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8 대표팀을 새롭게 이끌게 된 김상호 감독 ⓒ손춘근
강원FC에서 인상적인 축구를 펼치던 김상호 감독(48세)이 대한민국 U-18 대표팀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짧은 인터뷰를 할 새도 없이 중국으로 떠났고, 곧바로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2013 AFC U-19 챔피언십’ G조 예선을 치렀다.
결과는 인도네시아에 패해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각 조 2위 팀 자격으로 내년 열리는 ‘AFC U-19 챔피언십’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출발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최종 평가는 본선이 끝난 뒤 내려도 늦지 않다.
선수들과의 소통, 재미있고 예술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김상호 감독.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 그에게 U-18 대표팀과 그의 축구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눴다.
- 9월 12일 선임되셨는데 한 달이 지나서야 만났다. 인도네시아 힘든 경기를 하고 돌아오셨는데, 돌아오신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가?
돌아오자마자 인천 전국체전 고등학교 시합을 지켜봤다. 대표팀 엔트리 50명 안에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다면 선수를 더 보강해야 할 텐데, 더 적절한 선수들이 있나 확인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에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이겨야 했다. 여건이 굉장히 열악했다고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동남아시아 팀(인도네시아)에게 졌다는 것을 감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3전 전승을 목표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14세 때 친선대회 때 모이고 4년 만에 처음 모였다. 개인 기량은 우수하지만, 국제적 감각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또한 음식, 기후가 많이 걱정됐다. 우리 선수들이 모처럼 국제경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하면서 어느 정도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중국에서 바로 인도네시아로 갔는데, 거의 3주 이상을 외국에서 생활하니 식단에 어려움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가서는 폭우를 걱정했는데, 묘하게 10일 정도는 비가 안 왔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인도네시아전)가 시작되니까 비가 내렸다. 전반 이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잔디에 물이 고이고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30분 지연을 선언했다.
그 와중에 비행기 시간 때문에 2명이 부랴부랴 귀국해야 했다. 물론 가기 전부터 일정이 나왔기 때문에 준비를 했어야 하지만, 워낙 중추적 역할을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골키퍼였다. 원래는 90분 경기를 마칠 수 있었는데, 30분이 지연되는 바람에 남은 경기를 뛸 수 없었다.
- 경기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렇다. 선수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서 면접을 봐야 했다. 선수들을 무사히 비행기는 탔는지 그런 것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전에도 2차전이 끝나고 세 명이 귀국했다. 대회 도중에 6명이 귀국하는 묘한 사례였다.
- U-19 대표팀에 선임되고 훈련할 시간도 없이 대회에 출전했다. 짧은 기간 훈련하고 성적을 내기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1차 예선은 통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본선에 초점을 맞추면 1년이란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어렵게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20일에 처음으로 소집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여러분들이 월드컵 최소 4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멀리보고 차근차근 준비하자. 여러분을 국가대표, 해외진출 할 수 있는 선수로 만드는 것이 내 사명감이다’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 중국 처음에 갔을 때, 멕시코한테 0-4로 져서 놀랐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시합을 했고, 선수 역시 국제적 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갔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고등학교 3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물론 각 팀에서는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일단 국가대표가 되고 국제경기를 하면 고등학교 수준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처음에 선수들한테 가장 강조했던 것이 볼 뺏기면 수비, 볼 뺏으면 공격이었다. 단순한 이야기인데 선수들은 이해를 못한다. 팀에서는 볼을 뺐기면 자기는 체력안배하고 쉬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볼을 뺐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수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선수들과 면담을 해보니 수비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멕시코는 이미 준비가 잘 돼 있는 팀이었다. 감독이 5년간 그 연령 선수를 계속 지도했다. 그 선수들은 내가 우리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공격에서부터 엄청난 압박을 시도했고, 공격에서부터 계속 프레싱을 가했다. 멕시코는 당장 U-20 월드컵에 출전해도 4강안에 들 수 있는 전력이었다.
- 멕시코전 이후 선수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나?
많이 바뀌었다. 선수들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됐다. 이후 크로아티아전도 무승부를 거뒀고, 홈팀 중국을 상대로는 승리했다. 선수들이 능력은 있으니까 인식이 바뀌는 것도 빨랐다. 이 연령대는 해외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인식을 바꾸는 것이 선수들에게 주신 첫 과제인 것 같다.
2~3주 했다고 완벽히 바뀔 수는 없다. 아직 아시아 본선에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나마 준비할 시간은 있다. 하지만 자주 모여서 훈련할 수 없으니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엔트리 50명의 훈련을 보고 선수 개별적으로 평가한 것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보완할 점을 적어 줬다. 팀에 가서 스스로 바꿔야 할 부분이다. 선수들이 깊이 생각해보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중국대회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건너가서 열흘 정도 있었다. 실전인 만큼 조직력이 중요한데, 가장 강조한 부분은?
중국 친황다오에서 끝나고 북경으로 가서 3일 정도 훈련했다. 중국 친선대회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고, 팀 전술을 새로 인식시키기 시작했다. 중국 친선대회를 계기로 어떤 전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그 후 인도네시아에 갔다. 4일 정도 준비하면서 세트피스 등을 훈련했다. 우리 선수들이 취약한 부분은 볼을 받는 사람의 타이밍과 위치다. 내가 어디에서 볼을 받아야 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선수들에게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볼을 받으라고 강조했다.
90년대 초반 포항제철(현 포항)의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김상호 감독 ⓒ월간축구
- 2005년부터 2007년까지 U-17 대표팀을 지도하셨다. 이후 6년 만에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때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봤다. 지금은 고3이다. 물론 기량의 차이는 지금 선수들이 높다. 외부에 비쳐지기에도 좋은 선수가 많은 걸로 인식이 돼 있다.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을 들여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외부에 비쳐지는 것 보다 보완할 부분이 많다.
- 필리핀을 4-0, 라오스를 5-1로 이겼다. 뛰어난 선수들이 눈에 띄었는데, 개인 기량은 마음에 드나?
선수 개인 기량은 아시아권에서는 정상이다. 그러나 경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11명이 해야 한다.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가 중요하다. 단순히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이기는가, 어떻게 축구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재미있고 멋있는 축구를 원한다.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만들고 싶다. 선수들은 처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뭔 소리야?’ 했을 것이다. 경기를 하면서 경험이 쌓이고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 결과적으로 본선에 진출을 했지만, 인도네시아에게 진 것은 충격적인 결과다. 감독님 스스로도 느끼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인도네시아 입성했을 때, 현지 기자들이 인도네시아-한국전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네시아는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다. 거의 3~4개월 이상 준비한 듯 하다. 팀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필리핀, 라오스랑은 분명 다른 레벨이다는 것을 느꼈다.
기자들 역시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 세 경기를 하러 왔지, 인도네시아 경기만 하러 온 것이 아니다. 다른 두 경기도 중요하다’는 식으로 피해가며 대응을 했다. 우리 선수들이 한 단계 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네시아 축구 열기가 대단했다. U-18 경기에 4만 이상이 들어왔다. 그 만큼 인도네시아 축구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패한 것과 함께 이 나라에서 얼마나 축구에 투자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그룹의 호주는 말레이시아에게 1-5로 졌다. 동남아 축구가 지금은 잠재되어있지만 열기로 봐서는 곧 한중일 수준에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 2007년 이후 6년 만에 KFA로 돌아오셨다. 다시 돌아온 소감은?
우리가 유소년 축구에 많은 투자를 했고, 많은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한 명의 축구인으로서 축구협회가 왜 존재해야 되는지를 느꼈다. U-17 대표팀 시절을 돌아보면 당시 선수들이 지금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자부심을 느낀다.
어린 선수들은 성적을 내지 못해도 좋은 선수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정몽규 회장님이 취임하시고 2022년 월드컵에서 4강에 들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 선수들이 2022년의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다. 2022년 월드컵 4강에 드는 선수를 양성하는 것이 나의 사명감이다.
- 이 연령대 선수들 중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누가 정말 잘한다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23명의 선수를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을 부각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기량은 괜찮다.
- 선수들은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굉장히 궁금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빌드업을 하라는 것이다. 골키퍼에서 불필요하게 킥을 하지 말라고 한다. 수비에서부터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고, 패싱이나 볼 터치가 매우 좋아야 한다. 선수들에게 위험 지역에서도 불필요한 킥을 하지 마라, 패스를 통해서 풀어 나오라고 강조한다.
- 감독님 개인적으로는 프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하셨다. 2007년에 비해 경험이나 철학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선수를 그만 두고 6개월간 영국과 스페인에서 연수를 받았다. 지도자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정립했던 시기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축구는 축구를 예술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철학적인 부분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 다음이 선수들과의 관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선수들의 마음을 알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 소통, 신뢰, 존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김상호 감독의 수첩에는 팀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적혀 있다 ⓒ손춘근
- 강원FC에서 뚜렷한 색깔을 구사했다. 상위권의 강팀도 아닌데, 패싱, 점유율 축구를 시도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하고 싶다. 일단 점유를 많이 해야 상대를 많이 뛰게 하고, 볼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볼 없이 역습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볼 점유율에 대해서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공격적 장면을 만들 수 있다.
- 패싱, 점유율 축구를 얘기하면 당연히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생각난다.
나는 은퇴를 하자마자 그런 축구를 하고 싶었다. 최근 5~6년 사이 바르셀로나가 그런 축구를 계속 했다. 내가 스페인에 갔을 때, 바르셀로나는 그런 축구를 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가 최근 잘 하고 있는 것이 수비 전환이다. 볼 뺏긴 자리에서 바로 압박이 들어가는 것이 과거에 비해 변한 점이다. 바르셀로나가 세계 축구의 흐름을 끌고 간다고 봐야 하지만, 나는 그 전에 이미 그 축구를 하고 싶었다. K리그에 있으면서 우리 선수들도 그런 축구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봤다.
아무래도 프로팀에서는 한정된 자원(예산) 안에서 선수를 모은다. 선수에 맞춰 전술을 입혀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은 마음에 드는 선수를 모두 뽑을 수 있다. 선호하는 포메이션은 무엇인가?
4-1-2-3과 4-3-3 이다. 두 가지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미드필더 세 명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강조한다. 가운데서 플레이가 잘 이루어지면 자연히 사이드도 잘 이뤄진다. 사이드 보다는 가운데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 미드필더에게 공을 줘야 한다.
- 프로축구는 지도자로서는 최고 레벨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최상위 레벨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밑으로 내려온 것이라서 결정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지도자 중에서 초등학교에서 프로까지 지도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부심이 있다. 난 유소년을 지도해 봤기 때문에 왜 유소년이 중요한지 알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이 된다면 나는 정말 밑의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해볼 용의가 있다.
- 위에서도 말씀 하셨지만 U-18 대표팀에서의 목표는 2022 월드컵인가?
목표는 높게 정하고 준비를 잘해야 한다. 2022년이 되면 지금 U-18 선수들이 주축이 된다. 이 선수들이 그때 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보다 큰 소망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는 88년생부터 92년생까지 5년 정도가 황금세대다. 이런 황금세대를 다시 한번 만들고 싶다.
- 내년에 열리는 ‘AFC U-19 챔피언십’에서 4위 안에 들면 U-20 월드컵에 출전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소한 2개월에 한 번 정도는 훈련을 할 생각이다. 물론 협회, 팀들과 조율을 해야 한다. 국제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AFC 대회가 10월에 열리니 그 전에 국제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과연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상당히 궁금하다. 성적은 당연히 우승이다. 좋은 플레이를 통해서 우승을 하는 것은 나에게도 도전이다.
인터뷰=손춘근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13년 11월호 '생생 인터뷰' 코너에 실린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