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수행보살행문제경요집 하권
39. 수승구계경(殊勝具戒經)
실천해야 할 두 가지 조목을 드러내어 설명했다.
처음 수행할 마음을 낸 보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복과 음식과 침상과 의자를 받을 만하니, 공양을 올리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아뇩달다용왕(阿耨達多龍王)의 신비한 힘을 나타내 보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모든 선남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남자들이여, 반드시 마군과 함께 싸워 성스러운 지위를 찾아야 한다.
만약 수행하는 보살이 중생들을 성숙시킬 때에 먼저 삿된 마군과 함께 싸워 그들을 변화시켜 선행(善行)에 상응하게 하며 다른 스승을 구하지 않게 하는 것이 법행(法行)이니라.
모든 선남자야,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성문의 수행을 나무라고 혐오하더라도 너희들은 욕하고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성문의 수행법을 닦기를 좋아하는 이가 있어도 너희들은 그것을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에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성문은 나무라고 싫어하지만 보살은 나무라고 싫어함이 없는 것이며,
성문은 구하고 보살은 구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성문은 나고 죽음을 나무라고 싫어하지만 너희는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성문이 원하는 바가 열반을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너희들은 반드시 원하거나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법행이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만약 수행하는 큰 보살이 세상에 가득한 모든 중생들에게 매일 가사(袈裟)와 의복을 준다면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와 같이 보시한 것이 좋고 청정한 보시이겠느냐?
다만 처음 보살법을 수행하는 보살과 처음으로 마음에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킨 이를 위한 까닭으로 이 뒤부터는 곧 최상을 성취한다.
수행하는 보살로서 청정하게 받으면 이와 같은 옷의 보시를 감당할 수 있느니라.
만약 처음 수행하는 보살이 매일 다른 이에게서 깨끗이 마련한 음식을 받되 쌓은 것이 수미산과 같아도 청정하게 받았다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
처음 수행하는 보살이나 처음으로 마음에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킨 이를 위한 까닭에 이 뒤부터 곧 최상을 성취하게 된다.
수행하는 보살로서 청정하게 받으면 이와 같은 깨끗한 음식을 감당할 수 있느니라.
만약 처음 수행하는 보살이 높은 책상을 받아서 쓰되 넓이가 사천하(四天下)만 하고 높이가 수미산만 하며, 7보인 금ㆍ은ㆍ파리ㆍ진주ㆍ마노ㆍ금강ㆍ잡보로 만들어지고 겉은 황금으로 장식하였으며 모든 하늘 옷으로 그 위를 덮었다.
매일 그러한 책상을 모든 중생들이 청정하게 받아 사용하면 청정하게 받음을 성취하겠느냐?
처음 수행하는 보살과 처음으로 마음에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킨 이를 위한 까닭에
이 뒤부터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반드시 베푸는 주인을 성취하게 하며,
청정하게 받으면 이와 같은 높은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느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비유하면 아뇩달다용왕의 궁전에는 네 방면에서 네 개의 큰 강물이 흘러드는 것과 같으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개의 강인가?
첫째는 항하(恒河)요, 둘째는 사도(斯塗)이며, 셋째는 박차(薄叉)요, 넷째는 신도(新都)이니라.
이 네 개의 큰 강이 흘러 넓은 바다로 들어가 바다를 가득 차게 하느니라.
이 네 개의 큰 강은 각각 작은 강을 가지고 있는데,
항하라는 큰 강에 5백의 작은 강이 딸려 있어 동쪽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사도라는 큰 강에 5백의 작은 강이 딸려 있어 남쪽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박차라는 큰 강에 5백의 작은 강이 딸려 있어 서쪽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신도라는 큰 강에 5백의 작은 강이 딸려 있어 북쪽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느니라.
사리불아,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들 네 개의 강이 방향을 따라 흘러서 네 개의 큰 바다를 채우는 과정에 넓은 벌판을 지나면서 세간의 중생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느니라.”
사리불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네 개의 큰 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과 사람과 사람이 아닌 듯한 이들에게 이익을 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크고 작은 강이 흘러 천하를 적셔서 오곡과 쌀ㆍ녹두ㆍ잡맥ㆍ마유밭과 못자리와 목화밭과 온갖 전답을 윤택하게 하였습니다.
이들 강은 다 모든 강물로 전답을 관개(灌漑)하였습니다.”
“사리불아,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네 개의 큰 바다는 어떻게 하여 가득하게 되었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네 개의 큰 강물로 인하여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네 개의 큰 강이 큰 바다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양의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겠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특히 물과 육지의 중생들 중에 물고기ㆍ자라ㆍ악어ㆍ교룡(蛟龍)ㆍ마갈어ㆍ이무기 등 온갖 종류와 온갖 모양의 바다 사람과 조개와 금조개와 모든 용의 모자(母子)와 아수라와 나찰과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을 모두 이롭게 하며,
여러 가지 보배가 바다 속에 골고루 가득하되 진주(眞珠) 조개가 광명을 내면 땅이 진동하며,
파리(頗梨)ㆍ마노(瑪瑙)ㆍ말갈(靺羯)ㆍ자거(車磲)ㆍ호박(琥珀)ㆍ해괴(珻瑰)ㆍ산호(珊瑚) 등 잡다한 보배가 바다 속에 가득하여 중생들에게 이익을 줍니다.”
“사리불아,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네 개의 큰 바다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뇩달다용왕 때문에 존재합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뇩달다용왕은 세 가지 재난을 만나지 않는다.
무엇이 그 세 가지 재난인가?
첫째는 금시조(金翅鳥)가 그 몸을 잡아먹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뜨거운 모래가 그 몸 위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길을 가려고 할 때 뱀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니라.
다른 모든 용왕들은 모두 세 가지 재난이 있으나 오직 아뇩달다용왕만은 이러한 재난이 없느니라.
아뇩달다용왕의 궁전에는 항시 신통을 부리고 선정에 든 사람이 머무느니라.
중생들이 그 궁전에 들어가면 뜨거운 모래가 그들의 몸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뇩달다용왕의 궁전에는 어찌하여 이와 같은 기묘한 공덕과 위력이 있으며,
무슨 까닭에 모든 다른 용왕들은 밤낮 모질고 사나운 운수와 재난이 있는데, 오직 아뇩달다용왕과 그의 궁중에만 이와 같은 재난이 없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근의 공덕이 있어서 네 바다로 흘러 들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산업(産業)에 이익을 줍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아뇩달다용왕은 큰 보살이니라. 이는 크게 수행하는 보살이니라.
사리불아, 비유하면 아뇩달다용왕이 세 가지 재난에서 벗어남을 얻었듯이
수행하는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세 가지 액난에서 벗어날 수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지옥의 재난과 아귀의 재난과 축생의 재난이니라.
비유하건대 아뇩달다용왕은 못과 네 강으로 넓고 넓은 전답과 광야를 듬뿍 적시듯이
수행하는 보살도 또한 이와 같이 네 가지 섭수하는 일로써 모든 중생들을 섭수하느니라.
어떠한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보시하여 거두어 주는 것이요,
둘째는 좋은 말로써 거두어 주는 것이며,
셋째 이익을 주는 행동으로써 거두어 주는 것이며,
넷째는 같은 일을 함으로써 거두어 주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비유하건대 네 바다의 물과 같으니라.
아뇩달다용왕이 네 개의 큰 강 때문에 성취하는 것처럼
처음 수행하는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보리심을 발생시키는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느니라.
비유하건대 네 개의 큰 바다 가운데서 헤아릴 수 없고 가없이 많은 억백천의 중생들이 아주 기쁘고 즐거움에 서로 호응하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삼계의 중생들이 불법(佛法) 가운데에서 안립(安立)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지금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의 중생들을 보아라.
만약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즐거움을 받는다면 모두 보살로 인하여 공덕이 나타나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