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학기행> -- 충남 당진
- 심훈의 삶과 문학
오월은 신록의 향연입니다.연둣빛 잎으로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며 각자의 몸을 숲속에 감추고 있습니다. 숲은 자신의 색을 지니고 침묵으로 살아가는 나무들의 마을입니다. 이즈막 나무들은 자신의 가지에 새 잎을 달고 팔랑거립니다. 차별화된 녹색의 향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가을의 단풍보다도 더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새 잎이 돋아 초록 숲이 됩니다. 이 녹색의 향연 속에 우리의 사월과 오월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듭니다. 이미 봄꽃들은 지고 나무들은 저마다 자신의 색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습니다. 걱정들이 태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습니다.한숨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립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언제 태평성대의 시대가 있었습니까. 늘 가난과 전쟁이 이 땅을 지배했고 지배자들의 농락이 민중들의 삶을 파탄나게 만들곤 했습니다. 이민족의 침략으로 사람과 국토는 유린당해 왔습니다.
바우러(옥스퍼드대학교 교수)는 그의 저서 ‘시와 정치’(1966년)에서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파스테르나크와 세페레스와 같은 당시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과 함께 가장 뛰어난 시로 평가 했습니다. <그날이 오면>은 조국의 독립과 자유의 소중함을 향한 간절한 절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때의 시대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인식하게 됩니다. 심훈의 시는 독립된 자유의 국가에서 살고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음을 호소합니다.피와 땀과 눈물을 섞은 호소이며, 자유의 선언문입니다.
필경사
우리나라의 산과 골짜기, 들, 강과 아니 전 국토에는 이런 조상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스며 있는 곳입니다. 오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 국토를 순례하는 일은 그래서 숭고합니다.
특히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던 장소를 답사하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이런 답사를 떠나는 날은 설레임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풍경이 아름다우면 상처도 깊어질 수 있다고 했던가요. 푸르른 오월의 늦봄, 심훈의 삶과 문학의 고향과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인 충남 당진을 답사 예정입니다.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동상)
‘솔뫼’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 이라는 뜻입니다.
김대건 신부 생가
'솔뫼성지'의 솔숲
소나무 숲에는 한복차림을 한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순례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고개가 숙여집니다. 신앙 양심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천주교는 이 순교의 피로 성장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상록초등학교
당진은 역사와 전통의 고을입니다. 특히 심훈고택(필경사), 심훈묘소, 심재영( 상록수 주인공 박동혁)생가, 상록초등학교, 왜목마을, 솔뫼성지(김대건 신부 생가)를 답사하면, 문학성과 역사성이 어우러진 곳임을 알게됩니다. 당진은 당나라와 교류가 빈번하였던 역사적인 고장이며, 심 훈 선생이 민족의 소설인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와 작품의 무대 부곡리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며, 왜목마을은 서해안에서도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 마을입니다.
필경사 내부 -심훈 책상
특히 일제강점기에 불후의 명작인 소설 '상록수'의 작품 무대이며, 작가 자신이 1932년 지었던 '필경사'가 잘 보존 되어 있습니다. 안성에 있던 심 훈 선생의 묘소까지 이장하여, 문학기행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소설 상록수에서 주인공 박동혁의 모델인 심재영은 심훈 선생의 조카입니다. 심재영 선생의 생가가 필경사 부근에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당진 출신 이근배 시인은 왜목마을 바닷가에 세워진 시비에 당진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 나라의 해는 모두/ 여기 와서 뜨고/ 여기 와서 진다/ 하늘이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해를 빚어 올린/ 고운 아침의 나라/ 바다가 금빛 물살로/ 가슴을 활짝 열고/ 산이 푸른 이마로/ 오색구름 피워 올리는 곳/ 여기 왜목마을에 와서/ 백두대간의 해는 뜨고 진다/ 저 백제, 신라의 찬란한 문화/ 뱃길 열어 꽃피우던 당진/ 역사 일으킨 큰 자취 숨결 높고/ 두루미떼 날아들어 둥지를 트는/ 땅 기름지고 물 향기로운 내 고장/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우리들의 사랑 눈 시리게/ 발돋움하고 서 있나니/ 우리 모두 손잡고 나와/ 떠오르는 아침해에 꿈을 심자/ 수평선 넘는 해에 그리움을 묻자/ 산과 물이 하나되는/ 영원한 평화 영원한 아침을 노래하자/ 두루미의 날갯짓으로/ 훨훨 날아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