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4권
4. 출생보살품(出生菩薩品)
40) 도둑 루타(樓陀)의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 고독원에 계실 때, 그 성에 루타(樓陀)라는 도둑이 있었다.
그는 항상 허리엔 날카로운 칼을 차고 손에는 활을 잡고서 길목에 있으면서 백성들의 물건을 빼앗아 그것으로 생활했다.
어느 날 며칠 동안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 오다가, 마침 비구가 발우를 잡은 채 나무 밑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사람들의 발우 속엔 반드시 음식이 있으리니, 지금 곧 가서 그 음식을 빼앗아 먹고 또 다 먹고서 배[腹]를 갈라 꺼내 먹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가까운 거리에까지 가서 조금 멈추어 있었는데,
이때에 비구도 도둑의 뜻을 알고,
‘이제 내가 먼저 도적을 불러 음식을 주지 않는다면, 반드시 적이 여기에 와서 나를 살해함으로 말미암아 3악도에 떨어질 그 죄악만을 더하게 되리라’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멀리서 부르며,
‘그대는 빨리 오시오. 내가 음식을 주겠소’라고 하자,
도둑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저 비구가 멀리서 내가 굶주린 것을 알고 나를 불러 음식을 주려고 하는구나.’
그는 곧 앞에 다가가서 음식을 포식하고 나서 환희심을 내었다.
이때 비구가 그를 위하여 갖가지 묘법을 설하니,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었으며, 출가하기를 구하여 더욱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었다.
또 3명(明)ㆍ6통(通)과 8해탈(解脫)을 갖추어 온 천상ㆍ세간의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다.
다른 여러 비구들도 이 사실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