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진우석의 우리산 기행 <39> 거제 노자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는 60여 개의 새끼 섬과 900리 해안 절경을 품고 있다. 거제하면
쪽빛 바다와 해금강이 유명하지만, 좋은 산이 많은 땅이다. 내륙으로 500m가 넘는 산들이 웅장한
산세를 이루고, 그 기운은 해안까지 뻗어나간다. 봄맞이 산행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 노자산
(老子山, 565m)이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기화요초 향기 맡으며 해안 절경을 굽어보면 산 이름처럼
누구나 신선이 된다.>
봄철 인기 있는 섬 산행 코스 중에서 거제 노자산은 독보적이다. 대개 섬산은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홑산이 대부분이지만,
노자산은 거제 최고봉 가라산(585m)까지 제법 긴 능선을 밟을 수 있다. 여러 봉우리를 타고 넘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한려해상의 풍광을 바라보는 맛은 아주 특별하다.
노자산 산길은 거제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가라산까지 시원하게 종주하고, 저구고개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거리는 약 8㎞, 4시간쯤 걸린다. 좀 짧게 타고 싶다면 종주 중에 뫼바위 입구와 진마이재에서 학동으로 내려갈 수 있다.
뫼바위 입구보다는 진마이재에서 내려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학동으로 내려가면 동백꽃 군락지와 학동 몽돌해변을 구경할 수 있다. 거제자연휴양림 입구에 내리니 ‘훅~’ 맑고 서늘한
공기가 밀려온다.
매표소 앞에 서자 노자산 능선이 활짝 품을 벌리고 맞는다.
능선 가운데 봉긋 솟은 마늘바위 아래로 잔뜩 물오른 고로쇠나무들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톡! 건드리면 겨울산의
한가운데를 뚫고 봄기운이 콸콸 뿜어져 나올 태세다.
거제시에서 운영하는 거제자연휴양림은 산 중턱에 자리 잡아 공기 맑고 맑은 물이 흐른다. 휴양림에서 산길은 두 가지.
제1등산로는 마늘바위 옆의 전망대, 제2등산로는 노자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제2등산로를 따르면 길 양편으로 소사나무와 단풍나무들이 두 팔을 벌리고 맞아준다. 40분쯤 오르면 노자산 정상. 서둘렀지만
동쪽 외도 방향에서 이미 해가 둥실 떠올랐다. 북쪽 내륙으로 북병산, 계룡산 등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제법 웅장하다.
거제도를 흐르는 산줄기를 거제지맥이라 하는데, 능선이 순하고 조망이 좋아 인기가 좋다. 서쪽 암반 뒤로는 율포만과 거제만,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메운 한산도, 추봉도, 비진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저 섬들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건너편 통영으로
건너가면 좋겠다. 본격적으로 능선을 타고 안부로 내려갔다가 올라서면 2층으로 지은 노자산 전망대. 이어 마늘바위를 옆으로
우회하면 길이 순해지고, 길섶에는 얼레지 잎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간혹 꽃봉오리를 단 녀석들도 보인다. 3월 말쯤 만개하면 능선은 꽃길이 된다. 노자산~가라산 일대는 봄철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해 식물애호가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뫼바위 입구는 삼거리다. 여기서 조밭골을 따라 내려서면 학동 해안에 닿는다. 제법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면 뫼바위.
위험 구간에는 철난간을 설치했다. 뫼바위는 거대한 암봉이라 사방 전망이 좋다. 동쪽으로 반원을 그린 학동해안에 눈길이
쏠린다.
이곳에 팔색조가 산다고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 야생군락지가 있다. 뫼바위를 내려오면 만나는 진마이재는
원추리 군락지다. 연초록색 원추리 새순들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새순을 살짝 대처 소주 한잔 생각이 굴뚝같다. ‘쩝~’ 입맛 다시며 20분쯤 오르면 드넓은 공터인 가라산 정상. 가라산은
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고려시대 산성과 봉수대 터가 남아 있다. 북쪽으로 그동안 걸어온 능선과 마늘바위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대밭에서 쭈그리고 봄볕 해바라기 하다 다시 능선을 따르면 전망대가 선 망등. 전망대 앞에서 거제도의 최남단인 망산 일대가
다대해안과 저구리만과 함께 장쾌하게 펼쳐진다.
여기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전망대로 뒤로는 길이 없고, 전망대 직전 다대마을 이정표 방향을 따라야 저구고개로 내려올
수 있다.
급경사를 내려오면 갈림길은 만난다. 이정표가 없는 왼쪽 방향이 다대마을, ‘저구고개’ 이정표를 따르면 곧 다대산성이다.
신라시대 쌓은 것으로 추정하는 다대산성은 태뫼식으로 돌을 쌓았고, 둘레가 약 400m에 이른다.
성 안으로 들어서자 난대림이 울창하다. 특히 아름드리 참식나무들과 상록 덩굴식물이 많아 울창한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
성 밖으로는 원형 해안을 품은 다대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 뒤로 해금강이 아련하다.
산성에서 마지막으로 조망과 봄기운을 만끽하고 두어 개 봉우리를 더 넘으면 산행 종착지 저구고개다. 고개에 내려서자 도로
너머 에메랄드빛 저구해안이 바투 다가온다.
▨주변 명소
거제 해금강 = 남부면 갈곶리의 거제 해금강(명승 제2호)은 두 개의 큰 바위섬이 서로 맞닿고 있어 마치 금강산의 해금강을
연상하게 한다.
원래 이름은 ‘갈도’인데, 중국 진시황제의 불로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천명과 함께 찾았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새겨질 정도로 약초가 많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불렸다.
십자동굴을 비롯하여 석문ㆍ사통굴ㆍ일월봉ㆍ미륵바위ㆍ사자바위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유람선을 타고 십자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맛이 기막히다.
외도 = 외도는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하늘을 뒤덮은 후박나무, 남국의 내음 물씬 풍기는 야자수, 그리고 섬을 온통 울긋불긋
수놓은 많은 남국의 식물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발산한다. 그래서 외도는 해금강만큼 인기가 좋다. 거제도에서 4km 떨어
졌고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며, 해안선 길이 2.3km로 해발 80m의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있다. 무인도였던 외도는
바다낚시를 하러왔던 고 이창호(2003년 작고)씨가 1969년 사들인 후 30년간 공을 들인 끝에 가꾼 결실이다.
▨가는 길과 맛집
자가용은 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거가대교를 건넌다. 대구에서 거제로 직접 가는 버스는 없고 통영을 거친다.
산행이 끝나는 저구고개에서 15쯤 가면 명사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고현 가는 버스는 오후 12시55분, 4시, 7시35분. 거제시청 근처 맥반석(055-637-6660)의 멍게비빔밥이 별미다.
멍게젓갈에 김과 깨소금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는 맛이 독특하고 국으로 나오는 물메기탕도 시원이다.
<사진 설명> 노자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율포만. 한려해상의 섬들이 통영까지 징검다리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