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이것만은 바꿔야! ⑯
‘우리 민족’의 생일은 언젠가요?(상)
개인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첫 번째가 이름이고 이름이 같을 경우 생년월일을 확인하여 구분한다. 민족도 마찬가지다. 민족사를 말하는 데 있어서 이름 다음으로 ‘우리 민족’이 형성된 시기가 중요하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민족을 형성하게 되는 때를 전후하여 국가가 형성되고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하므로 민족의 형성 시기는 국가의 형성시기와 함께 기록된 우리 겨레 역사의 출발점이 되고, 당시까지의 역사와 당시의 문화 속에 민족을 형성하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있어 민족정체성의 뿌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천절’이라고 하는 민족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국경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국사 관련 교과서에서는 민족이라는 용어는 제법 사용하고 있지만, 앞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민족의 이름도 없고 민족의 형성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어 생일이 없는 민족이 되어 있다.
교육부의 관련 지침을 살펴보면, 2012년에 발표된 사회과 교육과정 한국사 부분과 교교 한국사 집필 기준에서 공통적으로 “선사 문화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 민족의 형성 과정을 파악한다.”고 하여 선사시대와 민족형성을 연결시키고 있으며, 특히 집필기준에서는 “선사 시대에 민족 형성의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 유의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과 중ㆍ고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공통적으로 “신라의 삼국 통일로 우리 민족사의 기틀이 다져졌음을 이해한다.” “신라의 삼국 통일로 고구려‧백제‧신라의 문화가 통합 발전되면서 민족 문화의 바탕을 이룬 사실에 유의하라.”고 하였으며,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에서는 고려 시대에 “이민족과의 대립 속에서 새로운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음에 유의한다.”고 하여 민족 통합이나 민족 문화의 바탕, 민족정체성 확립 등에 대한 지침만 있고, 민족 형성 시기에 대한 지침은 내려주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의 내용도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사회 5-1』에서는 문교부 지침대로 “신라의 삼국 통일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민족 문화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왕건은 후삼국의 혼란을 극복하고 민족의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었다.…발해의 유민까지 적극 받아들여 민족 통합을 이루고자 하였으며, 실질적인 민족통일 국가를 이룩하였다.”고 하여 명확하게 민족 형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고려 때에 민족이 형성되는 듯이 기술하고 있다.
비상교육 판 중학교 『역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역사”라며 과거에 ‘국사는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라고 하던 데서 민족이라는 말 대신 ‘한국인’이란 용어를 사용했지만, 우리 역사가 민족 정체성의 형성과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신라의 삼국통일)로써 우리 민족 최초의 통일을 이루었고, 민족 형성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삼국의 문물이 융합하여 새로운 민족 문화가 발전하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삼국 통일로 우리 민족사의 기틀이 다져졌다.”고 하여 신라의 삼국통일이 민족형성의 계기가 되고 민족사의 기틀이 다져졌다고만 기술하고 있으며, “고려는…민족의 재통일을 이루었다. 이로써 고려는 옛 삼국의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민족문화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고 하여 고려 이전에 원래의 민족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이와 비슷하게 “우리 민족은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를 거치면서 민족의 기틀을 이루었다.” “고조선은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라고 하여 고조선 전에 민족이 형성된 듯이 기술한 것과는 달리 “신라가…고구려, 백제의 유민들과 함께 당을 몰아내면서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하여 신라의 통일로 민족에 필수적인 민족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쓰고 있다. 또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하였다.…민족의 재통일을 이룩하였다.”고 민족이 재통일 이전에 있었던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왜 우리 역사 교과서는 역사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의 출발점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기틀만 닦고 있는 미완의 민족인 것처럼 기술하여 우리 자신을 생일 없는 민족으로 만들어 놨을까? 그 이유를 박정학은 그의 박사 학위논문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음 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분석하고, 그로 인한 문제점을 도출해보기로 하겠다.
- 국사찾기협의회 제공

<민족NGO섹션 전체 화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