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옹의 한글사랑]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세종 서문의 중국 명칭에 대한 오해
우리뉴스 | 2023.11.16 |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최근 어떤 분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우는 세종(어제) 서문의 "나라말이 중국(말)과 달라(國之語音 異乎中國)"에서의 '중국(中國)'이 15세기 중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 가운데' 곧 세종 당시의 한양(한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한글학회로 해왔다. 이런 질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글학회로 가끔 오는 문의이고 그뿐만 아니라 필자의 훈민정음 대중 강연에서도 종종 나오는 질문이다. '중국'이란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의 준말로 1949년 이후의 명칭이므로 15세기의 '중국'은 다른 뜻으로 쓰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오해를 하는 것일까?
물론 지금의 '중국' 나라 이름과 15세기 '중국'은 다른 말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서도 '중국1'과 '중국2'를 동음이의어로 구별하고 있다. '중국1'은 황허강(黃河江)을 중심으로 고대 문명이 일어난 곳으로, 전설적인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를 시작으로 1912년에 중화민국이 성립되고 지금은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과 타이완의 대만을 아우르는 통칭으로 '중국2'는 1949년 이후의 '중화 인민 공화국'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나눠서 기술하고 있다.
그러므로 15세기에 조선에서도 쓰던 '중국'이란 명칭은 일종의 통칭으로 황제가 다스리는 '중화의 나라'라는 뜻이다. 한문으로 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한글(언문)로 풀어쓴 언해본에서는 '중국'의 뜻을 '황제가 계신 나라'로 분명히 밝혀 놓았다. 당시의 '명국(明國)'이란 명칭을 쓰지 않은 것은 한자는 명나라만의 문자가 아니라 오랫동안 써온 중화의 문자이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중국'이란 명칭이 세종 서문(어제 서문) 외 이른바 '정인지서'에서도 나오는데 한자를 '중국의 문자(中國之字)'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말을 적기 위해 중국 문자인 한자를 빌려 적고 있는데 우리말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쓴 것이다.
통칭으로서의 '중국' 명칭은 이미 기원전 서주(西周, 기원전 1046년~기원전 771년) 시대부터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헌으로는 기원전 9세기-7세기에 편찬된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는 무려 7회나 나온다. 15세기 이전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 책으로 유명한, 중국 한나라 때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역사책에서 그 쓰임새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문헌에서도 '삼국유사, 삼국사기, 용비어천가' 등 우리가 아는 문헌에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명칭인데도 엉뚱한 상상으로 오해를 하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언해본을 제대로 안 읽고 안 배웠거나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배경과 역사 등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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