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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문명의 발상지 멕시코(Mexico)
4. 남부의 대도시 와하카(Oaxaca)
<1> 인디오 전통이 살아있는 와하카
멕시코시티 남동쪽 520km 지점에 있는 인구 80만의 와하카(Oaxaca)는 멕시코 전통이 잘 보존되어있는 도시로, 인근의 몬테알반(Monte Alban), 미뜰라(Mitla), 야굴(Yagul), 낄라판(Guilapan) 등의 유적을 돌아볼 수 있는 거점(據點)도시이기도 하다. 멕시코시티에서 와하카행 버스도 따스께냐(Tasquena)에서 출발하기에 따스코에서 돌아오면서 미리 표를 구입했다가 아침 일찍 지하철로 따스께냐역에 도착하여 와하카행 고속(ADO)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속버스로 7시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70페소(2만 7천원)이다. 멕시코의 버스체계는 가장 고급인 별 5개의 고속(ADO)버스가 있는데 직행이고, 그 보다 70%정도 저렴한 일반버스와 정원 12명 정도의 작은 미니버스도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대신 중간에 사람을 태우고 내리며, 난방시설도 없고 의자도 불편하다.
아도(ADO)버스는 출발 20분 전 쯤 게이트를 여는데 공항에서 하듯 짐 검사는 물론 몸수색도 철저히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급 고속버스 수준으로 좌석도 안락하고 에어컨은 물론, 영화도 보여준다. 나는 장거리 여행만 비싼 아도버스를 이용하였고, 2시간 이내의 가까운 거리는 모두 저렴한 버스를 이용하였으며 가급적 현지인들과 접촉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하였다. 와하카에 도착한 날이 2월 12일 오후였는데 아침기온은 24도, 한낮 30도로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이며 다소 더운 느낌이다. 버스 종점이 도시 변두리인 듯 다운타운에 있는 와하카 성당까지 택시로 이동했는데 50페소가 나온다.
<2> 와하카(Oaxaca) 대성당
성당 앞 광장 / 와하카 대성당
와하카 성당(Catedral de Oaxaca)은 1535년에 처음 건축되었는데 현재의 건물은 1773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며, 18세기 바로크 건축물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꽤 넓은 성당 앞 광장은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혼잡하였는데 재미있는 것은 많은 인디오들의 길거리 좌판과 아울러 오색 풍선을 수십 개씩 들고 다니며 파는 행상인이 많은 모습이 이채롭다. 또 성당 앞에는 상당히 규모가 큰 노천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차와 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성당 바로 앞 골목에 있는 아담한 장미호텔(La Rosas)에 짐을 풀었는데 1박에 480페소(40불 정도)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루피노 박물관(Rufino Tamayo Museo de Arte Prehispanico de Mexico)을 보러갔다.
루피노 타마요가 20여 년간 수집하였다는 유물들은 스페인 침공이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유물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마야 특유의 풍만한 여인상, 자포텍(Zapotec) 인디오 고유의 긴 코 등 눈길을 끄는 유물이 많다.
저녁식사는 성당 앞 노천카페에서 66페소짜리 생선요리를 시켰는데 양도 많고 맛있다. 다음날은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과 와하카 박물관(Museo Regional de Oaxaca)을 관람하려 아침 일찍 서둘렀다.
<3>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당
산토도밍고 성당 / 아름다운 천정화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은 1550년 건축을 시작하여 100년 간 건축을 계속하였다는데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이 건축에 참여하였다고 하며, 특히 천정화는 바로크 시대의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Baroque Vision of Heaven).
와하카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성당들이 있지만 이 산토도밍고 성당이 가장 인기가 많아서 결혼식도 주로 이곳에서 올린다고 한다. 마침 내가 도착한 아침 7시, 미사가 있어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모시며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였다. 이 성당의 바로 옆에 와하카 박물관(Museo Regional de Oaxaca)이 있다.
이곳에는 사포텍(Zapotec) 인디오의 유적지인 몬테알반 7호 고분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금은 보석류가 전시되고 있었는데 사포텍 인디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4> 솔레다드(Soledad) 성당
솔레다드 성당 / 솔레다드 성녀
다음은 솔레다드 교회(Basilica de la Soledad)을 보러 갔는데 이곳은 와하카에서 가장 유명한 가톨릭 성당으로 와하카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성처녀(Virgin of Oaxaca)를 모시고 있다.
스페인어 솔레다드(Soledad)는 영어로 고독(Solitude:솔리츄드)이라는 의미이므로 ‘고독의 성녀’라는 뜻이겠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로 이곳에 모셔졌던 성처녀는 진주로 장식된 옷과 은과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있었는데 통째로 도난당하였다고 한다. 얼마 후 언덕 밑 바위위에 앉아있는 당나귀의 등에 실려 있는 상자에서 성처녀의 머리와 손이 발견되었는데 당나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고, 또 아무리 하여도 당나귀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 자리에 성처녀가 발현하고...
그 자리에 성당을 지었고(1682~1690) 성처녀가 발현하였던 12월 18일에 대축제가 열리는데 와하카는 물론 이 지역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가장 큰 축제라고 한다. 북부지역이 ‘과달루페 성모’라면 이곳은 ‘솔레다드 성녀’라고 할 만큼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다고 한다.
교회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있는 성녀를 모시고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바로크 스타일의 외관과 현란한 천정화, 아기자기한 내부 장식이 눈길을 끈다. 이 솔레다드의 성녀를 Our Lady of Solitude(고독의 성녀) 혹은 Patron Saint of Oaxaca(와하카의 수호성인)으로도 부른다.
5. 몬테알반(Monte Alban) 대 유적
몬테알반 유적 / 비문(碑文)의 신전
몬테알반(Monte Alban)은 사포텍(Zapotec) 인디오의 대 유적지로 미니버스를 타고 30분 쯤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한다. 버스비 왕복 40페소, 유적 입장료 51페소. 가까운 거리지만 꼬불거리는 언덕길을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는데 발아래 와하카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와하카 계곡의 윗부분 평평한 곳에 조성된 이 유적은 기원전 800년 경 사포텍인디오들이 건설한 도시였다는데 예상보다 면적도 넓고 왕궁유적을 비롯한 수많은 석조건물 유적들이 제법 온전히 보전되고 있으며 거대한 피라미드들도 볼만하다. 후기에는 믹스텍(Mixtec)인들이 차지하여 잠시 거주하였다고 한다.
매표소와 연이어 유물 전시관이 있는데 인디오 특유의 정교한 석조유물들과 그림이 새겨진 거대한 석판, 그리고 흙으로 빚은 토용(土俑)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유적 입구 / 하늘에서 내려오는 통치자(土俑)
눈길을 끄는 것은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는 모습의 작은 흙 인형(土俑)들인데 지도자가 인간이 아니고 하늘에서 내려왔으므로 신성하다는 이른바 왕권신수설(王權神受說)이다.
거대한 광장과 수십 기(基)의 피라미드, 왕궁, 지하궁전, 무희들의 궁전, 조각 궁전, 볼 경기장 등이 있고 주변에는 170여 기의 무덤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7호 무덤에서는 수많은 금은 장신구들이 출토되어 와하카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있다.
여기서 캐나다에서 온 세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내가 63세 교육공무원 출신이라고 하자 자기들도 교육자 출신으로 은퇴 후 여행을 하고 있다며 한 할머니는 나와 동갑이라고 반가와 한다.
그런데 호호할망구.... 제기럴...., 내가 저렇게 늙었단 말인가???
몬테알반에서 내려오니 점심때여서 서둘러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Chile de Carilia-콜라 1병 포함하여 26페소) 오후에는 38km 떨어져 있는 미뜰라(Mitla)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미뜰라(Mitla)는 ‘죽은 이들의 자리’라는 의미로 사포텍인디오들이 신성한 장례지로 조성한 곳인데 이후 믹스텍 인디오의 영향도 받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유적들이 많은 곳이며 수령 2.000년의 뚤레(El Tule) 나무로도 유명한 곳이다. 사람들에 물어 미뜰라로 가는 버스가 지나간다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이곳의 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혼잡 그 자체이다.
한꺼번에 수십 대씩 버스가 밀려오면 길 가운데고 뭐고 겹겹으로 차들이 늘어서고, 버스 안내군(?)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손님을 부른다. 거기에다 택시들은 도로 아무데서나 세우고는 손님을 태우고 내리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울려대는 경적음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이며....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차들을 정리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정류장 앞에서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한테 물어도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곧 올 것이라고 하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차들이 몰려 올 때마다 행여 놓칠세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내가 불쌍해 보였던지 과일 파는 아주머니는 과일하나를 깎아서 내민다.
시간을 재어보니 갔다가 돌아올 시간도 맞추기 어렵게 시간이 흘러버려서 결국 미뜰라 관광은 포기하고 대신 좀 가까운 야굴(Yagul)을 다녀올까도 생각했는데 저 혼잡한 버스를 탈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버스 정류장으로 와서 산크리스토발 행 아도버스표를 끊고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동거리 450km, 밤 9시에 출발, 내일 아침 8시 30분 도착이니 11시간 30분... 버스비 408페소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멕시코 청년의 말로 산크리스토발은 시골이라 길도 좋지 않아 15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거리에 비하여 버스비도 제법 비싸다. 마침 근처에 꽤 넓은 공원이 있어 음료수를 마시며 꿀 같은 휴식을 취하였다. 이곳 멕시코는 애정표현이 무척 자유로운 듯, 고등학생 정도만 되면 어디서나 부둥켜안고 키스도 예사인데 특히 이곳 공원에서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매우 진한 신체접촉까지 연출하여 보는 눈이 즐거웠다.(^^)
6. 마야의 숨결이 살아있는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de las Casas)
<1> 인디오의 영혼이 살아있는 도시
멕시코 남부의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치아파스(Chiapas)주에 인구 10만이 채 안 되는 조그만 도시인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이 있다. 치아파스주(州) 초대 주교였던 스페인 신부 ‘바르톨로메 데 라스 까사스(Bartolome de la Casas)’의 이름에서 도시이름이 연유하였다고 하며, 16세기 식민시대의 건물이 많이 남아있을 뿐더러 인디오 고유생활 풍습이 잘 보존되어있는 도시로 관광객의 발길을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점심식사(띨라피아) / 상가(喪家) / 산속마을 산크리스토발
해발 2.100m의 고원 밀림지역 계곡에 외따로 떨어진 이 도시는 하얀 벽돌담, 붉은 타일의 지붕, 조약돌로 포장이 된 좁고 구불구불한 작은 골목길 등 매우 인상적인데 멕시코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아름다운 성당들이 있다.
광장(Plaza de la Iglesia)과 붙어있는 1560년 건축의 산토도밍고 성당은 16세기 바로크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는 건물로 유명하며 그 밖에도 산크리스토발 대성당, 과달루페 성당 등이 있다. 광장주변의 골목길은 가지가지 인디오들의 전통 수공예품 노점(露店)들로 빼곡하고 그 틈을 비집고 다니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저녁에는 멋진 공연(노래)도 있어서 즐거웠다. 이곳에서 인디오 전통 자수기법으로 커다란 앵무새를 아름다운 색깔로 수놓은 사방 50cm정도의 자그마한 벽걸이용 카펫을 샀는데 150페소 달라는 것을 85페소(8.500원)에 샀다.
다운타운 부근을 걸어 다니다 보니 언덕 위에 흰색으로 단장한 아름다운 성당이 보인다. 20여 분 수많은 계단을 걸어 올라갔는데 과달루페 성당(Catedral de Guadalupe)으로 과달루페 성모를 모시고 있었고, 성당 앞 계단에서 내려다보면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된다. 이곳에서 일본계 브라질 여성 ‘자씨라(일본명 하루미:春美)’와 대만 처녀 ‘밍후에(明慧)’를 만나 동양인 셋이 함께 다니며 관광을 하여 재미있었다.
산크리스토발 인근의 인디오 마을들은 각각 고유의 전통을 고수하며 산다고 한다. 이를테면 차물라(Chamula)족과 지나깐탄(Zinacantan)족은 고유의 직물(織物)제조로, 또 도예마을 아나테낭고(Anatenango), 자수마을 아구아까테낭고(Aguacatenango), 직물 전공의 떼네야파(Tenejapa)족, 산안드레스(San Andres)족 그 밖에도 마그달레나(Magdalena)족 등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고유의 전통은 물론 고유색깔과 복장, 고유 언어, 축제 등을 잘 보존하고 있는 부족들이다.
인디오 원주민 아가씨들 / 푸른 직물의 지나깐탄족
다운타운에서 8km 정도 떨어진 지나깐탄족 마을을 방문하였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성당 옆 광장에서는 미사가 끝난 후 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각종 괴물 가면을 쓴 어린이들이 몰려다니는 축제가 있어서 즐거웠다.
이곳 인디오들은 푸른 직물로 된 옷을 입고 있었고, 대부분 공용어인 스페인어를 못하고 마야어를 사용한다. 또 이곳 인디오들은 사진 찍는 것을 몹시 꺼려서 허락 없이 사진을 찍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시장의 여인들 모습과 가면을 쓴 어린이들의 모습을 멀리서 찍었는데 마침 예쁜 전통 복장을 입은 마을 처녀들이 네 명 앉아 있기에 10페소(1.000원)를 주고 사진 두 장을 찍을 수 있었다. 이 네 명 중 한명만 스페인어가 가능하다.
시장을 둘러보는데 골목 속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리기에 들어가 봤더니 상가(喪家)라는데 조문객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영정 앞에 조문을 하는 사람들 뒤에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한다. 조가(弔歌)를 기타를 치며??
복잡한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점심때가 되어 시커멓고 우럭처럼 생긴 꽤 큰 생선을 기름에 튀겨 파는 것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먹어 보았는데 먹을 만 했다. 생선 이름은 띨라피아(Tilapia)라고 하였고 야채를 곁들여 주는 튀김은 한 마리에 15페소(1500원).
산크리스토발 대성당 / 산토도밍고 성당 / 과달루페 성당
숙박은 광장(Main Plaza) 부근의 아담하고 깨끗한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호텔을 잡았는데 방 한 개에 침대 3개인데 1인당 100페소(만 원)로 매우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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