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던 숙소 로비 게시판에 언제부턴가 쪽지 두 장이 붙어 있었는데
하나는 승용차를 판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쿡킹 베이커리를 판다는 내용이었다.
궁금하여 리셉션의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위층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로**라고 하는 노인의 홍보물이라며
차량 운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13일 우리 일행이 싼캄팽 온천에 갈 때
예전 같으면 그랩이나 택시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것이지만
그날은 그 여직원의 소개로 로**씨의 차를 이용하였다.
머리가 허옇고 숱이 많지 않으며 허리가 약간 굽은 듯한 그는
고향이 호주의 시드니 주변 어딘가라고 하였다.
1남 4녀의 장성한 가족들이 호주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여년째 이곳 치앙마이 콘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는데
그가 어떤 연유에서 이곳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묻지 않았디.
80 초반의 그는 이곳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외국인으로서의 그의 치앙마이 생활에 흥미가 있었다.
그가 왜 이곳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홀로 생활하는 데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등....
그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삶은
늙었지만 자신감에 찬 어투에서 여전히 묻어났다.
젊은 시절엔 거대한 트레일러를 운전하기도 했고, 세계를 돌아다녔으며
식당을 경영하기도 하고 빵집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태국인 아이를 하나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 아이가 태국인 여성과의 사이에 출생하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긴 태국 생활 속에서
아들처럼 의지하고 가깝게 지낸 아이인지 확인하진 못했다.
사실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예의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그는 스스럼 없이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대화에 응해주었다,
그가 말한 내용 중에 흥미로웠던 건
그가 카톨릭 신자였지만 지금은 불교가 좋다고 한 말이다.
그는 치앙마이 관련 책을 직접 발행하기도 했는데
그가 선물한 책엔 많은 사원들을 글과 사진으로 담고 있었다.
그가 불교인으로 개종했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서구인인 그가 불교의 나라인 태국생활을 선택하게된 이유인지
아니면 태국 생활이 그를 불교에 익숙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로** 노인의 삶은 아직 역동적이고
어느정도의 즐거움을 포함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가 10여년동안 집이 아닌 대중 숙소 콘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어딘지 외로움과 생활고를 짐작하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인생은 무지개 같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노년은 그 아름다움의 색깔들이 점점 빛깔을 잃고 희미해지며
많은 것들로부터 잊혀지고 또 외면 당하기도 한다.
내가 로**로부터 느낀 감정들이
그의 노년의 아름다움보다 외로움에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도 그것에 공감할만한 상황들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