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아발다라보경 제3권
32. 말과 뜻을 잘 아는 것
이때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살마하살은 말[語]과 뜻[義]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말과 뜻을 잘 아는 것이라 합니까?
무엇을 말이라고 하며, 무엇을 뜻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희들을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말이라 하는가?
단어[言]와 글자[字]와 망상이 화합한 것이다.
목구멍과 입술과 혀와 이와 뺨에 의지하고 너와 나의 언설망상(言說妄想)과 습기의 계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말이라고 한다.
대혜야, 무엇을 뜻이라고 하는가?
모든 망상의 모습과 언설의 모습을 벗어나는 것을 뜻이라고 한다.
대혜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뜻에 대해 홀로 고요한 곳에서 듣고 생각하고 닦은 지혜로 스스로의 깨달음을 반연해 열반성(涅槃城)으로 향하고 습기의 몸을 바꾼 뒤, 스스로 깨달은 경계로써 수행하는 지위와 지위 사이의 훌륭한 곳으로 나아가는 뜻[勝進義]의 모습을 관찰하면,
이를 보살마하살이 뜻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
또 대혜야, 말과 뜻을 잘 안다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말과 뜻은 다른 것도 아니고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님을 관찰하고, 뜻과 말 역시 이와 같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만일 말이 뜻과 다르다면 말로써 뜻을 설명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마치 등불이 물건을 비추듯 말로써 뜻에 들어간다.
또 대혜야,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든가, 자성(自性)이라든가, 열반이라든가, 3승이라든가, 1승이라든가, 마음의 자성[心自性]이라는 등의 언설을 반연해 그 뜻을 계착하면 건립하거나 비방하는 견해에 떨어져 다른 주장을 건립하고 다른 망상을 부리게 되니, 환(幻)이 갖가지 망상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마치 어리석은 중생은 갖가지 환을 보면 다르다고 망상을 지으나 성현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저 말이란 이미 망상으로써
모든 법을 건립한 것이니
그것을 건립한 까닭에
죽어서 니리(泥犁:지옥)에 떨어진다.
음(陰) 가운데 내[我]가 없어
음은 곧 나가 아니며
저 망상과는 같지 않으므로
또한 내가 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법이 성품이 있다고 하면
어리석은 사람의 망상과 같으니
만약 이 소견(所見)과 같다면
모두 진리를 보아야 하리라.
모든 법은 성품이 없어
깨끗함과 더러움이 모두 없으니
진실하지 않은 것이 저들의 소견과 같으나
또한 없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