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40. 제석,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이 출가의 법에 합당한 것이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석제환인이 유희하는 동산에 가고 싶어서 마부 마득리가(摩得梨伽)에게 명했다.
‘너는 천 대의 마차를 준비하거라.’
마득리가는 수레를 빨리 준비하고서 제석에게 아뢰었다.
‘수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자 제석은 비선연당(毘禪延堂) 위에 나와서 손을 합장하고 동쪽으로 부처님께 향하였다.
마득리가는 제석이 동쪽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렵고 놀라워서 잡고 있던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다.
제석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그처럼 두렵고 놀라워하면서 말의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느냐?’
마득리가가 말하였다.
‘마거(摩佉) 석지(釋脂)의 남편이시여! 나는 당신이 동쪽으로 합장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채찍과 고삐를 놓아 버렸습니다.
온갖 중생이 모두 다 당신을 존경하며 모든 땅의 주인도 모두 당신에게 예속되었으며, 사천왕과 33천도 모두 당신을 예배하고 공경하는데, 누가 또 당신보다 훌륭한 덕을 갖고 있기에 손을 합장하고 동쪽을 향하여 서서 계십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를 존경한다는 것은 진실로 너의 말과 같다.
그러나 일체의 인간과 천인에게 존경받는 이를 부처님이라 하니, 나는 지금 부처님을 향해서 공경하고 예배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제석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이름 높으신 세간의 어른을
너 마득리가는 반드시 알아야 하나니
나는 지금 그 어른을 공경하고 믿는 것이라서
이 때문에 손을 합장하고 서 있는 것이네.
마득리가도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세간의 어른께 공경하고 예배하시니
저도 당신을 따라서 공경하고 예배하리라.
이렇게 말하고서 합장하고 예배하고는,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이 자재롭게 천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거늘, 그대 비구들은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니,
부지런히 부처님을 공경하는 그것이 출가의 법에 합당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여러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