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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시,낭송 김 상 은
저기 저
기러기 떼가
하늘을 꿰며 간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끼룩끼룩 꿰며 간다
황홀을
뚝, 뚝 떨구며
저녁놀 뚫고 간다.
네온사인만 번쩍이노
시,낭송 김 상 은
신천
물길 따라
수성 못 찾아와서
저녁달
하도 밝아
조각배 띄웠건만
옛 들녘
어디로 가고
네온사인만 번쩍이노.
노래여 노래여/ 이근배
낭송 오인자
1
푸른 강변에서
피 묻은 전설의 가슴을 씻는
내 가난한 모국어
꽃은 밤을 밝히는 지등처럼
어두운 산하에 피고 있지만
이카로스의 날개 치는
눈 먼 조국의 새여
너의 울고 돌아가는 신화의 길목에
핏금진 벽은 서고
먼 산정의 바람기에 묻어서
늙은 사공의 노을이 흐른다
이름하여 사랑이더라도
결코 나뉘일 수 없는 가슴에
무어라 피 묻은 전설을 새겨두고
밤이면 문풍지처럼 우는 것일까
2
차고 슬픈 자유의 저녁에
나는 달빛 목금을 탄다
어느 날인가, 강가에서
연가의 꽃잎을 따서 띄워 보내고
바위처럼 캄캄히 돌아선 시간
그 미학의 물결 위에
영원처럼 오랜 조국을 탄주한다
노래여
바람 부는 세계의 내안(內岸)에서
눈물이 마른 나의 노래여
너는 알리라
저 피안의 기슭으로 배를 저어간
늙은 사공의 안부를
그 사공이 심은 비명의 나무와
거기 매어둔 피 묻은 전설을
그리고 노래여
흘러가는 강물의 어느 유역에서
풀리는 조국의 슬픔을
어둠이 내리는 저녁에
내가 띄우는 배의 의미를
노래여, 슬프도록 알리라
3
밤을 대안(對岸)하여
날고 있는 후조
고요가 떠밀리는 야영의 기슭에서
병정의 편애(偏愛)는 잠이 든다.
그 때, 풀꽃들의 일화 위에 떨어지는
푸른 별의 사변(思辨)
찢긴 날개로 피 흐르며
귀소하는 후조의 가슴에
향수는 탄흔처럼 박혀 든다.
아, 오늘도 돌아 누운 산하의
외로운 초병(哨兵)이여
시방 안개와 어둠의 벌판을 지나
늙은 사공의 등불은
어디쯤 세계의 창을 밝히는가
목마른 나무의 음성처럼
바람에 울고 있는 노래는
강물 풀리는 저 대안(對岸)의 기슭에서
떠나간 시간의 꽃으로 피는구나.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낭송 김금주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앞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자화상 - 유안진
낭송이귀선
한 오 십 년 살고 보니
나는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 한밤중
뒷 뜰 언 발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
때 얼룩이 많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는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날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 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낭송 김성한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그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 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 한용운
낭송 이재경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 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않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 할 수 있는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뱀이 되고 싶은 길
시,낭송 권영주
어느 날, 아스팔트 길 위로
뱀이 긴 몸을 이끌고
꿈틀꿈틀 옆 산의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어요
아스팔트 길, 자기도 알았다 싶어
뱀처럼 몸을 비틀어 움직이기로 했어요.
골짜기에 붙박여 꼼짝 못하고
차들의 길 노릇이 지겨웠거든요
딱딱한 몸을 일으켜 산꼭대기에 오르니
너른 들 넓은 세상 기분이 상쾌했어요
그러나 야단났어요
나무 풀 돌덩이까지
아우성을 질렀어요, 숨 막힌다고.
아스팔트는 숨 한번 크게 쉬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세상이 조용해졌지요.
차들도 고마워하며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고요.
뱀이 다가와 낼름 혀를 내밀고
또 지나갔어요.
매화
시,낭송 김민영
잔설 속 아린가슴 쏟아내는 매화 향기
그대에게 가득실어 보낼 수 있다면
내 기꺼이 그 수고로움 힘들어 하지 않으리
매화 향기 보다 더 찐한 그대향기
내 가슴 가득 찼다고 전할 수 있다면
눈물 속 아린 그리움 서럽지 않으리
시들어 향기 잃은 매화는 낙화되어 서러웁고
내 가슴 그대향기남아 그리움에 서러웁고
낙화된 매화 주워 그대 그리움 심으리
자반고등어
시,낭송 김영숙
탕수육도 하나 시켜서 자네 소주 한잔하지
- 됐심더 자장면 먹고 가입시더-
자장면도 시키고 탕수육도 하나 시키지
-와요, 당신 드시고 싶은교 쥔장요 탕수육은 얼만교
만 사 천 원이라꼬? 아이고 비싸데이 자장면 두 그릇 하고 이만 원이 넘네
그냥 자장면 먹을랍니더-
노부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쥔장이
세트 드시소
양은 좀 적지만도 자장면 두 그릇하고 탕수육 하나 해서 만사 천 원입니더
소주 한 병 값이 추가된
만 칠천 원의 배부른 취기로 꺼내놓은 내장이
난생처음 탕수육을 접했다 한다.
파킨슨병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영감님
영감님을 부축한 80을 꺽은 ㄱ자 허리
중국집을 나서는 모습이
5일장 난전에 부둥켜안은
한 손의 자반고등어 같은.
봄
시,낭송 홍미영
봄 햇살의 미소를
안아 보았는가
저 시린 동토의 추위를 깨고
솟아 올라온 대견한 봄 햇살
앙상한 개나리 노란 꽃망울
조심스레 터트리는 봄바람의
여리고 고운 몸짓
숨어 숨 쉬는 것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 살포시
눈뜨며 선명한 꽃망울 틔우고
파란 숨소리
새로기는 것이 들리는가
동면의 긴 잠에서 깨어나
용트림하는 땅의 박자 소리 맞춰
생명을 반기는 물오리의 노랫소리
갈매기의 환호소리
사랑은 죽은 듯 움츠린 곳에서도
희망의 숨을 쉬고 다시 눈뜨며
천만 번 일어나는 거
봄은 찬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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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헉 ~~낭송 회장님께서 예운이 시를 낭송해 주시는 거 아닙니꺼 ㅠㅠ 전 그런 줄 알고 부랴부랴 메일로 붙여 드렸는데 .. 낭송회장님 졸작이지만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렵니다 .. 회장님께서 낭송 해주세요 .. 전 아무리 생각해도 낭송은 아닌 듯합니다 ㅎㅎ
에공에공 에고공 나가 몬 살엉~ 몬소린지 낭송회장님은 아시것제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