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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으로 스크랩 제주수선화는 다시 피는데
김창집 추천 0 조회 52 09.12.30 10:2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 직장 구내식당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1975년 3월에

부임해 겨울방학 맞기를 35번째, 내일 방학을 앞두고 마지막

점심 떡국으로 직장에서의 식사를 마감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 군데에서 그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게 용하고

엄청난 업무와 잡무를 다 처리하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이기

려고 마셔버린 술의 양이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중국이나 본토에 있는 하얀 수선화는 5∼6장의 하얀 꽃잎과

가운데 노란빛의 동그란 부화관이 있다. 그 모양이 잔대에

잔을 받친 것 같다 하여 금잔은대(金盞銀臺)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제주에서 자라는 수선화는 흰 꽃잎이 두 겹으로

9장이고 가운데에 암술과 수술로 보이는 노랗고 짧은 꽃잎

여러 개를 두르고 사이사이에 하얀 꽃잎이 솟아 있다. 오늘

오후 사라봉에서 찍었다. 


 

♧ 수선화(水仙花) - 김동명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우를 날르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 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가슴 깊이 감초이고

찬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寂寞)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의 창작집(創作集)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不滅)의 소곡(小曲).


또한 나의 적은 애인(愛人)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水仙花)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 한라수선화 - 양전형


‘사랑한다’라고 하는 건

글이 아니다

말이 아니다

생각도 춤도 아니다

잔즐대는 웃음이거나 불서러운 눈물도 아니다

‘사랑한다’라고 하는 건

매서운 눈보라 힘겨운 날

너를 향해 이렇게

내 향기를 혼신으로 열며

가만가만 피는 것이다

마음의 길 따라 뜨겁게 올라와

그대 보도록,

그대 듣도록, 그대 맡도록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일이다 


 

♧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거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아직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환한 꽃을 밀어 올리다니!


거기 문득 네가 오롯함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 수선화 피는 날 - 민영


수선화 피는 날에는

마음이 가로등처럼 밝아온다.

여러 해 전에 부서진

마른 꽃 같은 시인 생각도 나고,

임종 무렵 그 얼굴에 스쳤던

쓸쓸한 미소도 유리에 비친다.


휘몰아치는 포악한 광풍에

학교 밖으로 쫓겨난 시인은 끝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때 미친바람 일으킨 자들이

또다시 활개 치는 낮도깨비 세상에

긴 속눈썹 사이로 슬픔을 달래면서

수선화 피는 날만 기다리다

떠나간 시인.


- 황사 바람아, 그 미치광이들

아직도 숨통이 붙어 있느냐?



 

♧ 수선화(水仙花) - 유치환


몇 떨기 수선화---

가난한 내 방 한편에 그윽이 피어

그 청초한 자태는 한없는 정적을 서리우고

숙취(宿醉)의 아침 거츠른 내 심사(心思)를 아프게도 어루만지나니

오오 수선화여

어디까지 은근히 피었으련가

지금 거리에는

하늘은 음산히 흐리고

땅은 돌같이 얼어붙고

한풍(寒風)은 살을 베고

파리한 사람들은 말없이 웅크리고 오가거늘

이 치웁고 낡은 현실의 어디에서

수선화여 나는

그 맑고도 고요한 너의 탄생을 믿었으료


그러나 확실히 있었으리니

그 순결하고 우아한 기백은

이 울울(鬱鬱)한 대기 속에 봄안개처럼 엉기어 있었으리니

그 인고하고 엄숙한 뿌리는

지핵(地核)의 깊은 동통(疼痛)을 가만이 견디고 호올로 묻히어 있

었으리니                  


 

수선화여 나는 너 우에 허리 굽혀

사람이 모조리 잊어버린

어린 인자(人子)의 철없는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나니

하야 지금 있는 이 초췌한 인생을 믿지 않나니

또한 이것을 기어ㅎ고 슬퍼하지도 않나니

오오 수선화여 나는

반드시 돌아올 본연한 인자의 예지와 순진을 너게서 믿노라


수선화여

몇 떨기 가난한 꽃이여

뉘 몰래 쓸쓸한 내 방 한편에 피였으되

그 한없이 청초한 자태의 차거운 영상을

가만히 왼 누리에 투영하고

이 엄한의 절후에

멀지않은 봄 우주의 큰 뜻을 예약하는

너는 고요히 치어든 경건(敬虔)한 경건한 손일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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