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 브랜드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향수를 뿌린 사람은 개성이 없게 느껴진다. 한때 D브랜드의 남성 향수가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D향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세련된 남성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지만 꽤 세련된 남자라고 여겼던 사람이 너도 나도 뿌리던D향수의 향을 풍겼을 때는 ‘그저그런’ 남자로 여겨져 오히려 매력이 반감곤 했다. 이렇게 향기에 대해 민감한 내가 한 눈에 반한 향수가 있다. 바로 ‘크리드’다.
크리드는 1760년 제임스 헨리 크리드가 영국 런던에 ‘하우스 오브 크리드’라는 향수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크리드를 사랑했던 빅토리아 여왕은이 향수를 영국 황실 공식 향수로 지정했고, 곧 유럽 모든 황실의 공식 향수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소수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크리드는 200여종의 향수들이 독창적인 수작업을 통하여 탄생된다. 향에 대해 탁월한 감각을 지닌 크리드 가문의 6대손 올리비에 크리드(크리드의 회장이자 마스터 퍼퓨머)가 프랑스 전역과 세계 각지를 직접 돌면서 가장 순수한 세계 최고급 재료만을 선별, 향수를 제조하고 있다. 특히 크리드는 개인 주문에 의한 맞춤 향수를 제작하는 것으로 차별화된다.
크리드가 1년에 만들 수 있는 향수의 종류는 15종. 개인향수를 제작하기 위해 미팅을 하려 해도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주문한 향수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10L를 공급해주고 5년이 지나면 그 소유권은 크리드사로 이전되어대중에게 소개된다. 맞춤 향수 가격은 재료의 종류에 따라2500만원에서부터 1억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핑크색병에 담긴 ‘스프링 플라워’는 오드리햅번을 위해, ‘플러리시모’는그레이스 켈리를 위해, ‘로얄 워터’는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위해 그리고 ‘튀베로즈 앵디아나’는 마돈나를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샤론 스톤, 해리슨 포드, 줄리아 로버츠가 개인맞춤 향수를 주문한 상태고 약 2~3년 후에는 그들의 향수를 일반 소비자들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나만을 위해향수를 제작하는 영광을 누린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화장대 위에서 특별한 향을 내뿜는 크리드 핑크 보틀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들 덕에 나의 봄날 외출은 한층 로맨틱하고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