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고운길에서 봉산 둘레길, 이번 12월 14일 서오릉에서 송년모임 한다고 해서 참고삼아 올립니다.
걷기는 참가안하고 후기만 올리는 것 같아 쑥스럽지만, 잘 걷기 위해 올리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길~~
10월 11일 토요걷기는 서울둘레길 7구간중 봉산-수국사를 걷고 이어 서오릉 내 왕릉을 보고 산림길을 한바퀴 도는 여정이었습니다.
봉산-서오릉 구간은 원래 서울둘레길 7코스로 봉산-앵봉산-구파발로 이어지는 길인데 서오릉 내 왕릉 뿐 아니라 관리하는 임도를 산책로로 만든 5km 산림로가 워낙 좋아 서오릉에서 길을 멈췄습니다.
서울둘레길은 북한산-용마산-관악산-봉산을 잇는 157km의 순환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곳 봉산 구간이 초행길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마 서울 서북쪽 외진 곳이라 발길이 드물었겠죠. 그런데 이 지역은 서울에서도 개발이 가장 늦게 이뤄진, 가장 전형적인 저개발 지역입니다. 맞은편 한강 지역이 이른바 상암동 난지도 일대입니다. 반대쪽은 북한산 밑 은평구 불광동 일대입니다. 이런 지역적 배경으로 봉산 구간은 개발의 마수를 피해 명품 숲길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발 207m의 봉산 구간을 유유자적 걷습니다. 높지 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상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지만 계속 올라가는 길, 힘들어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운동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낮은 산이라도 골은 깊어 한참 올라갑니다. 새삼 작은 길, 작은 산이 모여 큰 길 큰 산이 되며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봅니다. 큰 길 큰 산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겠죠.
봉산 전망대에서 북한산 일대를 둘러보고 수국사로 내려옵니다. 수국사는 1459년(조선 세조 5) 세조의 명으로 창건되었는데 이는 1457년 8월에 세조의 큰아들 숭(崇)이 죽자 덕종(德宗)으로 추존하고 넋을 위로하고자 절을 짓게 한 것입니다. 수국사는 대웅전을 금색으로 도금한 황금(보전)사찰로 유명합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대웅전 안 불상을 바라봅니다. 개인적으로 황금으로 도색된 법당 안에 계시는 부처님이 흐뭇해할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서오릉은 서울 서쪽과 경계를 이루는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창릉·익릉·명릉·경릉·홍릉 등 5기의 왕릉이 있어 불리는 이름입니다. 총면적 55만 3,616평으로 구리시의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왕조의 왕실 족분군이며 가까운 곳에 서삼릉, 조금 더 가서 파주삼릉(공,순,영릉)을 합하면 무려 11기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숙종의 원비 인경왕후의 능인 익릉. 숙종과 제2계비, 제3계비는 명릉에 나란히 누워있고 숙종이 사랑한 여인 장희빈은 조금 떨어져 대빈묘에 있음. 원비이면서 죽어서도 숙종 곁에 묻히지 못한 비운의 왕비.
서오릉은 1457년(세조 3) 세조는 원자였던 장(璋, 덕종으로 추존)이 죽자 길지를 물색케 했고, 이때 지금의 서오릉터가 순산순수(順山順水)의 길지로 간택되어 세조가 직접 답사한 뒤 경릉(敬陵)터로 정하매 조선왕족의 능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뒤 덕종의 동생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의 창릉(昌陵), 숙종의 정비 인경왕후 김씨의 익릉(翼陵),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민씨의 쌍릉과 제2계비 인원왕후 김씨의 능을 합쳐 부르는 명릉(明陵), 영조의 비 정성왕후 서씨의 홍릉(弘陵)이 들어서면서 서오릉이라 불리게 됩니다.
서오릉엔 그밖에 명종의 아들 순회세자(順懷世子)와 공빈 윤씨(恭嬪尹氏)가 묻힌 순창원(順昌園)이 있고, 영조의 후궁이며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묘를 신촌에서 옮겨온 수경원(綏慶園), 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禧嬪張氏), 흔히 장희빈의 대빈묘(大嬪墓)가 있죠(수국사와 서오릉에 대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참고, 인용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가까운 서오릉을 자주 갑니다. 가면 왕이나 왕비의 능 보다 장희빈과 영빈이씨 묘 앞에 더 오래 서 있게 됩니다. 사실 토요걷기도 서오릉 일대만 돌아도 나름 좋은 길이지만 좀 짧을 것 같아 봉산길을 추가한 것입니다.
장희빈, 조선왕조 오백년 악녀의 대명사였죠. 영빈이씨, 누구나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은 알아도 아버지 영조나 부인 혜경궁 홍씨, 아들인 정조에게만 관심이 갔지 그 어머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죠. 어쩌면 장희빈과 영빈이씨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 갖고 들여다보면 역사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이 상당부분 진실과 멀리 비켜 서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희빈은 숙종이 사랑한 여인, 둘 사이에 아들을 낳아 세자가 되고 경종으로 즉위하지만 사약을 받고 죽은 여인이자 천하에 악독한 여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왕의 언행을 기록하는 가장 근엄한 사관조차 “장희빈은 자못 이뻤다”라고 할 정도로 재색이 뛰어난 여인이었지만 강력한 가문아닌 소수파 출신으로 권력투쟁에 패배한 순간 아무것도 아닌 오명만 남기게 된 것입니다.

장희빈의 대빈묘. 왕족이 아니라 소박한 구조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이씨는 2남4녀의 어머니, 사도세자의 죽음 앞에서 사관은 단 한줄 그녀가 “매우 의연하였다”라고 기록합니다. 영빈이씨는 남은 자식을 지키는 것이 더 급선무였겠죠.
가끔 영빈이씨가 누워있는 수경원 앞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에 가장 슬퍼할 사람이 누군가 생각합니다. 당연히 어머니이겠죠. 그런데 자식을 죽음으로 몰고 82세, 당시로서는 드물게 장수한 영조가 회한에 가득찬 말년을 보냈을 생각을 하니 더 고통스러웠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새삼 권력의 비정함, 구중궁궐 속 인간군상의 비루함이 떠오릅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무수리 몸에서 태어난 영조의 신분적 컴플렉스, 사도세자의 일탈, 집권 노론 일파의 압박등이 혼재된 결과지만, 왕조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것에는 다분히 광기도 포함됐으리라 생각됩니다.

영빈이씨의 수경원
물론 장희빈과 영빈이씨에 대한 관심은 역사의 패배자, 혹은 약자에 대한 배려나 온정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 역시 살벌한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투쟁 한가운데서 움직인 사람들이고, 그들만의 세상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죠.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일반 백성의 입장이나 소리는 귀도 안기울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져야 하는 것은 역사가 승자의 기록만은 아니라는 것을 가끔은 깨우쳐 주기 때문이겠죠.
서오릉 구간을 마치는 순간 남아있는 햇살이 꼬리만 왕릉을 따사롭게 비춥니다. 돌아서면서 생각을 해봅니다. “저기 누워있는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한평생 구중궁궐 속에서 자신들만의 영화를 위해 온갖 음모와 배신, 권모술수만 난무했던 곳에서 살은 사람들. 정말 그들은 행복했을까? 이런 물음 속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모처럼 청명한 가을, 봉산-서오릉 구간은 역사의 길과 만추의 길이 만나는 곳이었고, 좋은 숲길도 걷지만 역사의 길 속에서 조그마한 교훈 혹은 생각을 갖고자 함이었습니다. 다만 워낙 많은 분들이 움직이다 보니 설명도 불충분했고, 2개의 코스를 하나로 묶는 바람에 마음만 바빠 봉산 구간을 재촉하다 보니 일부 회원분들에게는 조금 힘든 길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6호선 DMC역 5번출구로 나와 우방아파트 옆 들머리로 올라가는 서울둘레길 봉산구간. 저개발지역인 이곳도 턱밑까지 아파트가 올라와 숲을 이루네요.

조금만 올라가도 탄성이 나올만큼 좋은 숲길이 나옵니다.


가을햇살 속 봉산길을 여유롭게 걷습니다.

서울둘레길 봉산구간 표시

봉산 전망대 가기 직전 북한산 아래 은평구 불광동 일대입니다. 이곳은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이죠.



봉산 봉수대는 2개의 연탑이 있습니다.

봉산정

20살에 죽은 세조의 맏아들 덕종의 안녕을 비는 절로 개창한 수국사. 황금보전, 황금사찰로 유명하죠.

황금사찰, 대웅전 안 부처님들이 흐뭇해 하실까요?

5km에 달하는 서오릉 내 산책길도 훌륭합니다.

원래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에 있는 묘를 이장한 장희빈 대빈묘.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이씨를 모신 수경원. 원래는 신촌 연세대 교정 안에 있었습니다.

서오릉 내 산림로. 해가 점점 짧아집니다.
첫댓글 어릴적 백일장으로 자주 갔던 서오릉의 모습이네요.
지금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모습이라 가볍게 한번 다녀와도 될듯 싶은데,
일요일은 저도 늘상 정해진일이 있어 오후 모임에나 참여하게 될거 같았거든요.
이렇게 사진이라도 미리 보여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자주갔던 초등때 소풍장소이기도 하지요^^ 자세한 설명으로 역사공부 잠시하고갑니다
언제나 볼까나 기다립니다.
낙화유수님~ 지금도 변함없는 깔끔한 후기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11.20 에메스님 리딩(서울둘레길 7코스, 봉산길)으로 다녀온 곳입니다.
낙화유수님의 재미난 해설과 함께 감상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감사드립니다^^*
해피한 12월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