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에서 다룬 정제두의 철학과 한국 철학의 주체성 회복에 대한 메시지는 교사로서 내가 앞으로 교단에서 어떤 철학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제두의 '만물일체(萬物一體) 사상'이다. 타자를 배제하거나 평가의 대상으로만 폄하하지 않고, 내 마음의 양지(良知)가 타자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관계적 주체성'은 오늘날 교육 현장에 가장 필요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극심한 경쟁과 개인주의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분리된 타자로 인식하기 쉽다. 교사인 나부터 학생들을 수직적으로 가르치고 통제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통합체로 바라보는 '생명 존중의 수평적 윤리'를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적하신 '뿌리 없는 학문'에 대한 비판은 내게 부끄러움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나 역시 무비판적으로 서양의 교육 철학과 이론만을 정답인 양 맹신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칸트와 헤겔의 윤리도 훌륭하지만, 정제두의 철학처럼 수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이 이미 독창적으로 정립해 놓은 한국 윤리 사상의 가치를 발굴하고 그 우수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교사의 역할이란 단순히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자기 존재의 뿌리를 깊이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가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깨달았다는 의미를 알고 부터 사용하기 조심스럽다.ㅠ) 서양 학문의 장점을 수용하되, 우리 고유의 사상적 주체성을 바탕으로 도덕적 책임감과 공존의 가치를 학생들의 마음에 심어주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교육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