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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겨레시쉼터 원문보기 글쓴이: 박필상
기상도(氣象圖)
박 필 상
언제나 이맘때면 황하강 범람 소식 뿌우옇게 산을 넘어 황사로 날아온다. 납꽃게 구제역까지 슬그머니 다 싣고서
언제나 때만 되면 후지산 분화 소식 시꺼멓게 바다 건너 폭우로 몰려온다. 이 땅도 역사(歷史) 위에도 잿빛 앙금 남기며
<< 해 설 >>
지금 우리 나라의 기상도는 어떠한가? 쾌청일까, 갬일까? 아니면 먹구름이 뒤덮인 폭풍전야의 음산함일까? 미안하지만 필자는 가장 후자에다 표를 찍지 않 을 수 없다. 마치 광복직후 좌우익의 갈등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 박 시인도 작품 을 통하여 민족의 문제, 국제 정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면 우리의 이웃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자유스러울 수 없 는 자연 환경을 쓰고 있지만, 그 속에 든 시인의 말은 사뭇 다르다. 우리의 지리적 입지가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듯이 일일이 예로 들 필요 없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역사적 현실적 사안들의 대다수가 그들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황하강 범람 소식/이나, / 후지산 분화 소식/이 자연 현상 그 자 체에 국한한 것이 아님은 두 수 공히 종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지구촌 각국의 문화는 안방에까지 들어와 있다. 나라가 선진국일수록 그 점유율은 더 높 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우리도 현명하게,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데 작금의 나라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못해 좌절감을 느끼기에 충 분한 모양세이다. 필자는 나름대로 현재 우리 국민들의 양태(樣態)가 전통적 미적 가치는 사라지고 새 가치관(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가치관)은 확립되지않은, 말 하자면 가치관 공백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라는 없고(?) 이익 집단만 있으며 목소리만 크면 그네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200% 달성할 수 있으며, 사랑과 우애와 이해와 인내 등 부교감 신경에 의하여 표출되는 행동 양식은 일찌감치 선고를 받 아 처형되어 버렸다. 하루 빨리 사랑과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바람직한 새 가치 양식(樣式)을 확립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공 장 수천 수만 개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욱 큰 힘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냉엄 한 국제 사회에서 승자로 살아 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몫을 교육이 담 당해야 하는데 글쎄 참 한숨 나오는 이야기이다.
리 강 룡(시조시인, 구미여고교장)
******* 시조집<아련한 그리움 하나>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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