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야기 - 2>
2. 의상은 여성의 운명
희랍의 영웅들이 약탈당한 헬렌을 되찾기 위해서 트로이로
쳐들어 가려고 하던 때의 이야기다. 희랍에서 으뜸가는 장사는
아킬레스 - 우리 발뒤꿈치에 있는 힘줄이 바로 아킬레스건이네
아킬레스의 어머니가 아킬레스를 낳고 영원히 죽지않는 바닷물에
아들을 담구었는데 그때 발뒤꿈치를 잡고 담구다 보니 발뒤꿈치에 물이 닿지 않아 아킬레스는 발뒤꿈치가
급소(?)라네. 요즈음도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지 말라는둥 자주 표현하는 말인데 여기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네 - 였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여장(女裝)을 시켜 딸들과 함께 피난을 보낸다. 트로이의 싸움터에
가면 그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장군은 희랍 원정군에 없어서는 안될 그 영웅 아킬레스를 찾아내기 위하여 행상인으로
가장하여 헬라스로 간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여장을 하고 누이동생들 틈에 섞여있는 아킬레스를 도저히
알아낼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꾀가 많은 오디세우스는 그들 앞에 행상보따리를 펼쳐놓고 여자옷과
칼을 진열해 놓았다. 딸들은 모두 아름다운 여자옷을 뒤지는데 아킬레스만은 칼을 만지작거렸다. 여자옷을
입었지만 남자의 본색만은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파리에서 죄수 하나가 여인으로 분장을 하여 탈옥을 했다. 그의 몸짓,
목소리, 그리고 그 옷차림은 영락없는 여자로 보였는데도 거리에 나오자마자 그만 체포를 당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 죄수는 패션의상이 걸려있는 양장점 진열장 앞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여자 같았
으면 그 화려한 진열장 앞을 그렇게 무관심하게 지나쳤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가장을 해도 남성과 여성의
그 본질은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조심해 둘 것이 하나 있다. 오디세우스가 이미 삼천년 전에 발견한 남성, 여성의 그 성별테스트
방식은 여자에게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나 남성에게는 합당치 않다는 사실이다. 창을 가지고 싸우는
트로이전쟁의 시대이든, 미사일이 한 도시를 날려버리는 3차대전의 그 미래의 시대이든 옷에 쏠리는
여성의 그 태도는 역사란 것이 없다.
하지만 남성들은 어떤가? 칼이나 총을 잡는 경우는 그것이 장난감의 경우 그리고 유치원의 개구장이
시절에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여자들이 옷을 잡을 때 그것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용감하게 칼을 잡앗던
것은 저 위대한 영웅들의 시대, 호메로스의 장렬한 서사시대(敍事時代)의 남성들이었다. 아무리 직업군인
이라 해도 현대의 남성들은 여자들이 옷에 넋을 잃듯이 그렇게 병기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아니다 총칼을 잡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칼 대신 골프채나 낚싯대를 잡았다해서 서글퍼 할 것도
실상 없다. 오늘날 오디세우스가 다시 그 행상보따리를 풀어놓는다면 남자들도 틀림없이 그 황홀한
손으로 여자옷을 만지작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도 과장이 아닌 것은 김포공항 세관에서 외유를 끝마치고 돌아온 우리 신사들의 여행트렁크 속을
잠시 조사해보자. 말이 신사의 봇짐이지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숙녀의 장농과 구별할 수 없다.
밍크코트에서 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양품점 리스트에오를 것들 뿐이다. 실로 남성물품이라는 것은 맹장같이
딸려나오는 넥타이 정도일 것이다. 트로이전쟁 이후 삼천년동안 여성의 본질에만 변함이 없었으나 남성은
삼손처럼 서서히 그 남성적인 힘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증거다.
단순한 소화(笑話)로 까닭없이 <여성의 본질은그 의상의 장식에 있다.>라고 중상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경우도 좀 싱겁고 할 일 없는 어느 남성이 조사한 것이기는 하나 <여자의 본질이 의상으로 향해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학적인 분석의 통계숫자로 제시 할 수가 있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무엇인가를 잘
물어본다. 질문은 관심인 것이다. 데이비스씨는 바로 이 질문내용을 그 종류에 따라 분석해서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관심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아보려고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여자아이들은 데이트가 무엇인지
알기 전부터 벌써 의상에 대해서 제일 많은 관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남자들은 의류에 대한 질문이 1.36으로서 6개 항목 중 랭킹 제5위인데 비해 여자의 경우엔 2.35로 당당
랭킹 2위의 은메달 권이다. 남자들은 그 대신 3.30의 기계류가 톱이고 여자애들은 언어의 의미에 대한 것이
제 1위로 되어있다.
데이비스씨의 이 통계를 가지고 보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라 해도 예비숙녀로서의 유감없는 소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티에 나가 끝없이 떠들고 (언어의 의미) 끝없이 옷자랑을 하는(衣類)
그 소질이 말이다 아킬레스의 영웅은 현대에 와서 트로이의 벌판이 아니라 공장의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엔지니어로 전락(?)되었지만 헬렌은 그 성 안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패션쇼를 즐긴다.
희랍이 아니라 태초의 창세기에서도 여성과 옷의 그 본질은 밀접하다
따지고 보면 아담과 이브가 낙원을 쫓겨났을 때 신은 그래도 그들이
불쌍해서 가죽옷 한벌씩을 만들어 입혔다. 아담은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며 낙원을 떠났겠지만 사랑하는 우리의 이브에게는 실낙원의
슬픔 보다도 가죽옷을 입은 그 최초의 성장(집 컴퓨터는 한자 지원이
안되네. 옷을 잘 차려 입는다는 성장이네)에 더 가슴을 설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경황없는 틈에도 실낙원 최초의 그 대화는 파티장
으로 가는 오늘의 어느 부부의 대화와도 비슷했을 것이다.
「여보, 내 옷 잘 맞수?」
「좀 길지 않우? 왜 말이 없어요. 이 가죽옷말야. 잎사귀 옷보다는 훨씬
잘 어울리죠?」
아담은 한숨을 쉬면서 일어섰다 앉았다 돌아섰다 앞으로 갔다하는
이브의 그 모습을 처량한 눈으로 쳐다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험하고
험한 길을 앞에 두고도 철없이 좋아하는 그 이브를 보며 이렇게 생각
했을 것이다.
(대체 저 옷이 무엇이기에 저토록 실낙원의 비극 보다도 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저 여인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대체 옷의 그 힘은 무엇인가?)
첫댓글 어디서 많이 공부했네, 여자의 옷(의상). 글고 보니 너무 실감나네. 나는 우리나라 과거캐서 공부해 볼려는데 니는 서구의 역사를 꿰뚫고 있음이 아이러닐세.
누가 그랬어 앞으로 500년동안 여성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그렇다면 여자 공부를 많이 해두는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지. 우리나이의 쓸모없는 남자들은 이사갈 때 마누라가 두고 갈까봐, 애완견을 안고 있는다지 않나. 개는 반드시 데리고 갈테니까. 웃을 수만도 없는 가련한 남자들!
참 재미난 표현이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황혼이혼이란게 문제잖아.
사냥못하면 남자는 끝인가 보다
시리즈로 연속될 것 같고, 다른 글도 더 많이 올릴 것 같아 별도 방을 신설했수다. 니 은퇴하고 전공 살려 조용히 글이나 쓰면서 시간보내게 될 때 여기있는 글 편집해서 책으로 발간해보면 될 것 같다.
박준식방이라! 깜짝 놀랐네.
그런데 무척 쑥스럽구만. 원래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미라서 그냥 이리저리 묻혀 살고 싶은데
어떻든 방세가 별도로 더 지출되는 것은 아니니깐 그냥 써보겠네만
특별히 배려해줘서 고맙네!!
열심히 써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