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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달마장현종론 제17권
4. 변연기품(辯緣起品)⑥
4.6. 공간과 시간의 단위 및 세계의 주기[3]
4) 겁초의 유정의 역사
겁초(劫初,즉 성겁이 시작할 때)의 사람들에게도 왕이 있었던 것인가, 없었던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겁초의 사람들은 색계의 천(天)과 같았지만
그 후 점차 맛에 대한 탐욕이 증가하게 되었고
나태하여 [물자를] 저장하자 도적이 생겨났으니
그것을 지키기 위해 수전(守田,즉 왕)을 고용하게 되었다.
논하여 말하겠다.
겁초 시절의 사람들은 모두 색계[의 천중(天衆)]과 같았지만, 극광정천으로부터 몰하여 인간세계에 태어나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점차 왕이 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계경에서는
“겁초 시절의 사람들은 마음대로 성취되는 유색의 몸[有色意成]을 가졌는데, 사지와 몸뚱이가 원만하고 모든 근(根)에는 결함이 없었으며, 형색이 단엄(端嚴)하였다.
또한 몸에 광명을 띠었고, 자유자재로 허공을 날았으며, 희락(喜樂)만을 먹고 마시며 기나긴 시간에 걸쳐 오래오래 살았었다”고 설하였던 것이다.46)
그런데 이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 지미(地味)가 점차 생겨나게 되었으니,47) 그 맛은 매우 감미로웠고 그 향기도 매우 진하였다.
그때 맛을 탐(耽)하는 품성의 어떤 한 사람이 그 향을 냄새 맡고는 애탐을 일으켰으며, 마침내 그것을 맛보고는 바로 먹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이를 따라 배워 경쟁적으로 그것을 취하여 먹기 시작하였으니, 바야흐로 이때를 일컬어 ‘단식(段食)을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 때’라고 한다.
단식을 섭취함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신체는 점차 견고하고 무거워졌으며, 광명도 사라지고 바로 어두움이 생겨나게 되었으니, 해와 달과 온갖 별들도 이때로부터 출현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맛에 탐닉함으로 말미암아 ‘지미’는 바로 없어져 버리고, 이로부터 다시 지피병(地皮餠, 구역에서는 地皮乾, 지미가 말라 떡같이 된 것)이 생겨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투어 탐하여 그것마저 먹어버리자 지피병 또한 사라져 버렸다.
그때에 다시 임등(林藤, 포도 덩굴과 같은 덩굴 풀)이 출현하였는데, 사람들이 다투어 그것을 탐하여 먹어버렸기 때문에 임등 역시 사라져 버리고, 땅을 갈아 파종하지 않아도 되는 향기 나는 벼[香稻]가 저절로 생겨나게 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다 같이 그것을 취하여 먹을거리로 충당하였는데, 이러한 음식은 거친 것이기 때문에 소화되고 남은 더러운 찌꺼기가 몸에 남아있게 되었고, 이것을 제거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두 갈래의 길(대ㆍ소변의 배설기관)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마침내 남ㆍ여의 근(根)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근의 차이로 말미암아 형상도 역시 달라졌으며, 나아가 숙세에 익힌 힘 때문에 서로 마주보고 마침내 비리작의(非理作意,즉 婬心)를 낳아 비범행(非梵行,청정하지 않은 행위로서 음행)를 행하게 되었던 것이니, 인간 중에 애욕이라는 귀신[欲鬼,구역에서는 婬欲鬼]이 처음으로 발동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였다.
그런데 그때의 모든 사람들은 언제든지 먹고 싶은 대로 향기 나는 벼를 취하여 먹었을 뿐 저장하여 쌓아두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후 품성이 게으르고 나태한 어떤 사람이 있어 향기로운 벼를 많이 가져다 저장해 두고 나중에 먹고자 하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이를 본받아 점차 더 많이 쌓아두게 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벼에 대해 ‘나의 것[我所]’이라는 마음이 생겨나 각자의 탐욕스러운 성정(性情)대로 수확하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벼를 거둔 곳에서는 두 번 다시 생겨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그들은 다 같이 밭을 나누어 먼 장래 그것이 모두 없어져 버릴 것을 염려하여 방비하였는데, 자신에게 분배된 밭에 대해서는 아끼고 수호하려는 마음을 낳고, 다른 이에게 분배된 밭에 대해서는 침입하여 노략질하려는 마음을 품게 되었으니, 도둑질의 허물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를 막기 위하여 서로 모여 상의한 끝에 그들 무리 가운데서 한 명의 덕 있는 이[有德人]을 뽑아, 각기 수확한 벼의 6분의 1을 주고 그를 고용하여 지키게 하였다. 즉 그를 봉하여 전주(田主)로 삼았으니, 바로 이러한 사실로 말미암아 찰제리(刹帝利, Kṣatriya)라고 하는 명칭을 설정하게 되었던 것이다.48)
그리고 대중들이 그를 흠모하고 받들게 되자 그 은덕이 온 천하로 흘러 퍼지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 그를 대삼말다왕(大三末多王)이라고 이름하게 되었으며,49) 이후로부터 모든 왕들은 바로 이 왕을 우두머리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50)
또한 그때의 사람으로서 그 성정이 집에 있기를 싫어하고 고요한 곳에 있기를 좋아하며, 엄격히 계행을 닦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 같은 성품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바라문(婆羅門, Brahman)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후 어떤 왕이 있어 재물을 탐내고 아껴 온 나라의 인민들에게 능히 균등하게 분배하지 않았다. 그래서 빈궁한 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도둑질을 행하게 되었으며, 왕은 이를 금지시키기 위해 가볍고 무거운 형벌을 시행하였으니, 사람을 살해하는 일은 이때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때 어떤 죄인들은 그러한 형벌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과실을 숨기고,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말을 진술하기도 하였으니, 거짓말[虛誑語, 구역에서는 妄語]이 생겨나게 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5) 겁이 감소할 때의 크고 작은 세 재앙
① 소삼재(小三災)
[앞에서] 겁이 감소하는 단계에서는 작은 세 가지 재앙[小三災]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 상은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업도(業道)가 증가하면서부터 수명이 감소하여
10세에 이르게 되면, 세 가지 재앙이 나타나니
도병(刀兵)과 질병과 기근이 그것으로, 순서대로
일곱의 날과 달과 해 동안 일어나다 그치게 된다.
논하여 말하겠다.
온갖 유정들이 거짓말을 하면서부터 온갖 악업도(惡業道)는 그 후 더욱 더 증가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이 주(洲,남섬부주)의 사람들의 수명은 점차 감소하여 마침내 10세에 이르렀을 때, 작은 세 가지 재앙이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재앙과 환란은 두 가지의 법이 근본이 된 것이니, 첫째는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것이며, 둘째는 성품이 게으르고 나태한 것이다.
이러한 작은 세 가지 재앙은 중겁(첫 번째 住의 중겁)이 끝나갈 무렵에 일어나는데,
여기서 세 가지 재앙이란, 첫째는 도병(刀兵)이며, 둘째는 질역(疾疫)이며, 셋째는 기근(饑饉)이 바로 그것이다.
즉 중겁이 끝나갈 무렵 인간의 수명이 10세일 때, 사람들은 비법(非法)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상속신을 오염시키고, 불평등한 애착이 그들의 마음을 덮고 가렸으며, 삿된 법이 얽히고설켜 진에(瞋恚)가 증가하게 된다.51)
그래서 서로 보기만 하면 날카로운 해코지의 마음[害心]이 생겨났으니, 마치 지금의 사냥꾼들이 들판에서 짐승을 보듯 한다. 손에 잡은 것이면 모두 예리한 칼이 되고, 각기 자신의 흉악 광포함을 뽐내며 서로가 서로를 잔혹하게 해치게 되는 것이다.(이상 도병의 재앙)
또한 중겁이 끝나갈 무렵 인간의 수명이 10세일 때, 사람들이 앞에서 설한 바와 같은 온갖 허물을 갖추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비인(非人,이를테면 악령이나 악귀와 같은 것을 말함)이 독을 품어내어 질역(疾疫) 즉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는데, 그 병은 치료하기가 어려워 걸리기만 하면 바로 목숨을 마치게 된다.(이상 질역의 재앙)
또한 중겁이 끝나갈 무렵 인간의 수명이 10세일 때, 사람들이 앞에서 설한 바와 같은 온갖 허물을 역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천룡(天龍)이 분노하고 꾸짖어 감우(甘雨)를 내리지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세간은 오랫동안 기근을 당하여 이를 구제하는 자가 없다면 대부분 목숨을 마치게 된다.(이상 기근의 재앙)
그러나 만약 어떤 이가 능히 하루 낮과 하루 밤 동안 불살생의 계(戒)를 지닌다면,52) 간절하고도 청정한 마음을 일으켜 하나의 약물(藥物)로써 승중(僧衆)에 받들어 보시하면, 한 덩어리의 밥으로써 승중에 받들어 보시하면, 결정코 이러한 세 가지 재앙이 일어나는 일을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53)
이러한 3재가 일어나게 되면 각기 얼마간의 시간을 거치게 되는가?
도병의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최장 오로지 7일간이며, 질역의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7개월 7일간이며, 기근의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7년 7개월 7일간이니, 이러한 기간을 지나면 재앙은 바로 그치고 인간의 수명은 점차 다시 증가하게 된다.
나아가 동ㆍ서의 두 주(洲)에도 이와 유사한 재앙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테면 진에가 증성하고, 몸의 힘이 약해지며, 자주 기근과 갈증이 더해진다. 그러나 북주의 경우에는 이 세 가지 재앙 중의 어떠한 재앙도 존재하지 않는다.
② 대삼재(大三災)
[그렇다면] 무엇을 일컬어 대(大) 3재라고 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대] 3재는 화(火)ㆍ수(水)ㆍ풍(風)으로서
위의 세 정려를 꼭대기로 삼으니
순서대로 내적 재앙[內災]과 동등하기 때문이며
제4정려는 부동(不動)이기 때문에 재앙이 없다.
그렇지만 그곳의 기세간은 항상하지 않으니
유정과 함께 생겨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일곱 번의 화재에 한 번의 수재가,
일곱 번의 수재와 화재 후에 풍재가 일어난다.
논하여 말하겠다.
이러한 대(大) 3재는 유정류를 핍박하여 하지(下地)의 세계를 버리고 위의 천계 중으로 모이게 하는데, 최초에 화재(火災)가 일어나게 되는 것은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설하기를,
“이와 같은 일곱 개의 해의 행렬은 마치 기러기의 행렬이 길을 나누어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며,
또 어떤 이는
“이와 같은 일곱 개의 해의 행렬은 위아래를 행렬로 삼아 길을 나누어 돌아다니니, 그 사이의 간격은 서로 각기 5천 유선나씩 떨어져 있다”고 말하였다.
다음으로 수재(水災)가 일어나게 되는 것은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설하기를,
“세 정려 가장자리의 공중으로부터 갑자기 뜨거운 잿물[灰水]이 내렸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며,
또 다른 어떤 이는 다시
“아래의 수륜(水輪)으로부터 용솟음쳐 일어난 물이 상계로 비등하여 그곳을 잠기게 하였다”고 하였는데,
결정적인 뜻은 바로 ‘이러한 [세 정려의] 가장자리로부터 생겨났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풍재(風災)가 일어나게 되는 것은 바람이 서로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네 정려 가장자리의 공중으로부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쳐 바람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말하였으며,
또 다른 어떤 이는 다시
“아래의 풍륜(風輪)으로부터 서로 부딪쳐 일어난 바람이 상계로 회오리쳐 오르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이에 관한 결정적인 뜻도 앞에서 설한 바에 준하여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세 가지 재앙이 기(器)세계를 파괴하고, 내지는 미세한 부분[細分]조차 남김없이 파괴한다면, 그 후(즉 성겁 시) 구체적인 거친 물질[麤物]이 생겨나는 경우 무엇을 종자로 삼는 것인가?54)
어찌 이러한 [구체적 물질]은 바로 이전의 재앙(즉 괴겁 시의 재앙)이 닥칠 때의 꼭대기의 바람[頂風]을 연으로 삼아 견인되어 생겨난 바람을 종자로 삼는다고 하지 않겠는가?55)
혹은 ‘온갖 유정의 업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바람이 능히 종자가 된다’고 앞에서 [이미] 논설하였다.56)
즉 바람 중에 갖추어져 있는 여러 가지의 미세한 물질[微物]이 동류인이 되어 구체적인 거친 물질을 인기하는 것이다.
혹은 모든 세계의 파괴는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여러 종류의 속성[德]을 갖추고 있는 다른 방소[他方]의 바람이 이곳으로 불어와 종자가 된다고 해도 역시 어떠한 허물도 없다.
그래서 화지부(化地部)의 계경 중에서는
“바람이 다른 세계로부터 종자를 날려 이곳에 오게 하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57)
그렇다면 앞에서 설한 ‘이전의 재앙이 닥칠 때의 꼭대기의 바람’이란 이 같은 재앙 가운데 어떠한 재앙을 말하며, 그것은 어느 곳을 꼭대기로 삼는 것인가?
화ㆍ수ㆍ풍의 재앙은 순서대로 위의 세 정려(제2정려 내지 제4정려)를 꼭대기로 삼는다.58)
그래서 세존께서는 [이같이] 설하였던 것이다.
“재앙의 꼭대기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만약 어느 때 화재(火災)가 세계를 태워버리면, 극광정천이 이러한 재앙의 꼭대기가 된다.59)
만약 어느 때 수재(水災)가 세계를 침몰시켜 문드러지게 한다면, 변정천이 이러한 재앙의 꼭대기가 된다.
만약 어느 때 풍재(風災)가 세계를 날려 흩어지게 한다면, 광과천이 이러한 재앙의 꼭대기가 된다. 즉 어떤 재앙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을 설하여 이러한 재앙의 꼭대기라고 이름한다.”
어떠한 이유에서 아래 세 정려는 화ㆍ수ㆍ풍의 재앙을 만나게 되는 것인가?
초정려와 제2ㆍ제3정려 중의 내적 재앙[內災,즉 상속신 중의 재앙]이 그러한 재앙과 동등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초정려는 심(尋)과 사(伺)를 내적인 재앙으로 삼으니, 그것은 능히 마음을 태워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외적 재앙인 화재와 동등하기 때문이다.
제2정려는 희수(喜受)를 내적인 재앙으로 삼으니, 경안(輕安)과 함께 몸을 침윤시킨다는 점이 수재와 같기 때문이다.
즉 온몸이 둔하고 무거운 것[麤重,욕계 苦受의 不調柔性]은 모두 이로 인해 제거되기 때문으로,
경에서도 설하기를,
“고근(苦根)은 제2정려에서 멸한다”고 하였으며,
“내적인 마음인 희수는 신(身)경안을 획득한다”고 설하였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제2정려지에서만 ‘희’가 증성할 뿐 다른 지에는 그런 일이 없기 때문에 외적 재앙인 수재도 최고로 여기까지만 이를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제3정려는 동식(動息,들이쉬고 내쉬는 두 가지 숨)을 내적인 재앙으로 삼으니, 숨 역시 바람으로 외적 재앙인 풍재와 동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러한 정려에 들어갈 때이면 이와 같은 내적인 재앙을 갖게 되고, 이러한 정려 중에 태어날 때이면 바로 이러한 외적인 재앙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즉 초정려에는 내적인 세 가지 재앙이 모두 갖추어져 있고, 외적인 [기세간]도 역시 세 가지 재앙을 만나 괴멸된다.
제2정려에는 내적인 두 가지 재앙(즉 희수와 동식)만이 있기 때문에, 외적인 [기세간]도 역시 두 가지 재앙(수재와 풍재)을 만나 괴멸된다.
그리고 제3정려에는 내적으로 오로지 한 가지 재앙(동식)만이 있기 때문에, 외적인 [기세간]도 다만 한 가지 재앙만을 만나 괴멸된다.
그렇지만 제4정려에는 외적인 재앙이 존재하지 않으니, 그러한 선정에는 결정코 내적인 재앙이나 환란[災患]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60)
이에 따라 부처님께서도 “그것을 부동(不動)이라 이름한다”고 말하였으니, 내ㆍ외의 세 가지 재앙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다시 말해 제4정려는 재앙이 미치지 않는 ‘부동’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정려지의 기세간은 마땅히 영원한 것[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는 않으니, 유정과 함께 생겨나고 함께 멸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 같은 [제4정려의] 천처(天處)는 모두 땅의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뭇 별들의 거처가 각기 다른 것과 같은 곳으로, 유정들이 거기서 태어날 때와 죽을 때 그들이 머무는 천궁도 따라 일어나고 따라 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기세간 자체도 역시 영원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설한 3재는 어떠한 순서로 일어나는 것인가?
요컨대 먼저 일곱 번의 화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 다음으로 결정코 마땅히 한 번의 수재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 후 무간에 다시 일곱 번의 화재가 일어나니, 일곱 번의 화재를 거치고서 다시 한 번의 수재가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식으로 하여 일곱 번의 수재를 거치고 나서, 다시 일곱 번의 화재가 있은 후에 비로소 풍재가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모두 여덟 차례에 걸친 일곱 번(즉 쉰여섯 번)의 화재와, 한 차례의 일곱 번의 수재와, 한 번의 풍재가 일어나게 된다.
즉 수재와 풍재가 일어나는 것은 모두 화재 다음이니, 수재와 풍재는 필시 화재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으로, 재앙이 일어나는 순서는 이치상 필시 마땅히 그러한 것이다.
어떠한 연유에서 이렇듯 일곱 번의 화재가 있은 후 비로소 한 번의 수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인가?
극광정천(제2정려의 꼭대기 천)의 수명의 세력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수명의 길이는 최대 8대겁(大劫)이기 때문에,61) 여덟 번째에 이르러 비로소 한 번의 수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요컨대 일곱 번의 수재를 거치고 여덟 번째의 일곱 번의 화재가 일어난 후 비로소 한 번의 풍재가 일어나게 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는 바로 변정천(제3정려의 꼭대기 천)의 수명의 세력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즉 그의 수명의 길이는 64[대]겁이기 때문에 여덟 번째의 화재가 일어난 다음 비로소 한 번의 풍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온갖 유정이 선정을 닦아 점차 뛰어나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초래되는 이숙신(異熟身)의 수명도 점차 길어지며, 이로 말미암아 그들이 머무는 처소도 역시 점차로 오래 지속하게 되듯이, 외적인 재앙이 내적인 재앙에 의해 초래된다는 사실도 이치상으로 필시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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