을 갔는데 가판 신문을 과감히 없앤 것이 눈에 띄었다.'는 것처럼 인상적인 것을 중심으로 상세히 써 주시길 바랄게요.
7. 사실이나 결과물 그 자체보다는 이를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나 교훈을 서술하라.
역시 활동 관련 문항을 작성하는 데 중요한 사항입니다. 보통 독서 활동이나 고교 활동을 제시하라면 활동 내역만 기술하고 느낀 점은 짤막하게 서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누차 말하듯 활동 내용 그 자체는 생활기록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뭘 느꼈냐지요. 따라서 내용도 서술하기는 해 줘야 겠지만 활동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과 교훈을 중점적으로 써 주셔야 합니다. 08년도 자기소개서의 독서와 고교 활동 문항을 보시면 대부분 내용 요약만 해 놓고 소감은 뻔한 얘기만 한 줄 정도 써 놓으신 것을 볼 수 있을겁니다. 반면 09년도 자기소개서와 10년도 자기소개서는 활동 내역 보다는 그곳에서 무엇을 느꼈으며 어떻게 활동이 진행되었는지를 상세히 기술해 놓았습니다. 뒤의 두 자기소개서, 특히 하나의 활동을 골라 서술하는 10년도 자기소개서가 우수한 평가를 받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감상문이나 소감문을 작성하라면 줄거리 요약이 80% 이상을 차지하던 버릇(ㅋㅋ)이 고3까지 오는 경우가 많은데, 과감히 이를 탈피하시길 바라겠습니다.
8. 자신이 그 전형과 학교에 알맞는 인재상이라는 것을 보여라.
자기소개서의 중요한 목적 하나가 과연 이 학생이 우리 학교에 알맞는 인재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지요?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려면 자신이 그 전형 또는 학교의 정체성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겠지요. 저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글로벌리더 전형에 지원했는데, 경영대학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Globality고, 동시에 글로벌리더 전형 자체가 국제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때문에 '5년 전부터 글로벌리더 전형으로 국제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귀교의 정체성에 저의 능력과 포부가 합치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를 말미에 넣어주었습니다. 더구나 문항 자체가 '왜 선발해야 하는가?'였기 때문에, 이 문구가 없었다면 조금 겉돌 수도 있었던 글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지요. 학교나 학과가 중시하는 인재상은 홈페이지에만 가 봐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 모르겠으면 교수님께 E-Mail을 보내 봐도 좋구요. 제가 예전에 읽었던 사학과 지원 학생의 경우에는 교수님께 E-Mail을 보낸 얘기도 자기소개서에 적더군요. (결과적으로 합격을 했습니다. 서울대 인문2에요)
9.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유형 - 역경 극복과 발상의 전환.
대학에 들어와보면 교수님들께서는 똑똑한 사람도 좋아하십니다만, 공부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을 특별히 아끼십니다. 특히 조금 어려운 게 있다고 하더라도 투정부리거나 게으름피우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세요. 그래서 아무리 시험을 잘 봐도 출석 점수와 참여도가 낮으면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러분의 자기소개서를 읽으실 분들은 바로 이러한 교수님들입니다. 따라서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자기소개서에 써 놓는다면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가 있겠지요. 특히 조금 연세가 있으신 교수님들은 요즘 구직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고 한 군데 붙어 있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보고 '끈기가 없다'며 걱정을 하십니다.
특히 제가 다니는 연세대는 수시 전형 합격자 오찬회에서 '연대생은 끈기가 좀 더 있으면 좋겠다.'며 넋두리를 하실 정도로,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다르게 말하면 불편한 걸 잘 못 참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직업 현장에서 이직률이 가장 높은 편이래요. 그래서 아예 자기소개서 문항에 '역경 극복 과정'을 쓰라고 적어 놨습니다.(상당히 파란만장한 수험생활을 보낸 저에게는 희소식이었지요 ㅋㅋ) 어쨌건 간에, 교수님들은 역경을 극복한 인간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쓰시길 바랍니다. 부풀리거나 만들지는 말고, 최대한 솔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쓰시길 바랍니다. 제 수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잘 읽었다고 하시던데, 저는 정말 순도 100%의 사실만 썼습니다. 이처럼 진실되고 구체적으로 쓴다면 이목은 자연스럽게 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역경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 솔직히 써 주세요.
대학 교수님들은 또 '발상의 전환'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기존의 것을 뒤집어서 볼 수 있는 사람을 아낀다는 것이지요. 최근 각광받는 창의적, 창조적 인재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통념을 뒤집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보통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길을 갔던 경험을 써 주신다면 주목도가 높아질 거에요. 저는 10학년도 세 번째 문항에서 약한 체력을 처음에는 공부하는 데 장애물이라 느꼈다가, 나중에는 '그만큼 철저히 몸관리를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을 전환했다는 내용을 써 줬습니다. 역경의 극복을 발상의 전환과 엮어 줬으니, 아마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위에서 제가 말한 게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절대 아닙니다. 제가 쓴 '개근상'이라던가 '전학'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단지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남들과는 약간 다른 시선에서 봤을 따름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반추해 보신다면 뭔가 하나 쓸 거리가 나올 겁니다. 그러니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 번 찾아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것 말고도 당부할 사항으로는 우선 시간을 좀 두고 작성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08년이나 09년 모두 임박해서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니까 제출하고 나서 '이걸 쓸걸...'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10년은 1학기 내내 수업을 듣고, 8월 말부터 준비를 했습니다만 지금은 이게 힘드니까 9월 모평 끝나시고라도 바로 시간을 투자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여러 과의 버전으로 써 놓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바꾸기 귀찮아서, 다른 과가 훨씬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원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이 지원할 것 같은 두세 개 학과의 버전으로 자기소개서를 준비해 놓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저는 경제학과, 경영학과, 자유전공학부 세 버전으로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영대를 질렀지만요 ㅎㅎ 물론 시간이 없으시거나 한 과에 대한 목적 의식이 뚜렷한 경우에는 굳이 고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4. 자기소개서 작성의 튜토리얼(실제 작성 과정)
자... 작성의 원칙을 알려 드렸으니 이제는 실제로 써 보도록 합시다. 실제로 쓰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가 있습니다. 이것 역시 제가 제시하는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으니 또 괜히 그대로 따라하시다가 '님 2번에서 막혀서 자기소개서가 안 써져요 ㅠ.ㅠ 내일 아침이 제출인데 저 어떡하나요' 이러지 마시고 ㅎㅎ 참고만 하시길 바랄게요.
1) 다른 사람의 작성 사례 읽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는지 읽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작가들이 작품을 쓰기 위해 경쟁 작가의 작품을 세세히 읽는다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죠?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소개서도 시간을 두고 '공부'하신다면 어떻게 써야 할 지 감을 잡으실 수 있을겁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목적에서구요. 일단 제 자기소개서가 3개 있고, 텐볼이나 수만휘를 뒤져 보시면 요즘 자기소개서 관련 이벤트를 하고 있으니까 예시가 꽤 있을겁니다. 본인이 지원을 생각하는 학과의 자기소개서를 출력하여 무엇을 해야 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 이끌어 내시면서 본인의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웬만하면 합격자 자기소개서가 좋겠지요? ㅎㅎ
2) 관련 자료 수집하기
관련 자료라고 하면, 본인의 스펙이라던가 학교와 학과, 전형의 목표 사항, 특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대학교 글쓰기 교재를 하나 빌려서 보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대학교에 가서도 취업용으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학의 글쓰기 교재에는 자기소개서 관련 내용이 들어있기 마련입니다. 거기에 보면 자기소개서 작성 예시와 첨삭본도 있고, 지켜야 할 원칙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취업용 자기소개서와 입시용 자기소개서는 조금 포인트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자신을 뽑아달라는 중심 목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참고한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안해 하실 것은 없습니다. 이 글도 글쓰기 시간에 배운 것을 참고하여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3) 자신의 과거-현재-미래 서술하기
자기소개서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과거-현재-미래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가 인생을 이렇게 살았고(과거-인생 궤적), 지금은 이런 노력을 하고 있으며(현재-고교 생활, 활동, 노력, 지원 동기) 앞으로는 이렇게 살테니(미래-수학 계획, 포부) 뽑아 달라는 얘기지요. 따라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내용들을 떠올려 보신다면 아마 쓸 거리가 좀 더 많아지지 않겠나 싶네요. 보통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형식의 자유로움이 주는 막막함에 매몰되거나, 문항과 자수 제한의 답답함에 파묻혀서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렇게 과거-현재-미래라는 틀을 갖고 생각한다면 한결 생각이 편해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4) Keyword로 뭉쳐라!
키워드는 사실상 모든 과정에서 유의해야 합니다. 3)이나 5)에서 쓴 내용 가운데 '얘를 반드시 써야겠다.' 싶은 것은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 놓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포함시킵니다. 그리고 생각을 떠올리는 과정에서도 키워드 중심으로 이를 정리한다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결 편합니다. 사실 키워드나 과거-현재-미래 모두 위에서 말한 외대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이 분 께서는 과거와 관련된 키워드 한 개, 현재에 관련된 키워드 2개, 미래와 관련된 키워드 2개를 써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때는 경제학과 버전으로 써 놨기 때문에, 과거는 '전학', 현재는 'Global Mind'와 '경제학'. 미래는 '관료'와 'Renaissance man(르네상스 맨 ; 쉽게 말하면 엄친아...지요 ㅋㅋ)'이라는 단어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 단어도 '구체적'. '창의적'이지가 않으면 결석처리가 되었지요 ㅋㅋㅋㅋ) 교수님께서 첫날에는 키워드, 둘째 시간에는 키워드로 첫 문장 하나씩, 그 다음 시간부터는 키워드로 문단 하나씩 써오기를 숙제로 시키셨습니다.(물론 중간에 나가떨어진 학생들이 많았지요 ㅠ.ㅠ) 맨 마지막 날 5개의 문단을 합치니까, 정말 훌륭한 자기소개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도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내용을 생성해 나가신다면 훨씬 자기소개서 작성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첫날 오전에는 키워드, 점심 먹고는 중심 문장 쓰기, 그 다음날과 모레는 문단 완성하기... 이렇게 내용을 만들어 내신다면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겠나 싶네요.
5) 생각나는 대로 써보기
보통 글쓰기 시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자유 기술'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막 써본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글을 쓸 때는 떠오르는 대로 막 써 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잘 써야지!'라는 강박 속에 글을 쓰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그것이 정돈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장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일단 떠오르는 내용을 닥치는 대로 적어 보시고, 그 내용을 엮고, 비판하고, 고쳐 보세요. 조금 덜 막막해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6) 다듬기
모든 글이 그렇듯, 자기소개서도 퇴고를 해야 합니다. 특히 자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보기에 이건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소개가 되겠다 싶은 내용이나 중복된다 싶은 내용, 혹은 식상한 내용을 수정하고 삭제하시면서 자수를 맞추는 데 주력하시길 바랍니다. 다듬은 자기소개서를 최대한 많은 사람한테 읽히고 첨삭해 보세요. 저는 이렇게 첨삭해 줄 사람이 옆에 없어서 참 아쉬웠습니다만, 이제는 수만휘에서 자기소개서 첨삭단도 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한 사람에게만 읽히기 보다는 여러 사람에게 읽혀보세요. 왜냐하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인생 궤적에 따라 보는 눈이 달라지거든요. 멘토들 중에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달라고 졸라 보시구요 ㅋㅋ 혹시 지인 중에 대학 교수가 있다면 더없이 좋겠군요.
휴.. 드디어 글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늘 드리는 말씀처럼, 제가 하는 말은 진리가 아니라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의 일부기 때문에 하나의 참조 사항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며 위의 모든 사항을 전부 따라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요. 저 역시 하나의 불완전한 사람이니까요.
여러분들은 아마 지금쯤 열심히 탐구영역 시험을 보고 계실 겁니다. 오늘 아침에 곤파스(고려대 잉여 집합소인 고파스랑 이름이 비슷해서 더 잘 외워지네요. ㅋㅋ) 태풍 때문에 차가 뒤집어지고 나무 뿌리가 뽑히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는데요(이때문에 저는 택시를 탔는데도 20분 지각했다는... ㅠㅠ)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묵묵히 공부하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시험 잘 보시고, 그 전에도 특강 몇 개 열까 생각 중이기는 합니다만 9월 말~10월 초 논술 시즌에 '논술' 관련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텐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