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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승리군...
"올해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도 못 달아 드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승리(가명·16)는 오늘도 사랑하는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립니다. 까까머리에다 코 밑에 수염도 제대로 나지 않은 어린 중학생이지만,1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을 지켜봐서인지 부모님을 생각하는 머리와 가슴은 여느 어른들 못지않습니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승리의 아버지는 평생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시다가 지난해 봄 회사를 그만두고 낡은 트럭을 한 대 구입하여 차량으로 통닭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 내내 통닭을 팔아봐야 손에 쥐는 돈은 월 70만원 정도. 하지만 당신이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기 싫다며 열심히 통닭을 구웠습니다. 어머니 역시 파출부 일을 하면서 힘들게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나은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승리의 가족들을 세상이 시샘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께부터 승리는 머리가 자꾸만 아파왔습니다. 기말고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하면서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낫는 듯했지만 곧 머리가 더 심하게 아파왔습니다. 집 근처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를 해 보니 백혈병 증세가 있다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하면서 자기 최면을 걸고는 고신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가끔 신문이나 TV에서만 보던 그런 병에 자기가 걸리다니,꿈이려니 하고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10여개월 정도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만 8번을 받았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지만 한 달에 150여만원이 드는 병원비의 본인부담금조차 낼 돈이 없어 카드빚을 1천500만원이나 냈습니다. 골수이식 수술비는 생각도 못합니다.
승리의 병원비는 자꾸만 늘어가고,경기불황 탓인지 아버지의 통닭은 잘 팔리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승리의 간호를 위해 파출부 일을 그만둔 지 오래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승리의 형 역시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공부가 될 리 없습니다.
승리는 이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승리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올해 어버이날에 달아드리지 못한 카네이션을 내년에는 두 송이씩 달아드려야지 하면서 오늘도 힘을 내고 있습니다. 가족들 역시 승리가 웃으며 학교에 다시 나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희망이 있는 한 절망과 좌절은 없을 것입니다.
김은향·동래구 수민동사무소 사회복지사. 051-550-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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