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불자불 / 고응남
고응남
서 있었던 같은데 번쩍 정신이 들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쳤다. 쳐다보니 나의 바로 위 고참 L 상병이었다. 군기가 빠졌다고 나에게 나무랐다. 너무 피곤하여 벽에 기대어 서서 깜박 졸았던 것이었다. 1976년 4월. 군에 입대하여 몇 개월 지난 후 최전방 사단 사령부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었다. 낮에는 훈련에다 행정 일에다 너무 피곤하여 벽에 기대어 서서, 스르르 눈이 감겨,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을 졸았던 기억이 난다. 그 사건으로 기합도 받았던 적이 있다.
결혼하여 아내와 초등학생 딸 둘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던 때의 일이다. 전철에서 자리가 없어 전부 서 있었는데, 대화하다가 어느 순간에 손잡이를 잡고 서서 잠깐 졸았다. 아내가 나를 살짝 깨웠다. 그 당시는 아무 얘기를 하지 않고, 나중에 집에 온 후 얘기를 하였다. 창피해서 당신과 같이 나들이를 하지 못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잠. 침대에 베개를 하고 제대로 자는 잠은 약 5시간 정도이다.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 37년 동안 습관이 되어 있다. 저녁잠이 많은 편이다. 오후 8시나 9시쯤 되면 꾸벅이며 졸기 시작한다. 그 시간에 자지 않으려고 애써 본 적도 있지만 자지 않으면 못 견딘다. 새벽 2시나 3시쯤 깨서 무언가를 한다. 컴퓨터를 하든지, IT 관련 책 원고를 쓰든지, 수업 준비를 하든지, 프로젝트를 하든지. 잠을 잘 때는 주위에서 시끄럽게 해도, 천둥 번개가 쳐도 세상 모르게 잠을 곤히 자는 편이다. 나를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푹 빠진다.
쪽잠. 달콤하다. 자투리 잠은 초콜렛보다 더 달콤하고, 간식보다 더 맛있다. 특히 점심 먹은 후 잠깐 15분쯤 자는 잠. 어찌나 좋은지 모르겠다. 못 자면 오후 내내 정신이 흐릿하다. 전철 안이나 버스에서도 머리를 좌우 앞뒤로 정신없이 끄덕이며 잘 조는 편이다. 잠은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 쪽잠은 참 달고 맛있다. 5 시간 만 자고 하루를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질문을 하지만 실제로는 정식 잠 5시간에 조각난 자투리 잠을 전부 합하면 하루에 약 7시간이나 8시간을 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1980년대 D 그룹 전산실에 프로그래머로 근무했을 때, 주위에서 나에게 자불자불이라고 놀려대곤 했다. 회사 동료들이 붙여 준 별명이었다. 잠깐잠깐 나도 모르게 일하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조는 잠 때문이다. 점심 먹은 후 15분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잠. 맛있다. 나는 잠에 있어서, 특히 쪽잠에 있어서 황제인가 보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도 쪽잠의 명수였다고 전해진다. 그를 닮았나 보다. 자불자불 조는 자투리 잠. 행복한 순간이다. 달콤한 순간이다.
고응남 시인·수필가·화가, (전) 백석대학교 교수, 제주 출생,
월간 <신문예> 시 등단 / 수필 등단, 수필집 <<미뇽 그 남자>>,
계간문예 작가회 이사, 인사동 시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예 자문위원, 가곡작사가협회 이사, 대륙문인협회 지도위원, 중구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시서화진흥위원회 위원, 작가와 함께 편집위원, 시산 문학회 편집위원, 인사동 시인협회 편집위원, 대한예술신문 총재, 국제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미협 부이사장,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 (전) 노스웨스트 사마르 미술대학 석좌교수, (전) 대한미협 작가회 회장, (전) 디지털 콘텐츠학회 회장, (전) 모바일학회 회장
***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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