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제 막급(噬 臍 莫 及)
이 말의 뜻은 배꼽을 물려고 해도 입이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향노루가 제 배꼽에서 나는 향내 때문에 잡혀 죽는 것을 피하려고 스스로 배꼽을 물어 뜯었지만, 입이 배꼽에 닿지 않아 그러지를 못해서 후회한다는 말인데, 춘추 좌전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릇된 뒤에는 후회를 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매사에 조심조심하여 살아가는 동안 남의 눈에 피 눈물 나게 하지 말고 선하게 살아야 후대에 앙화가 없을 것이며 자손대대로 경사가 있을 것이며, 물론 남의 마음에 한이 맺이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한 애비가 믿었던 자식이 투신 자살하고, 일생 가꿔 온 사업도 어디서 흰 여우같은 며느리에게 강탈당했으니 그 노인네의한(恨)이. 어떠했을꼬
그러니 투신 자살 할 수밖에....
자기의 자식 앞 날을 생각하면 어찌 그런 못된 짓을 하였을까 ?
초나라 문왕이 신(申) 나라를 토벌하러 갈 때 등(鄧) 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다. 등나라 기후는 조카가 왔다면서 초 문왕을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어 접대를 했다. 그런데 어진 신하였던, 추생, 담생, 양생이라는 세 신하가
“초 문왕은 언제고 우리나라를 치러 올 사람이니 이번 기회에 그를 죽이라.”고 건의를 했다. 그러나 등후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등 나라를 멸망시킬 사람은 이 사람일 것입니다. 만약 이 일을 지금 도모하지 않으면 군께서는 크게 후회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이 때에 도모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그러나 등후는 말하기를
“내가 만일 조카인 그를 죽인다면 사람들이 내가 먹다 남긴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이에 세 사람이 말하기를
“만약 저희 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나라가 망하여 사직이 제사를 받지도 못할 것인데, 왕께서 무슨 음식을 남길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등 후는 듣지 않았다. 그런데 초 문왕은 등 나라를 토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등 나라를 쳤고, 그후 등 나라는 멸망하게 되었다.
오늘 우연히 만난 지인과 호수 공원에 들렸다가 폭염을 식히려고 콩국수가 유명하다는 어느 식당에 들렸는데, 그 식당 벽에 걸려 있던 액자의 글이 서제 막급이란 글이었다. 또 한 켠에는 차생무회(此生無悔) 란 액자도 걸려 있었다. 아마도 지금 살고 있는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세상을 떠날즈음 후회가 없이 살겠다는 뜻일 것이다.
비록 공무원들을 상대로 콩국수와 추어탕을 팔고 있는 50대 중반의 부부이지만 이런 액자를 식당 벽에 걸어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인 중에 서예를 하는 사람이 있거나, 아니면 지인의 개인전에서 마음에 들어서 이 두 개의 액자를 구입해 와서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의 벽에 걸어두었을 수도 있으리라.
40만을 육박하는 행정 중심 복합도시 세종은 젊은 공무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작지 않은 도시이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일을 하다가 주말이면 모두 자식과 가족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고, 청사 주변 식당은 금요일 오후면 텅텅 비어 있다가 일요일 오후부터 다시 인적이 시작되는 아주 특이한 도시 세종시의 풍경이다.
콩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법문을 보게 된 것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작금의 신문 지상을 오르 내리는 모모 정치인의 끔찍한 만행을 보고 있노라면 모골이 송연하다. 아무리 세상이 막 되어간다고 하드라도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는 없고, 생전에 비록 사이가 나빴다고 하드라도 마지막 가는 저승 길에 흙 한줌 떠서 덮는 정도는 인내할 수 있으련만 눈을 부라리며 할아버지 입관 시에 흙 한줌도 떠서 덮기를 싫어했다면, 그런 자손들을 위하여 먹지 않고, 입지 않고, 모은 유산을 왜 남겨 주려 하였을까?
왕 참정의< 사류명> 에 이르기를
“여유가 있어서 다쓰지 않은 재주는 남겨서 조물주에게 돌려주고, 쓰다가 남은 복록은 모아 두었다가 조정에 돌려주고, 넉넉하여 다 쓰지 못한 재물은 남겼다가 백성에게 돌려주고, 충분하여 다쓰지 못한 복은 남겼다가 자손에게 물려주어라.”고 했다.
날씨가 덥기는 하지만 시정에 떠도는 정지인들의 이야기들이 하도 살벌하여 더위를 느끼면서도 살아간다는 일이 두려움마져 든다.
익지서( 益智書)에 이르기를 악한 마음이 가득히 차면 하늘이 반드시 그에게 벌을 내린다고 하였는데(惡鑵 若滿 天必誅) 벌 받을 사람들이 언제까지 저렇게 세상을 소란하게 하도록 놓아 두는지 절대자의 섭리가 궁금할 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