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일본에서 전신(戰神)으로 불리는 사무라이 미나모토 요시츠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밀레니엄 기획 특집으로 과거 1000년을 되돌아보면서 ‘각 분야의 베스트 10’을 선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서기 1000년에서 1999년까지 일본 역사에 등장한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정치 지도자’를 독자에게 설문한 것이지요.
일본인들이 꼽은 최고의 지도자 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최초의 무사 정권인 가마쿠라 막부(1185~1333)를 세운 미나모토 요리토모와 요시츠네 형제입니다. 요리토모와 요시츠네는 배다른 형제입니다.
이중에서도 수많은 무용담을 만들어 내며 극적인 인생을 살다 간 요시츠네는 특히 일본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합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불패의 사무라이로 추앙을 받는 한편, 요시츠네는 비운의 사무라이로 연민의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럼 일본에서 전신(戰神)으로도 불리는 미나모토 요시츠네(源義經, 1159~1189)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미모스소가와 공원에 있는 요시츠네 동상>
요시츠네는 파란만장한 삶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이자 일본 검술을 중흥시킨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가마쿠라 막부 이전의 일본 무사는 천왕과 귀족을 호위하는 낮은 신분의 계층이었으나, 미나모토 가문이 무력으로 천하를 제압하고 요리토모가 셋쇼이다이쇼군(征夷大將軍)이라는 직책을 얻은 후에는 무사가 지배 계급으로 급부상하였습니다. 천왕과 귀족은 상징적인 존재로 남게 되고, 무사 계급의 우두머리인 쇼군(將軍)이 일본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사무라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마나모토 가문이 겐페이(源平) 전쟁을 통해 숙적 다이라 가문을 제압하는 데 가장 눈부신 전공을 세운 인물이 요시츠네입니다.
요시츠네는 1159년 피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납니다. 11세기 후반에서 12세기 후반까지 백 년간은 일본이 중세 사회로 자리를 잡는 과정으로, 천왕과 귀족의 통치권이 약화되고 지방의 무사 세력이 힘을 키우던 시기입니다. 여기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무사 가문이 미나모토(源) 가문과 다이라(平) 가문입니다.
미나모토와 다이라는 한자식 발음으로 겐지(源氏)와 헤이지(平氏)라고도 한다. 미나모토 가문은 동쪽의 간토 지방을 중심으로, 다이라 가문은 서쪽의 혼슈, 츄고쿠 지방을 중심으로 정착해 있었죠. 보통 오사카와 교토 남쪽과 서쪽 지역을 서일본이라고 하고, 도쿄가 있는 간토 평야 지역을 동일본이라 합니다. 이들 두 지역은 서로 뚜렷이 구별되는 문화와 음식, 가치관을 지니며 오랜 세월 동안 반목을 거듭합니다. 이러한 지역색은 막부 체제가 성립된 후에는 쇼군이 있는 도쿄와 천왕이 있는 교토로 나뉘면서 더욱 뚜렷해집니다.
<요시츠네 초상화>
아무튼 미나모토와 다이라 두 가문을 중심으로 일본의 모든 호족과 지방 무사단이 동맹이나 혈연을 맺습니다. 이후 일본 역사의 거의 모든 사무라이 가문은 이 미나모토와 다이라에서 나왔다고 주장할 정도이지요.
그러나 한 우리에 사자와 호랑이가 공존할 수는 없는 법. 두 가문이 정면 대결을 벌인 것이 요시츠네가 태어난 해에 일어난 헤이시(平治)의 난입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쪽은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淸盛)가 수장인 다이라 가문. 미나모토 가문을 이끌던 요시츠네의 아버지 요시토모(義朝)는 일족의 근거지인 동국(東國)으로 도망치던 중 지금의 아이치 현(愛知縣)에서 적장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동시에 요시토모의 장남과 차남도 죽습니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셋째 아들 요리토모는 이즈로 유배되고, 막내인 요시츠네는 어머니와 함께 교토에서 체포되었으나 갓난아기라 죽임을 면하고 교토 교라쿠(京洛) 북쪽에 위치한 안마산(鞍馬山)의 절로 보내집니다. 그의 생모이자 아버지의 애첩이었던 도키와는 아이들을 살리고자 기요모리의 첩이 됩니다.
도키와는 고노에(近衛) 천왕의 중궁(中宮, 왕비)을 섬기던 무수리였습니다. 중궁이 교토에서 미모가 빼어난 천 명을 모아 그 중에서 백 명을 뽑고, 그 백 명에서 다시 열 명을, 열 명 가운데서 또 한 명을 뽑은 미인이 도키와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교토 제일의 미녀였던 것이지요. 그녀는 타고난 아름다움 때문에 남편을 죽인 원수의 품에 안기는 잔인한 운명을 강요당합니다.
한편 안마사로 보내진 요시츠네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화를 우연히 알게 되고 복수의 칼을 갈게 됩니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 요시츠네는 안마산의 승정곡에서 일대 기인을 만나 무술과 병법을 전수받게 됩니다. 바로 기이치 호우간(鬼一法眼)이라는 유명한 음양사입니다.
출처 : http://blog.chosun.com/article.log.view.screen?blogId=4736&logId=4514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