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빽빽하게 사는 것과 풍성하게 사는 것은 다르다
나는 책을 살 때 가능하면 여백이 넉넉한 책을 고른다.
글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책은 읽기 전부터 답답하다.
눈이 편하지 않고, 글도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같은 내용이라도 적당한 여백이 있는 책은 한결 편안하게 읽힌다.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글을 살아나게 하는 또 하나의 언어인 셈이다.
엘리베이터도 그렇다.
정원이 열 명이라고 해서 열 명을 채우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안하지가 않다다.
한 사람쯤 덜 탔을 때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정원은 열 명이지만, 쾌적함은 열 명을 채운다고 되는것이 아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빈자리를 보면 채우고 싶어 한다.
통장에는 돈을, 이력서에는 경력을, 집 안에는 물건을, 하루 일정에는 약속을 채운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바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 날 몸은 지치고 마음은 메말라 버린다.
가진 것은 많아졌는데 누릴 여유는 사라지고,
만나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정작 마음을 나눌 사람은 줄어든다.
왜 그럴까?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채움의 양이 아니라, 채움과 비움 사이의 균형이기 때문이다.
그림 속 보랏빛 꽃 사이에 서 있는 어린아이를 보라.
아이는 꽃을 꺾어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들어 꽃을 바라본다.
소유하지 않고도 아름다움을 누리고,
서두르지 않고도 기쁨을 얻는다.
어쩌면 행복을 배우는 데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식이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인지도 모른다.
사람 사이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내 말로 상대의 입을 막지 않는 여백,
내 생각으로 타인의 생각을 재단하지 않는 여백,
상대가 실수했을 때 곧바로 비난하지 않고 한 번 더 기다려 주는 여백 말이다.
사랑은 상대의 삶을 빈틈없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숨 쉴 공간을 남겨 주는 것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잎이 빈틈없이 붙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꽃과 꽃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음악도 음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쉼표가 있어야 선율이 살아난다.
인생의 여백은 낭비가 아니다.
사랑이 들어올 자리이고, 행복이 숨 쉴 공간이며,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다.
이제는 삶을 무조건 꽉 채우려 하지 말자.
일정표에 빈칸을 남기고, 마음속 욕심을 조금 덜어 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숨 쉴 자리를 내어 주자.
빽빽하게 사는 것과 풍성하게 사는 것은 다르다.
빈틈없이 채운 삶보다 여백 속에 사랑과 행복이 머무는 삶이 훨씬 아름답다.
영등포시니어클럽 기자단/김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