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래 노인그룹에 속해 있음을 느껴질 때마다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인정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지하철을 탈때도 노인석과 승강기를 선호할 때가 많고
전철역으로 가다가 생각이 나서 발길을 다시 집으로 되돌릴 때도 자주 경험하고
그뿐이랴 스마트폰을 처다보고 나면 눈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면서 불편해지고 ..
인증번호 숫자를 보고 기역하지 못해 메모해야 하니 기역력감퇴도 확연히 느껴진다.
어느새 60대가 지나고 70대가 넘어섰으니 이젠 나도 스스로 부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며칠전 구로역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홀로 중국어 학습하며 시간을 보내시는 선배님(89세)를 찾아뵙고
매번 즐겨찾는 메뉴(생갈비탕, 구로역광장 밤새먹소)로 점심을...
외출복 바지에 나만의 비밀수첩(평소 사용하지 않는 카드, 퇴색된 주민등록증, 비자금)를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만 소지하고 나가는데 선배님 뵈러 간다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비밀수첩을 그대로 소지한체...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외출때 비밀수첩을 갖고 나간지도 전혀 기역나지 않는다.
행정기관에 볼 일이 있어 옷걸이에 걸려 있는 바지주머니를 몽땅 살펴보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비밀수첩이 없다.
집사람이 계절이 지났다며 겨울옷을 걸어 놓을때 치웠겠지하는 생각에 집사람만 잘 생각해 보라며...
세탁소에 맡겼나 아니면 별도 보관함에 넣어두었나 ...
평소 잃어버리는 일이 없는지라 집사람도 나의 계속되는 주문에 절대 치운 일이 없는데 웬일이냐며
거꾸로 나보고 잘 생각해 보라 하고 ...
그동안 신분확인이 필요할 때가 있었지만 얼굴 사진이 또렷한 운전면허증으로 대신했을 뿐 주민등록증을 꺼낸 일이 없었다.
나 역시도 넋을 잃고...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잃어버린 시점과 장소를 알아야지 전혀 기역할 수 없으니 신고해 봤자 뭐하노?
소지하고 외출한 적이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어디선가 나오겠지....
그것 없다고 해서 당장 문제되는 것도 아닌데...
집사람 양평 물소리길 한달 완주행사라며 하루 20km 걷겠다며 일정계획을 세우고
함께 걷자 하니 잘 됐다 그동안 이전 저런 일로 마음의 상처가 많은데....
훨훨 벗어던지고 이른 새벽부터 전철역으로 달려간다.
저녁먹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확인해 보니 통화기록이 없다.
이번에도 여론조사인가?
뜻밖에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와 주민등록증이 일치해서 전화드린다며
구로역광장 밤새먹소를 운영하는 주인인데 식당직원이 발견한 것이라며
아니 그곳에 간 것은 분명하지만 주민등록증이 들어 있는 비밀수첩을 소지한 적이 없는데 ..
어찌된 일인가?
평소와 같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바지를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입고 외출했으니...
그렇다해도 바지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면 식사중에 빠질리가 없고
계산도 휴대폰지갑에 있는 카드로 했으니 비밀수첩을 꺼낼 일도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어지지 않는다.
아뭏튼 생각나지 않지만 주인되시는 분이 이렇게 알려 왔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지...
현금 40만원...
보통사람이라면 모른척 해 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주운 직원도 그렇고 보고 받은 사장님도 보통분이 아님에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