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먹고 쓰러져 잠들었다가
어제도 하루종일 쉬고 이제야 사진을 정리했어요! 강의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 잘 돌아가셨나요?
치체스터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 그리고 재미있었던 일들 나중에 잊어버리지 않게 후기를 적어봅니다 
먼저 빅토리아 역에서 아침 일찍 모여서 출발했었죠?
주말인데 일찍일어나느라 다들 피곤이 얼굴에 가득하시더라구요 ㅎㅎ
비몽사몽으로 기차를 탔다가 치체스터가 아닌 브라이튼으로 갈뻔 했었죠.
브라이튼 행 기차에 잠깐 앉아있다가 다시 우리가 탈 기차로 부랴부랴 자리를 옮겼습니다!

기차를 타고 달려서 간 곳은 치체스터의 팔란트 하우스 갤러리였습니다.
작은 도시의 한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주로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죠.
지금은 끝났겠지만 어제까지 진행된 블룸스버리 그룹 기획전을 통해 영국 모더니즘 예술을 들여다보는 것이
치체스터 강의의 목표였습니다. 전시관에서 던칸 그란트와 같은 블룸스버리그룹 화가들의 그림과
그 밖에 그레이엄 서덜랜드, 벤 니콜슨, 알프레드 월리스, 크리스토퍼 우드 같은 영국 화가들의
그림도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강의 처음 시작할 때, 그림을 색, 선, 면으로 먼저 보라고 하시며 추상화 작품들을 분석해주셨는데
전 그 부분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화가가 그림그리는 모습, 그림그릴 때 마음을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어서요.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옷차림과 같은 이미지를 보고 분석하는 것처럼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쏙쏙 끄집어내는 기분이 들었네요^^
그리고 영국 미술이 중심에 서지 못한 순간에 대해 얘기해주셨는데, (라파엘 전파, 블룸스버리 그룹, 세인트 아이브스 화가들)
이걸 들을 때는 영국 미술사를 공부하는 건 꼭 실패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 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
마지막 전시장에는 영국의 팝아트와 에드워드 버라 기획전이 있었고,
강의에 참여하신 분들 모두 진지한 마음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계신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아래는 팔란트 갤러리 강의 도중 찍은 사진들입니다.



갤러리에서 공부하고 난 다음, 모두 퍼브로 옮겨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좋은 장소를 찾다보니 조금 헤매기도 했지만 결국 치체스터 인이라는
아늑한 퍼브를 발견해 그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전 강의만큼이나 이 시간도 재미있었어요.
전시장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 속의 이야기들, 또 같은 그림을 갖고 다른 느낌을 가졌던 것들
모두 자유롭게 얘기해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혼자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는 게 편하고 재미있을때도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얘기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이야기 나누면서 제가 그림볼 때 너무 미술사로 생각하며 접근해서
꽤나 많은 것들을 놓쳤다는 걸 토론을 통해 깨닫게 되었구요. 이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수확이겠죠.
강의라는 계기가 없으면 그림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앞으로도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셔서 같이 많은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슬슬 강의가 끝나려고 할 때
매직님께서 준비하신 특별한 이벤트도 있었죠ㅎㅎ
손수 마술을 준비해오셔서 참여하신 분들때 '큰 돈'을 만들어 주셨다는.....
큰 돈 만드는 마술 저도 배워보고 싶습니다ㅋㅋ

퍼브에서 토론이 끝나고 치체스터에 있는 오래된 고딕 성당도 방문했는데,
거기서는 구경하느라 사진을 한 장도 못찍었네요ㅎㅎ
겉모습은 고딕식의 옛날 성당인데, 내부에는 추상화가 성화로 걸려있고,
샤갈이 디자인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아주 재미있는 장소였습니다.
성당 방문을 끝으로, 쌀쌀한 밤공기를 맞으며 치체스터 역으로 걸어가
다시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몸은 무지 피곤했지만, 이리저리 나눈 이야기들
생각하며 머릿 속으론 또 무척 바빳던 하루였네요..
선생님 그리고 참여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
다음 강의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