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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식 논리학 입문 |
1. 논리학이란 무엇인가?
논리학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논리학'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사실 애매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일상에서 우리는 '논리적'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또한 '논리야 놀자'와 같은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 논리가 일상에서 매우 유용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논리를 다룬다는 '논리학'이 어떤 것인지는 잘 잡히지 않을 것이다.
논리학이 무엇은 다루는 지는 '논리'라는 말의 뜻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한자로 논리의 '논'은 논할 논자이고 '리'는 이치 이자이다. 즉, '이치를 논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또한, 논리학은 영어로 ,'logic'이라고 한다. 이 말은 희랍어의 'logos'에서 온 것이다. 'logos'란 이성, 말(언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논리'는 바로 '말의 이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논리학은 바로 이 '말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2. 추리 형식과 추리 내용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논리학 만이 말의 이치를 연구하는가? 국어학은 어떤가? 언어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논리학만이 언어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논리학은 언어를 다루되, 언어의 '내용'이 아닌 '형식'을 다룬다. 이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겠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보자. 현장에는 용의자가 다섯 명 있었다. 그런데, 검사가 살해 당한 사람을 부검해 보니, 상처의 방향, 깊이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분명히 살인범은 왼손잡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현장에 있었던 용의자 중 오직 '철수'만이 왼손잡이었다. 따라서 검사는 '철수'를 불러놓고 심문을 한다.
"공교롭게도 용의자 중 왼손잡이는 당신밖에 없소. 그런데 부검 결과로 보건데 살인범은 왼손잡이일 수밖에 없소. 어떻게 생각하오?"
이 검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살인범은 왼손잡이이다.
2.철수는 왼손잡이다.
∴철수는 살인범이다.
만약에 변호사가 논리학자라면, 이 논변을 다음과 같이 반박할 것이다.
"그러니까 제가 왼손잡이라서 살인범이라는 이야기군요. 그런데 검사님 생각해보세요. 검사님 집 마당에 네발 짐승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고 해봅시다. 처음에는 이게 강아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검사님 집에는 고양이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검사님은 이렇게 추리를 했지요.
1. 강아지는 네발짐승이다.
2. 고양이는 네발짐승이다.
결론은 어떻게 됩니까? ∴고양이는 강아지이다, 아닙니까? 이 추리가 날 살인범으로 모는 검사님의 추리와 무엇이 다릅니까? 검사님은 고양이한데 너는 강아지라고 몰아붙이고 있듯이, 저를 살인범이라고 몰아붙이고 계신 겁니다!"
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즉, 앞서의 검사의 추리와 변호사가 한 추리는 하나는 살인범을 잡기 위한 추리이고, 후자는 강아지에게 고양이라고 강요하는 추리라는 점에서 이 둘은 다르다. 그러나 이 둘의 추리는 동일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있어서 같다.
즉,
( )은 { }이다.
< >은 { }이다.
∴< >은 ( )이다.
라는 '추리 형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하고 있는 모든 생각들은 모두 어떤 추리형식을 이용하고 있다.위의 추리도 상당히 다양하게 이용되는데, 도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을 목격한 주번이 범인의 머리가 컸다고 해서, 머리가 유달리 큰 우리반 철수를 범인으로 모는 것도 바로 위와 같은 동일한 '추리 형식'을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사고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추리 형식'을 사용한다. 논리학이 하는 것은 이러한 추리 형식들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3.타당과 부당
이처럼 논리학자들은 추리 형식 중 어떤 것이 제대로 되었고 어떤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를 밝히려 한다. 그러면 추리 형식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수학 능력 시험의 성적을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국의 수험생은 80만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79만 9999명의 성적을 제대로 산출했다. 그런데, 80만 중 한 명의 성적이 자기 점수보다 1점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프로그램인 99% 이상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믿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것인가? 물론 아닐 것이다. 작업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의심할 것이다.
추리형식도 이와 같다. 어떤 추리 형식을 썼을 때, 추리의 근거가 참일 때, 결론이 거짓이 되는 경우가 단 한번이라도 생기면 우리는 그 추리 형식을 '믿을 수 없는 추리형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추리 형식은 추리의 근거, 즉 전제가 옳다면 어떤 경우에도 틀린 결과를 내지 않는다. 이러한 추리를 우리는 '타당(valid)'한 추리라고 한다. 논리학자는 바로 어떤 추리 형식이 이와 같이 절대로 오류를 만들지 않는 타당한 추리인지를 밝히려 하는 것이다.
타당하지 않은 추리를 '부당(invalid)'하다고 한다. 그 추리의 결과가 반드시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검사의 추리에서 실제로 '내'가 살인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추리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틀릴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살인범이 왼손잡이이고, '내'가 왼손잡이더라도 반드시 나를 살인범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4.결 론
이제 결론을 내려보자. 논리학은 추리형식의 타당성을 다룬다. 타당한 추리란 전제가 참일 때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이 되는 추리이다. 반면에 부당한 추리란 전제가 참일지라도 결론이 거짓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추리이다. 논리학은 이처럼 타당한 추리와 타당하지 않은 추리를 밝히려 한다.
그러나 추리의 타당성을 다루는 것만이 논리학의 영역인 것은 아니다. 논리학은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논리적, 언어적 오류들도 다룬다. 이런 분야를 '비형식 논리'이라고 한다. 반면,앞서와 같이 추리 형식을 다루는 논리학을 '형식 논리학'이라고 한다. 우리 교과서는 주로 형식 논리를 다룬다. 그러나, 우리는 '논리학'보다는 주로 '논리'를 다룰 것이다. 우리가 인문계 고등학생이기에 대입 전형과의 관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라는 프로그램에 따라 논리적 사고 연습을 하되, 주로 논술과의 연관 속에서 다룰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먼저, (논리학과는 상관 없지만) 논술 고사의 개요, 채점 방향과 어떤 식으로 논술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