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에는 사울이 실수한 사건에 대해 기록되어 있습니다. 1절을 보겠습니다.
1 사울이 왕이 되었을 때에, 그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다.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린 것은 마흔두 해였다.
표준새번역의 이 본문에는 각주가 달려 있는데, 이런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에는, 나이를 밝히는 숫자가 없음. 70인역에는, 1절 전체가 없음. 여기 서른살이라고 한 것은, 70인역 후대 사본에 나와 있는 것임.’ 이번에는 같은 본문을 개역개정본으로 보겠습니다.
1 사울이 왕이 될 때에 사십 세라.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이 년에
개역개정본의 이 본문에는, ‘사십’이라는 글자가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거나 사본에 따라 기록이 다를 경우에 이렇게 작은 글씨로 표기합니다.
그런데 공동번역에는 1절이 아예 없이 2절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1절이 없는 이유를 각주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에는, 사울이 왕이 된 것은 한 살 때였다, 그는 이스라엘을 2년간 다스렸다, 라고 되어 있으나 불합리하다. 한 전승에 의하면, 사울은 40년간 다스린 것으로 되어 있다.’
개역개정본과 공동번역, 그리고 표준새번역이 표현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내용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런 혼란은 원본이 없기 때문에 발생된 것입니다. 원본을 사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오늘날 같으면 활자로 찍어내거나 컴퓨터로 책을 만드니까 이런 문제가 없지만, 활자가 개발되기 이전의 옛날에는 일일이 손으로 베껴서 사본을 만들었습니다. 정확히 옮기려고 했겠지만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이라 실수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쨌든 한 살에 왕이 되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고, 30살 또는 40살에 왕이 되었다는 두 가지 기록이 모두 존재합니다. 통치기간도 2년이 아니라 40년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물론 이 40년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이 모두 40년씩 통치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건 4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의 기록이지 역사적으로 정확하게 기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블레셋과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블레셋은 전차와 기병으로 무장한 반면에 이스라엘에는 그런 첨단 무기가 없었습니다. 고대시대의 전차는 말이 끄는 수레에 사람이 타서 주로 화살로 공격하는 것입니다. 기병과 비슷하지만 전차에는 훨씬 더 많은 화살을 실을 수 있는데다가 보통 두 명이 타기 때문에 한 명은 말을 부리고 한 명은 화살을 쏘는 데만 전념할 수 있어서 기병보다 강력한 무기로 간주되었습니다.
블레셋이 보유한 압도적인 전력에 이스라엘 병사들이 겁을 먹고 흩어지자 사울은 사무엘이 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가 직접 제사를 드렸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사무엘이 이 일을 꾸짖는 부분을 보겠습니다. 8~14절입니다.
8 사울은 사무엘의 말대로 이레 동안 사무엘을 기다렸으나, 그는 길갈로 오지 않았다. 그러자 백성은 사울에게서 떠나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9 사울은 사람들을 시켜 번제물과 화목제물을 가지고 오라고 한 다음에, 자신이 직접 번제를 올렸다.
10 사울이 막 번제를 올리고 나자, 사무엘이 도착하였다. 사울이 나가 그를 맞으며 인사를 드리니,
11 사무엘이 꾸짖었다. "임금님이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셨습니까?" 사울이 대답하였다. "백성은 나에게서 떠나 흩어지고, 제사장께서는 약속한 날짜에 오시지도 않고, 블레셋 사람은 믹마스에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12 이러다가는 제가 주께 은혜를 구하기도 전에, 블레셋 사람이 길갈로 내려와서 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할 수 없이 번제를 드렸습니다."
13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하였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셨습니다. 주 하나님이 명하신 것을 임금님이 지키지 않으셨습니다. 명령을 어기지 않으셨더라면, 임금님과 임금님의 자손이 언제까지나 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주께서 영원토록 굳게 세워 주셨을 것입니다.
14 그러나 이제는 임금님의 왕조가 더 이상 계속되지 못할 것입니다. 주께서 임금님께 명하신 것을 임금님이 지키지 않으셨기 때문에, 주께서는 달리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그를, 당신의 백성을 다스릴 영도자로 세우셨습니다."
사무엘은 사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원로로써 제사를 주관하는 일은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왕이 제멋대로 제사를 드렸으니 하나님께서 그를 버리셨다는 것입니다.
14장에는 사울의 승전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력에서 절대 열세였던 사울의 군대가 승리한 것은 사울의 아들 요나단의 용기와 지혜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군대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요나단은 자기의 무기를 든 병사를 데리고 기습공격을 가해서 적병 20명을 죽였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이 일로 블레셋 진영이 혼란에 빠지자 사울도 공격명령을 내려 대승을 거두는데 그 과정에서 사울의 지도자로서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기회를 잡았을 때 공격에 집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예 음식 먹을 시간도 주지 않고 공격하는 바람에 병사들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금식명령을 듣지 못한 요나단이 길에서 꿀을 찍어 먹은 것이 발각되어 죽을 위기에 몰렸는데 병사들의 탄원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사울이 여러 주변 종족과의 전투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과 그의 집안 내력에 대해 기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