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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미사보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미사보의 유래와 사용 의미에 관한 의문은 우리 모두가 신앙을 위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우선,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미사보 자체는 신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거나 신앙을 하는 이의 의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유럽 각지에서 오래 생활한 저로서도 (자매님이 독일에서 잠시 보았던) 미사보를 잘 쓰지 않는 유럽인들의 풍조를 모르는 바 아니지요. 아직 세례 받은지가 오래 되지 않고 폭넓고 깊은 영성적 경험이 없으신 상태에서 외부적으로 다양하게 보여지고 들리는 것에 대해 혼란을 느끼거나 이해되지지 않는 점들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미사보 문제는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성사적 요소를 지니거나 미사보 사용이 신앙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은 역사 안에서 신앙이 문화적 전통과 결합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온 것입니다. 이러한 신앙의 부차적 요소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교회 안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성직자들의 옷(끌레셔츠, 수단, 주교님들의 옷) 반지, 수도복과 베일, 복사들의 옷 etc.. 사실 사제들이 미사때 입는 제의도 언제 예수님께서 이런 식으로 입으라고 해서 입는 것이 아니지요. 당신 스스로도 오늘날 사제들처럼 정식 제의를 입으시고 성찬례 제정을 하시지 않으셨지요.ㅎㅎ 그리고 미사를 드리는 사제나 복사들과 해설, 독서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제의 사용을 잘못되었다거나 사용하지 말자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우리의 신앙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심지어 성사적 요소인 평일 미사도 초세기 교회에는 없었지요. 기원후 6-7세기경에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다가 12세기경에 와서야 비로소 보편화 되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평일미사를 의무가 아니라고 해서 하지말자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교회는 오랜 시간 동안 신앙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것을 취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어 온 것입니다. 미사보는 이렇게 말씀드린 이야기(Context) 중에 어느 작은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의 '상징성'은 짧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가집니다. 신앙을 하다보면 '의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행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에 유익을 주는 것이라면(특히 오랜 전통 속에서 경험을 통해 신앙 안에서 받아들여진 것인 경우엔 더욱 그러합니다), 그것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존하며 실천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실천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에 유익이 되는 것'을 가르치고 강조하는데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그저 듣기 싫어하고 피할려고 하는 내면적 상태를 우리는 오히려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럽 중에서도 독일의 경우, 개신교의 영향이 크고 쇠퇴해가는 교회의 분위기를 우리가 굳이 모방 하려는 자세는 어리석은 것이지요. 이미 유럽 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현상을 신학적으로는 '세속화'(Secularisation)라고 합니다. '세속화'란 신앙의 고귀한 가치가 세속적인 풍조와 힘에 의해 비신앙적인 것으로 전락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반대되는 신앙 고유의 노력 혹은 영적 움직임(Spiritual movement) 들을 우리는 '세상의 성화'(Sanctification)라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은 바로 후자, 즉 '세상의 성화'를 위한 행위이며, 이 '세상의 성화'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사명(Mission)이며 의무(Obligation)입니다. 특히 오늘날 '가치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신앙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단순히 성차별적이거나 고리타분한 것 혹은 무의미한 것으로 왜곡(reduction)하는 시대적 풍조에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우리가 가진 신앙의 아름다운 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영국(U of Edinburgh)에서 공부할때, 박사논문 지도 교수 중 한 분이셨던 Dr. E. Koepping(독일계)- 성공회 여성사목자(저희 본당을 방문하기도 하셨지요)- 과 함께 했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가톨릭의 전통 속에 부러운 점이 너무 많고 오랜 역사 속에서 발전시켜온 풍요롭고 아름다운 신앙의 전통들을 개신교는 재습득하는 과정들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함께 살던 프랑스 신부 Bernard Michollet(리옹 가톨릭대 교수, 중앙 아프리카에서 활동중)에게 교회의 세속화로 쇠퇴 일로를 걷고 있는 프랑스 교회에 무슨 희망이 있냐는 질문에 "노력하고 열심히 살지만, 이미 쉽게 간과하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회복하며 더 나아가 발전을 꾀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타오르는 불길을 지키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꺼지고 난 후에 다시 피워올리는데에는 엄청난 힘이 드는 것이지요. 자매님, 짧고 한정된 시간과 장소 안에서 다양한 영적 차원에 있는 신자분들에게 하느님의 진리를 가르치고 영적 성숙으로 이끌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당 사목자로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만, 신자분들의 입장에서도 사목자들의 가르침에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겸손함으로 반응하는 노력들을 기울인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우리는 변화될 것이라 믿습니다. - 본당신부^^=
아래 글은 어떤 사제가 미사보를 쓰는 이유를 설명한 글과 가톨릭 뉴스 내용인데, 일부 공감가는 대목이 있어서 함께 올립니다.
미사보를 왜 써야하는가?
미사보를 쓰는것은 두가지 이유다.
첫째, 본인 자신의 맘 자세를 온전히 한곳으로 모을수 있다.
다음은 가톨릭 뉴스 내용입니다.
한 교구나 본당이 신자들에게 미사 복장을 단정히 할 것을 요구한다면, 젊은 층을 제외한 나이 많은 신자들이라면 이를 당연히 이해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미얀마의 양곤 대교구에서는 젊은 사람들도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양곤 대교구는 최근 교회에서 남자들은 칼라가 있는 셔츠를 입고, 여자들은 머리를 가리도록 하는 공지를 발표했다. 찰스 보 대주교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후, 이같이 요청했다. 보 대주교는 “모든 여성 신자들이 미사보로 머리를 가린 것을 보고 놀랐다”며, “한국 사람들은 정보기술과 현대 기술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는데도 여전히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을 잘 보존하고 따르고 있다”고 했다. 보 대주교는 “신자들에게 억지로 하게끔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사를 드릴 때는 우리 교회의 신앙 문화를 지키고, 존중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곤의 파티마의 성모 성당 청년 지도자 라 세인(토마스, 20)은 보 대주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이 같은 전통을 지키는 것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좋다”며,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무분별하게 현대의 세속적 문화를 따라 행동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본당의 누와르아웅(안젤리카, 18)도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호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과거 “멋대로 입고 성당에 가곤 했는데, 쉬는 날이어서 미사 후 쇼핑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사실 첫 영성체와 견진 때만 미사보를 썼다”며, “이제껏 미사보 없이 미사에 가는 것이 보통이며 습관이 됐고,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 미사보를 쓰는 것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보 대주교는 신자들이 특히 영성체를 할 때는 양치를 하고 손을 씻을 것도 요구했다. 교구 전례위원회 아예 타웅 신부는 “우리는 신자들이 교회에 올 때, 올바른 복장을 준비해 교회에 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유대인과 이슬람신자들은 예배당에 들어갈 때 손과 발을 씻는다”며, “교회에 오는 것은 패션쇼에 가는 것과 같지 않으며, 우리는 주님과 다른 신자들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60살인 로지는 나이 많은 세대를 대변하며, 부모들이 이러한 문제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녀는 “대주교의 요구에 동의하며, 주일 미사 동안 계속 독촉할 필요가 있다”며, “어린 소녀들은 미사보가 익숙하지 않아 부모들이 좋은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중년의 신자는 “청년들에게 오늘날 교회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따라서 “이들이 교회의 지침을 따르도록 충고하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
첫댓글 신부님, 긴글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이해가는 부분도 있고요... 어떤 사제께서 미사보를 쓰지 않는 자매들에 대해 돈들여 꾸민 머리모양이 망가질까봐 쓰지않는다고 여기신 부분은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우분들이 미사중에 타인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느낀적이 없습니다. 만일 어떤 신부님이 신자들의 수준을 그 정도로 보고 계신다면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신부님 말씀대로 아직 부족하여 이런 말씀도 겁없이 드립니다.저같은 신자때문에 어려우시겠지만^^ 앞으로도 하느님 안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네 자매님, 잘 받아주셔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근데 자매님처럼 그런 생각을 안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실제로 스타일 구겨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어요. ㅎㅎ 무엇보다 여성의 머리(옷차림 포함)는 남성들에게 분심거리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자매님들은 심각하게 생각 안 하시겠지만, 형제님들의 공통된 고백 내용 가운데 하나입니다~~ㅎㅎ
신부님께서 알려주신 귀한 글 감사한 마음으로 잘 보았습니다.
정말 여성들을 위한 강의보다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영세받았을 때의 마음과 살아가면서 신앙생활을 하며 작은 행위를 통하여 예를 갖춘다는 것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모양이 망가질까봐 쓰지 않는다는 제 제자도 있었기에 그 어떤 사제의 말씀은 오해가 아닌 현실을 두고 안타까운 마음에 하신 말씀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전 같은 여자라도 분심 들때가 많았습니다. ^^*
제가 여성들을 위한 강의보다 좋다고 한 것은 수녀님의 강의가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
새로운 여성신학에 대해 알게되었고 성서를 이분법으로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감사를 드리지만 솔직히 그동안 제가 배우고 알아 온 것과는 조금 달라서... 제가 진보적인 사람이 아닌 탓도 있겠지요.
세례를 받은 여성분들은 그냥 미사시간엔 다들 미사보를 쓰도록합시다. ㅎㅎ
중요한 정보감사합니다
사실 미사포가 자꾸흘러내려 꼭해야하는건가라는 생각을 잠시했었답니다
반성하고갑니다
음...미사보는 가톨릭의 전통으로 우리가 설날에 한복을 입기도 하고 입지 않기도 하듯이 미사보를 쓰고 쓰지 않고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제 생각을 밝힙니다. 신부님께서도 미사보 자체가 신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하셨으니까요. 미사보를 쓰지 않은 자매님들때문에 분심이 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여겨집니다. 자매님의 경우처럼 형제님의 경우에도 성급한 일반화는 없어야겠지요. 극히 일부이길 바랍니다.
미사보는 세례 때 죄를 용서받았다는 표시 즉 회개와 용서, 속죄의 의미를 갖고 있지않을까요?
미사보가 신앙인의 판단 기준은 되지 않아도 신앙 생활을 하는 동안 여성 신자의 정숙함과 겸손함을 나타내는의미라고 생각하며 전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공경의 마음으로(신부처럼) 꼭~ 씁답니다. ^^*
개신교의 물로주는 세례보다 가톨릭의 세례을 통해 제 삶이 변화되었기에...
개종한지 33년! 단순하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신심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기에 분심도 오래 가지 않지만... 그냥 안타까울뿐입니다.
미사보을 쓴다는 것은 거룩한 잔치에 초대받은 자로 예를 갖추는 의미가 아닐까요?
선택은 자매님들의 몫이예요.
찬미예수님~^^
그저 전통이기에 썼던 미사보의 유래를 이렇게 자세히 알게되니 속이 후련하다고나 할까요~ㅎ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어주는 일인 것 같네요^^ 소중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신부님^^
하느님의 너울이 내 머리위에 내리신다고 생각하며 기도 하면서 써야한다. 하느님의 영이 내 머리위에 내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써야 한다. 아멘!
모세도 얼굴에서 빛이 났을 적에 너울을 가렸다고 성경에 나오든데요!
신부님말씀을 새기면서 미사보를 쓰면 더 경이롭게 행동하겠습니다. ^*^
미사포 참좋운말이지요? 안그레도요줌 내자신부터 정신적이 많이흐트러지고있단니다 우리가파티에가면서도 파티옷을갖추어 입는데! 하물며 하느님만나러오면서!미사포는. 꼭써야한다고생각합니다^,^~!
신부님 잘읽고 중국 청양성당 까페로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