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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화섬연맹 울산본부 / 화섬노조 울산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글
존경하는 아버지께!
어느 덧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길가에서 이른 봄을 알리는 개나리의 꽃망울을 아버지는 느끼 셨는지요? 길가에서 조차 봄이 오고 있음을 이렇게 알리고 있는데 아버지의 마음속은 아직도 얼어붙은 긴 겨울일거라 생각하니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버지, 시대가 변했듯 사람도 변했습니다. 그리고 경제는 더욱 치열해지고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졌습니다. 2008년 말 느닷없는 금융위기는 불안한 국내경제를 IMF 이전으로 끌어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야간 근무에 초과근무를 병행하고 현장에서 더위와 추위뿐만 아니라 온갖 산업재해의 위험 속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시며 힘든 일을 참아 오셨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아버지의 수고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듯 자고 나면 뛰는 물가걱정, 직장에선 구조조정 걱정, 집에서는 학비걱정을 하며 왜 이렇게 아버지는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살아오셔야 하셨습니까?
가정과 사회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무한정 베풀기만을 강요당해 온 아버지는 언제나 당신의 외로움과 압박감,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들로 인해 진정한 가족의 소중함마저 놓쳐버린 아버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혼동 속에서 보내고 당신이 딛고 일어설 토대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채 자본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버릴 상황에 놓인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 당신은 노동자의 삶을 걸어오셨습니다.
"노동을 천시하니 노동할 사람이 없고 노동자의 권리를 앗아가니 노동자가 될 이 없다"라고 늘 아버지께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극심한 노동탄압과 천시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자를 패배자와 낙오자로 만드는 모든 것에 맞서기 위해! 힘없는 노동자들의 행복과 권리를 찾기 위하여 촛불이 몸을 태워 불을 밝히듯 아버지께서는 자신을 희생으로 이러한 것들을 작게나마 바꾸어 보고자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20여년 세월동안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리며 가족을 이끌어 오셨던 아버지 당신은 우리의 대한민국을 시대의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경제개발의 주역이며, 저희 가족의 미래이십니다.
아버지, 오늘은 얼어붙은 당신의 가슴속에 따스한 봄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