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등무상경 제4권
36. 대운초분 여래열반건도(如來涅槃健度)[1], 대승경의 뜻과 사백삼매
[건행 대범왕, 대승경의 뜻]
이에 대중 가운데 건행(健行)이라는 대범왕(大梵王)이 모든 공양거리를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7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대승경전(大乘經典)에는 무릇 몇 가지의 삼매(三昧)와 총지(總持)와 수행할 도(道)의 비밀한 갈무리[藏]와 즐거이 설하면서 막힘이 없는[樂說無礙] 여래의 경계가 있습니까?
국토 세간은 다시 몇 가지가 있습니까?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 온갖 것을 가엾이 여기시므로 저는 오늘 감히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원컨대 이족존(二足尊)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널리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마땅히 공손히 받들고 지니겠습니다.”
그때 무진의(無盡意)라는 천자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받들어 곧 범천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대범왕이여.
부처님께 진실한 뜻[義]을 묻는구려.
부처님께서는 사실대로 대답하시어
널리 모든 중생 제도하십니다.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공경하면서 존중할 것이니
하나하나의 방등경(方等經)에는
항하 모래만큼의 뜻이 있어 알기 어렵습니다.
여래이신 큰 법왕[大法王]께서는
넓은 문으로 법계(法界)를 여시며
부처님께서 얻는 총지의 법[總持法]은
2승(乘)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범(大梵)이여, 대승경의 뜻은 한 가지만이 아니요, 나아가 만 가지나 됩니다.
설령 어떤 사람의 지혜가 아난과 같고 수명이 항하 모래만큼 길어도 그 이치를 능히 받아 지니거나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사람이 그 변설(辯舌)이 날카롭고 항하 모래만큼 많이 설명한다 하여도 역시 다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대승경은 그 뜻이 깊고 깊어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고 측량할 수도 없어 그 경계는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그 말씀의 뜻은 다할 수 없습니다.
범천이여, 마치 의사가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말하는 약방문은 또한 다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 세존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범천이여, 마치 여인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건강하게 키우려고 조금씩 소(蘇)를 먹이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 세존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범천이여, 이미 중생을 위하여 이런 질문을 드렸으니 우리는 지극한 마음으로 그 뜻을 듣고 받들어야 합니다.”
[대운밀장보살, 사백 삼매]
그때 대운밀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 가운데 사백 삼매를 말씀하셨는데 그 뜻이 심히 깊어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원컨대 여래께서 분별하여 해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너희들이 묻는 바와 같이 중생들의 더러운 때[垢]를 제거하기 위하여,
인욕으로 바르게 믿는 마음과, 바르게 정진하는 마음과, 기억하는 마음과, 선정[定]의 마음을 얻게 하고,
미래의 복이 얇은 사람으로 하여금 복덕이 생기게 하려고 짐짓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선남자야, 만일 어떤 국토의 성읍(城邑)과 시골의 사부대중이 이와 같은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 쓰고 해설하면, 그때 가뭄이 들었으면 비가 내리고 비가 지나치게 오면 곧 그칠 것이니라.
선남자야, 어느 국토나 그 안의 중생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 쓰고 해설하고 듣게 되면, 이 사람은 금강 같은 몸[金剛身]을 얻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경전 가운데 신주(神呪)가 있기 때문이니라.
중생을 위하여 3세(世)의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함께 널리 말씀하셨느니라.
우구례 모구례 다지 비두지 다니갈지 다나뢰지 다나싱탑혜
만일 어떤 사부대중이 이 주문을 외우면 곧 모든 부처님의 칭찬을 받게 되느니라.
만일 어떤 국토에서 비가 오도록 기원하려 하면 육재(六齊)의 날에 그 왕은 마땅히 깨끗이 목욕하고 삼보(三寶)께 공양하고 용왕(龍王)의 이름을 찬탄하고 불러야 하느니라.
선남자야, 4대(大)의 성품은 변하거나 바뀌게 할 수 있지만, 이 주문을 외워 지녔는데도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너희들이 먼저 물은 4백 삼매의 뜻을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말해 주리라.
선남자야, 이 경 가운데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심심정수대해(甚深淨水大海)삼매가 있느니라.
모든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심히 깊다[甚深]’고 하고,
온갖 생사의 갈증을 능히 끊기 때문에 ‘청정한 물[淨水]’이라 하며,
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큰 바다[大海]’라 하고,
모든 부처님 세존과 같아서 평등하기 때문에 ‘삼매(三昧)’라 하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갖추면,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몸을 얻고,
견문이 많은 바다[多聞海]와 견문이 많은 보배 갈무리[多聞寶藏]를 얻으며,
보리의 마음에서 동요하거나 옮아가지 않으며,
부처님 지혜가 항상 머무르는 몸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변하거나 바뀜이 없으면서 마음에 의심이나 막힘[疑礙]이 없고,
법의 비[法雨]를 여의지 않으며, 언제나 삼보를 만나고 선지식을 만나며,
온갖 진실하고 바른 복덕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야, 너희들은 이와 같은 삼매를 받아 지녀야 하나니, 지니고 나면 곧 한량없는 공덕을 완전히 갖추고 성취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다시 심심정수대해소입(甚深淨水大海所入)삼매가 있느니라.
어떠한 삼매로도 이 삼매의 모양을 널리 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심심(甚深)’이라고 하고,
생사를 씻기 때문에 ‘정수(淨水)’라 하며,
밑[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해(大海)’라 하고,
동요하지 않은 몸의 상ㆍ낙ㆍ아ㆍ정을 얻기 때문에 ‘소입(所入)’이라고 하며,
마치기 때문에 ‘삼매’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갖추면, 곧 모든 하늘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느니라.
범천(梵天)을 섬기는 이를 보면 곧 범천의 모습이 되어 범천 섬기는 일을 타파하게 되면서도 마음에 집착하지 않고,
자재천(自在天)을 섬기는 이를 보면 자재천의 모습이 되며,
팔비(八臂)를 섬기는 이를 보면 팔비의 모습이 되느니라.
건타(健馱)를 섬기는 이를 보면 건타의 모습이 되며,
천모(天母)를 섬기는 이를 보면 천모의 모습이 되고,
귀신을 섬기는 이를 보면 곧 귀신의 모습이 되느니라.
비록 이와 같은 갖가지 모습을 나타내어 그들의 소견을 무너뜨리더라도 마음에는 실로 집착이 없느니라.
짐승을 잡아 죽이는 이를 보면 곧 백장[屠者]의 모습을 나타내어 그를 교화하여 살생을 못하게 하고자 하고,
술집이나 전다라(旃陀羅)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역시 그와 같이 하며,
장기ㆍ바둑을 하거나 희롱하면서 시시덕거리는 곳을 보아도 모두 그 모습을 나타내어 빈궁한 일을 끊게 하느니라.
아내ㆍ자식ㆍ노비ㆍ하인 등을 거느리는 것을 나타내더라도 그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범행(梵行)을 닦느니라.
비록 보배로 장식한 옷을 입는다 하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청정하고,
진수성찬을 먹는 것을 나타내 보인다 하더라도 안으로는 언제나 법희(法喜)로써 스스로 배를 채우느니라.
모든 음녀의 집에 들어간다 하여도 여러 나쁜 일을 하는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며,
박사(博士)나 점쟁이나 새나 수리의 몸과 온갖 짐승의 무리들에 이르기까지 역시 그 온갖 미천한 모습이나 불구(不具)의 몸을 나타내어 들어간다 하여도 몸이 지닌 허물을 널리 말해 주기 위해서이니라.
아흔다섯 종류의 삿된 도[邪道]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모습에 따라 나타내더라도 그들의 소견을 깨뜨리기 위해서이며,
자기 자신의 사백 네 가지 병(病)을 나타내 보이니, 중생들의 안팎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이니라.
외서(外書)를 읽고 외워서 갖가지 말을 이해하고 노비와 하인과 남녀노소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거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모든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해서이니라.
온갖 날짐승ㆍ길짐승 등의 말을 능히 이해하거나 향ㆍ꽃ㆍ약초ㆍ나무 열매ㆍ풀 열매를 나타내거나,
혹은 왕ㆍ왕자ㆍ대신ㆍ장자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사문ㆍ바라문의 모습이나 제석천왕ㆍ전륜성왕ㆍ해ㆍ달 등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느니라.
사대천왕(四大天王)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니 이것은 사천하(四天下)를 옹호하기 위해서이니라.
모든 부처님의 자재한 신통을 나타내 보이더라도 끝내 마지막 열반에 들지 않느니라.
여러 가지 색(色)을 변화로 짓더라도 색의 성품[色性]을 무너뜨리지 않고,
비록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에 가서 나게 되더라도 끝내 국토라는 상(相)을 분별하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의 심히 깊은 삼매를 얻게 되더라도 법계(法界)에 대하여 분별하지 않고,
인간과 천상의 임금이 되더라도 마음에 교만이 없느니라.
비록 꿈 속 일을 설명하더라도 꿈의 모양을 보지도 않고,
밖으로 악마의 일을 나타내더라도 실로 악마의 업[魔業]이 없으며,
세간에서 행하더라도 세간의 법에 물들지 않는 것이 마치 연꽃이 더러운 곳에서 피더라도 물들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은 과보를 바로 심심대해소입삼매를 성취한 것이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