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형사 분류 -펌글-
1. 들어가는 글
이 번 관형사 분류라는 과제에서 두 사전의 관형사 목록 전체를 점검해 다시 분류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동안 띄어쓰기의 혼돈을 가져왔던 관형사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한국어를 현장에서 수업하면서 설명하기 곤란했던 부분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선 살펴보고자 하는 표준 국어 대사전과 연세 한국어 사전의 특징을 간단히 언급
하겠다. 표준 국어 대사전은 1992년부터 8년 동안의 작업으로 표준어를 비롯하여
북한어, 방언, 고어 등 50여만 단어가 수록되었으며 기존 사전의 내용과 소설,
수필, 신문, 잡지 등 5,000만 어절의 말뭉치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분량의 사전
편찬이었다. 언어 생활의 표준을 제시한다는 현실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 <표준국어 대사전> 의 출간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
법등 현행 어문규정의 원칙을 적용하였고, 모호하거나 애매한 부분을 대폭 정비하
여 기존 사전들의 맞춤법 시비에 종지부를 찍는 중대한 결실㈜ 이라는 설명을 덧붙
이고 있다. 다음은 <연세한국어사전>의 특징이다. 1998년에 간행된 기존의 백과
사전식 한국어 사전과는 구별되는 언어 사전식 한국어 사전을 표방하고 있다.
이 사전은 1960년대 이후에 쓰여진 문헌에서 뽑은 연세말뭉치 18만 쪽에서 14회
이상 나타나는 낱말 5만개를 골라 표준어를 삼고 있다. 사실 표제어 부풀리기에 치
우친 나머지 빈도수를 고려하지 않는 사전들에 비하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
다. 이런 빈도수에 따른 표제어의 선정은 한국어 교육에 임하는 실무 종사자들에게
는 오히려 많은 도움을 준다. 실제 현장에서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수업을 하다 보
면 사전에는 실려 있으나 그 용례가 별로 없어 설명하기 모호할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문법체계와 문법 용어, 맞춤법, 표준어, 외래어 표기 등 모두 학교 문법체계를 따르고 있어 최근 발간되는 사전들이 공식 문법 체계와 언어 규범을 따르지 않아 현실적으로 외면당하는 것에 비해 모범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여 진다.
이러한 두 사전의 구별되는 특징상 사전에 실린 관형어 표제어의 수적 내용적 차이도 당연하다.
2. 관형사 분류 기준
다음은 두 사전의 관형어 표제 목록에 실린 내용을 다시 한 번 재구성하기에 앞서 관형사로 분류되는 기준에 대해 언급하겠다.
국어의 관형사는 부사와 함께 뒤에 오는 다른 말을 꾸며 주는 수식언이다. 관형사는 체언을 꾸며 주며 한정하여 주고 부사는 용언이나 다른 부사나 관형사를 꾸며 준다. 그 중에서 관형사는 국어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품사로 그 어휘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 정원수 (1991) 는 관형사의 수가 적은 원인을 " 용언의 관형사형이 관형어 구실을 하기 때문에 관형사의 수가 적고, 이른바 복합 관형사나 파생 관형사의 생성이 활발하지 못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품사의 자격을 받는 것은 형태 및 기능상의 특수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국어에서 관형사로 분류되는 어휘들 중에는 다른 품사와의 사이에 그 한계가 모호한 점이 많다.
그래서 관형사 분류 기준을 몇 가지 제시 해 보면 다음과 같다.
관형사는 문법적 성질이 비슷한 단어들의 갈래인 품사의 하나인 만큼, 관형사를 파악하는 데는 그 기능, 형태, 의미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종합해 관형사를 정의할 수 있다. 즉, 관형사는 고유 명사나 상태성의 명사들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명사를 수식하는 기능을 하고, 형태가 변화하지 않는 비활용, 비곡용어로서 관형사 나름대로의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품사이며, 같은 형태의 다른 품사와는 의미 자질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품사이다.
위의 관형사 정의를 기반으로 관형사의 기능, 형태, 의미상의 특성을 밝힘으로써 관형사와 다른 말들과의 분류 기준을 설정하고자 한다. 관형사와 다른 품사, 접두사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다음 3가지를 분류 기준으로 삼겠다. 첫째는 관형사는 체언을 수식하는 기능만을 가진다. 둘째는 관형사에는 어떠한 조사나 어미가 붙을 수 없다는 형태상의 특징을 고려한 기준이다. 셋째는 관형사와 접두사의 변별 자질로 관형사는 확대 변형되나 접두사는 제한적 변형이라는 기준이다.
3. 관형사 표제어 분류 근거
위의 기준에 따라 제외되거나 포함된 표제어의 근거에 대해 언급해 보기로 하겠
다.
우선 두 사전의 관형어 목록 중에서 다른 품사로 재분류된 것들을 먼저 제시해 보겠다.
첫째는 동사로 간주되는 단어들이다.
1) 염병할 --- 예) 염병할 놈 , 염병하네!, 염병하게도 비가 그쳤다.
빌어먹을 --- 예) 빌어먹을 놈, 빌어먹고 다니면, 빌어먹네! 빌어먹게도,
위의 단어는 표준국어 대사전(이하 ‘표준’) 에서 제시하는 관형어인데 이 두 단어는 모두 활용을 하고 있어 관형사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즉 ‘빌어먹을’은 ‘빌어먹다’의 활용형으로 불수 있는데 그렇다고 ‘빌어먹다’의 다른 활용형 사이에 어던 의미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빌어먹다’의 원래 의미는 ‘살길이 없어서 남에게 딱한 사정을 말하고 거저 얻어먹다, 구걸해 먹다’이다. 그에 비해 ‘빌어먹을’은 ‘빌어먹다가 은유적으로 쓰인 말일 뿐이지 의미가 달라진 말이 아니므로 동사의 관형사형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염병할’ 역시 활용을 하고 있는데 ‘염병할’과 ‘염병하네’의 의미상 차이가 있지 않다. 둘 다 욕할 때나 어떤 일이 기대와 다르게 결과가 나왔을 때 쓰는 말이다. ‘염병할’은 ‘염병’이라는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이루어진 동사의 활용형으로 보고 관형사에서 제외하였다.
이밖에, <표준> 에서 많이 제시한 넨장맞을, 넨장칠, 떡을할, 제밀할, 젠장맞을,
젠장칠, 등은 넨장맞다. 넨장치다 떡을치다 제밀하다. 젠장맞다 기본형을 가지고 있는 형태이긴 하나 다른 활용의 쓰임이 없거나 의미가 서로 같지 않은 말로 활용형이라고 볼 수 없어 관형형이 아닌 관형사로 간주한다.
그리고 ‘몹쓸’ 은 ‘못쓰다’ 의 활용형인 ‘못쓸’과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못쓸이 ‘좋지 아니한, 안 되는’ 의 의미를 지닌데 비해. ‘몹쓸’이 ‘몹시 악독하고 고약한’의 의미를 지니 것으로 보아, ‘몹쓸’이 ‘못쓸’이라는 활용형에서 유추되어 와서 체언을 수식하는 기능만으로 굳어진 관형사로 간주하고자 한다.
또한 ‘헌’은 활용형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헌’과 ‘헐었어’ 는 의미의 차이를 보여준다. 전자의 ‘헌’은 오래된 , 새것이 아닌 의 의미를 보여주는데 비해 후자의 ‘헐었어’는 파괴의 의미가 강하다. 이는 곧 ‘헌’ 은 ‘헐다’ 의 활용형 ‘헌’ 과 형태는 같지만 이미 의미의 분화를 거친, 독립된 단어임을 말해 주고 있다.
둘째는 형용사로 간주되는 단어들이다.
1) 갖은--- 갖은 모양, 갖은 고행
그는 갖게 컸다
갖은 요란한 몸짓, 갖은 현란한 광채
2) 그런--- 그런 사실, 그런 현실
네 생각이 그러니 어쩌겠니?
그런 얄미운 여자
3) 어떤--- 어떤 상황이 벌어지랴
사람이 어떠니 어떠니 해도
어떤 고마운 사람
4 )오랜--- 오랜 시간
도착한지 오래고 보니
떠난지 오래니
5) 이런--- 이런 사람이 또 있으랴
사실이 이러니 어쩌겠니
이런 나쁜 일이 일어나다니!
6) 요런--- 요런 때가 더 위험하단다.
네가 요러니 사랑을 받지
요런 얄미운 이가 또 있을까?
7) 다른--- 다른 데 가거라
생각이 다르니 어쩌겠니
다른 슬픈 일들도 있는데,
8) 때아닌 --- 때 아닌 장마
때아니게 비가 내렸다.
때아닌 큰 장마
‘갖은’, ‘그런’, ‘어떤’, ‘오랜’, ‘이런’ 의 다섯 단어는 <표준>’과 <연세>에 ‘다른’ 과 ‘요런’ ‘ 때아닌’은 ,<표준>에만 제시하는 단어인데 위의 여덟 단어들은 형용사의 관형사형으로 간주하겠다. 이러한 활용 외에도 다른 활용형도 존재하며 이들 역시 의미상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으니 굳이 관형사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들은 활용하면서 사물의 성질 형태 모양 등을 나타내므로 형용사로 분류하는 것이 좋겠다.
위의 ‘갖게’는 고루 갖추어 있다’는 뜻을 지닌, ‘갖다’ 의 활용형으로 ‘귀하게. 없는 것 없이 갖추어서’ 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로써 보면 활용형 ‘갖은’ 이나 ‘갖게’ 는 기본형 ‘갖다’ 와 아무런 의미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굳이 활용형 ‘갖은’ 만을 따로 떼어 관형사로 다룬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 역시 활용을 하고 있다. 고어에서는 ‘그러다’라는 어형이 존재하지 않고 ‘그러하다’ 하는 어형만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은 관형사라는 독립 품사로 설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러하다’ 의 준말인 ‘그렇다’라는 어형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런’은 형용사 ‘그렇다’가 활용을 하는 과정에서 ‘으’ 가 삽입되는 어미를 가지는 경우 ‘ㅎ’ 이 탈락하여 ‘그런’ 이 되었다고 설명해 낼 수가 있다. 굳이 관형사로 설정하지 않더라도 설명이 가능하므로, 형용사로 간주 하겠다. ‘어떤’, ‘요런’, ‘이런’, 도 이와 같은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어떤’ 은 ‘어떠하다’ 가 줄어진 ‘어떻다’ ‘요런’ 은 ‘요러하다’ 가 줄어진 ‘요렇다’ , ‘이런’ 은 ‘이러하다’ 가 줄어진 ‘이렇다’ 의 활용형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다른’ ‘때아닌’ ‘오랜’ 도 모두 형용사의 관형사형으로 간주 하여 모두 관형사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셋째는 부사로 간주되는 단어들이다.
1) 고만 --- 고만 정도에 기절을 하다니
그런 말은 이제 고만 해라
그깟 인간 없어도 고만이야.
2) 이만 --- 이만 일에 울면 되겠습니까?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만이길 다행입니다.
이만 작은 일에 당황하긴!
3) 그만 --- 그만 돈은 나도 구할 수 있다
그깟 놈은 없으면 그만이다.
그만 작은 돈도 없겠니?
기회는 가버리면 그만이야.
4) 요만 --- 요만 일에 놀라기는 !
상처가 요만인 것에 감사해야지
요만 작은 일에 울다니!
위의 단어들은 쓰임을 보면 체언 뿐 아니라 용언도 수식하고, 조사가 붙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관형사로 볼 수가 없다. 또한 의미상 차이도 없으므로 체언을 수식할 때는 관형사, 용언을 수식할 때는 부사로 구분해서 생각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위의 단어들은 모두 부사로 간주하여 관형사 목록에서 제외하였다.
넷째는 접두사로 간주한 단어이다.
1) 허튼 --- 허튼 소리 그만해라.
* 허튼 하다.
이와 같이 ‘허튼’ 은 독립적으로 서지 못하고 확대 변형이 불가능 하다는 점에서 접두사로 간주한다.
이상은 관형사로 제시 된 단어 중 다른 품사로 재분류된 것들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다음은 <표준>에서는 제시했으나 <연세> 에서 제외한 단어들에 대해 언급하겠다.
‘괜한’ <표준>에서 ‘괜하다’라는 형용사로 ‘공연하다’의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컨데 괜한 고집을 피운다.
괜한 짓을 하고 있다.
괜한 고생만 한다.
등. 그러나 특별한 활용형으로 사용용례가 없이 체언을 꾸며주는 독립 단어로써 관형사로 간주할 만하다.
‘구(舊) 는 ‘지난날의’ ‘지금은 없는’ 의 의미이다.
예컨데 ‘구 한말’ ‘구 시청’
등으로 독립적으로 체언을 수식해 주므로 관형사로 볼 수 있겠다.
‘단돈’ 은 체언을 수식하는 단어임에 분명함으로 관형사로 분류한다.
예컨데 ‘단돈 십 원’ 에서 ‘단돈’은 ‘십’도 ‘원’도 수식하지 못하다 그러나 결국 ‘십 원’을 꾸미므로 궁극적으로는 명사를 꾸민다고 볼 수 있다. 수식 대상은 ‘원’이지만 직접 수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제반’ 은 ‘어떤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예컨데 제반 사항,
제반의 문제,
역사 문화 , 예술 등 제반에 걸쳐…
이렇듯 관형사 분류 기준 두 번째 조사가 붙어 곡용을 할 수 있다, 라는 항목에 위배되어 관형사로 분류할 수 없다.
‘향년’ 은 ‘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 죽을 때의 나이를 말할 때 쓴다.’ 는 의미로
예컨데 향년 90세의 일기로 별세하다,
‘향년’ 단독으로 사용되는 용례가 없으므로 관형사로 간주한다.
이 밖에 <표준> 에서 제시한 ‘한다는’과 ‘한다하는’은 다른 품사적 활용이나 변형이 없으므로 관형사로 간주하겠다.
4. 관형사 표제어 제시
이상의 분류 기준에 따른 내용들을 근거로 관형사 표제어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