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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이 쩌렁쩌렁 울리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한 발짝 나가지 못하고 울기만 했지요. 궁녀들 흐느낌 속에서 들려온 비명 누구 것인지 모른 체 귀 막았어요. 씨 없는 서방님 모시고 숨죽이며 지낸 여자를 아시나요. 열한 살에 세자빈 되어 집 떠나오던 날 어머니가 흘린 눈물 마르기 전에 절하고 옷 입는 걸 익혀야 했답니다. 윗전 섬기느라 눈 아프고 서방님 병간호에 여념 없어 눈물 한 방울 떨구지못했지요. 달밤엔 창살 그림자 이불삼고 비 내리는 날 받짇고리 끌어안아 터지는 울음 달랬답니다. 눈 감고 삽년 귀 막아 십년 세자빈으로 보낸 스물 두해 동안 속 깊이 쌓인 말 곪아 터졌나봐요 동구릉 끝자락에 누운 지금 죽어서 얻은 왕비존호 누구하나 불러주지 않아도 새로이 지은 홍살문 너머 천장산 흰 구름이 날 불러주네요.
************************************************************************************ * 단의왕후는 경종의 원비로 11살에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22년이나 세자빈으로 있으면서 병약한 세자와 윗전을 잘 모셔 효행을 다하였다. 경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죽어 사후 혜릉이란 능호를 받는다. 구리시 동구릉 소재
조선 왕릉의 사연을 엮은 서사시 왕릉 이오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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