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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8권
14. 방생부(放生部)
〔여기에는 네 가지 연(緣)이 있음〕
14.1. 술의연(述意緣)
대개 들으나 원원(元元:人民 또는 蒼生)의 잡스러운 무리도 생(生)을 탐내지 않는 것이 없고, 준준(蠢蠢:꿈틀거리는 미미한 벌레)하고 미혹한 무리도 모두 죽음을 두려워할 줄 안다.
그런 까닭에 수풀을 잃어 몸이 드러난 호랑이는 목숨을 여막 안에 맡기었고, 깃을 꺾인 놀란 새는 마침내 몸을 책상 곁에 던졌던 것이다. 그러나 양생(楊生)이 참새를 기름에 있어 어찌 옥환(玉環)에 뜻을 두었겠으며, 공씨(孔氏)가 거북을 놓아줄 때에도 본래 금인(金印)에는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몰래한 약속이 어그러지지 않아 아름다운 과보가 그렇게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인과(因果)의 업행(業行)은 밝고 환하기가 해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큰 자비의 교화는 괴로움을 구제하는 것으로 단서를 삼고, 큰 서원의 마음은 중생을 제도하는 근본을 삼는다.
다만 오도(道)의 이름 있는 종족들이 다 솥을 벌려 놓을로써 서로 자랑하고 삼보(三寶)의 일인(逸仁)이 짐승을 잡음으로써 의무를 다했다고 하지 않음이 없으니,
중생들이 무슨 죄가 았기에 억울하게 잔혹한 형벌을 당해야 하며,
함식(含識)은 어째서 아무 허물도 없으면서 함부로 절여지거나 삶김을 당해야 하는가?
그리하여 원한의 영혼이 끊이지 않고 고통의 과보로써 서로 갚게 하는 일을 초래하는가?
이제 그대들에게 권하노니 함께 자비의 행을 닦아 위험에 빠져 두려워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살아갈 수 있게 놓아 주어서 비록 그것들이 날짐승이건 물고기이건 간에 마음대로 마시고 쪼아 먹게 할 것이요,
마땅히 자줏빛 비늘과 붉은 꼬리로 하여금 다 강호(江湖)에 서로 이어지게 할 것이며, 비단 가슴과 푸른 깃털 등을 하늘에 노닐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혹 삼귀(三歸)를 허락받고 도를 깨달으면 눈 먼 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것은 네 가지 진리[四諦]를 듣고 하늘에 태어나면 또한 앵무새와 같을 것이니, 다 함께 오래 사는 터전을 세우고 모두 항상 사는 과보를 초래하게 하라.
14.2. 흥해연(興害緣)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열여섯 가지 악한 율의(律儀)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열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이익을 위해 양을 먹이고 길러 살이 찐 뒤에 다른 데에다 파는 것이요,
둘째는 이익을 위해 그것을 사서 잡아 죽이는 것이며,
셋째는 이익을 위해 돼지를 먹이고 길러 살이 찌고 나면 다시 다른 곳에 파는 것이요,
넷째는 이익을 위해 그것을 사서 잡아 죽이는 것이며,
다섯째는 이익을 위해 소나 송아지를 먹이고 길러 살이 찌고 나면 다른 곳에 파는 것이요,
여섯째는 이익을 위해 그 것을 사서 잡아 죽이는 것이며,
일곱째는 이익을 위해 닭을 길러 살이 찌게 하고 살이 찌고 나면 다른 데에 파는 것이요,
여덟째는 이익을 위해 그것을 사서 잡아 죽이는 것이다.
아홉째는 물고기를 낚는 것이요,
열째는 사냥하는 사람이며,
열한째는 겁탈(劫奪)하는 것이요,
열두째는 괴회(魁膾:死刑執行人)이며,
열셋째는 그물로 나는 새를 잡는 것이요,
열넷째는 이간질하는 말을 하는 것이며,
열다섯째는 옥졸(獄卒)이요,
열여섯째는 용의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능히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은 열여섯 가지 악법을 아주 끊어버리면 이것을 계율을 닦는 것이라고 말하느니라.”
또 『잡아비담심론(雜阿毘曇心論)』에서 말하였다.
“열두 가지 불율의(不律儀)에 머무르는 것이 있다.
첫째는 양을 잡는 젓이요,
둘째는 닭을 가르는 것이며,
셋째는 돼지를 기르는 것이요,
넷째는 새를 잡는 것이며,
다섯째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요,
여섯째는 사냥을 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도적질을 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괴회(魁膾)이며,
아홉째는 옥지기요,
열째는 용의 주술을 부리는 것이며,
열한째는 개를 잡는 것이요,
열두째는 엿보고 있다가 사냥하는 것이니라.
양을 잡는다는 것은 양을 죽이는 것을 말하나니, 살생할 마음으로 기르거나 팔거나 죽이면 그것을 다 양을 잡는다고 말한다. 닭을 기르고 돼지들 기르는 것도 모두 이와 같다.
새를 잡는다는 것은 새를 잡아서 생활해 나가는 것이니, 물고기를 잡는 것과 사냥하는 것도 다 이와 같다.
도적질을 한다는 것은 항상 겁탈하고 해치는 것이다.
괴회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죽임으로써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옥지기라는 것은 감옥을 지킴으로써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용의 주술을 부린다는 것은 주술을 익혀 용이나 뱀 따위를 희롱하고 즐김으로써 스스로 생활해 나가는 것이다.
개를 잡는다는 것은 전다라(旃陀羅)요, 엿보다가 사냥한다는 것은 왕가(王家)의 사냥꾼을 말한다.
또 『대법론(對法論)』에서 말하였다.
“불율의(不律儀)의 업이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양을 잡고 닭을 기르며, 돼지를 기르고 새를 잡으며, 물고기를 잡고 사슴을 사냥하며, 토끼를 그물로 잡고 겁탈하고 도적질하며, 사람을 죽이고 소를 잡으며, 코끼리를 묶고 단을 세워 용에게 주술을 부리며, 감옥을 지키고 참소하여 얽어매며, 남에게 손해 보이기를 좋아하는 것 등이다.
양을 잡는다는 것은 생활하기 위하여 양을 잡거나 기르거나 매매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닭이나 돼지 따위를 길러 그 요구에 따르는 것이다.
코끼리를 얽어맨다는 것은 항상 산림(山林) 속에 살면서 야생 코끼리를 잡아 훈련시키는 것이다.
단을 세우고 용에게 주술을 부린다는 것은 주술을 익혀 용이나 뱀 따위를 희롱하고 즐김으로써 스스로 생활해 나가는 것이다.
모함하여 얽어넣는다는 것은 이간하는 말로 다른 이의 친분을 파괴함으로써 그것을 가지고 생활해 나가는 것이다.
혹은 저 종성(種姓)가운데 태어나거나 혹 저 사업을 지닌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그 집에 태어나거나 또는 다른 집에 태어나거나 간에 차례대로 약속한 현재 그 업을 행하는 것이다.
결정이라는 것은 이른바 몸과 말 등 모든 방편을 우선으로 여겨 기한을 정해 그 업을 현재 세계에서 행하는 것이니, 이런 것들을 불율의의 업이라고 말한다.”
14.3. 방생연(放生緣)
『범망경(梵網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만약 불자(佛子)가 자비한 마음 때문에 방생업(放生業)을 행한다면 그것은 모든 남자들은 바로 나의 아버지요, 모든 여자들은 다 나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이란 태어날 때 어느 곳으로부터도 생을 받지 아니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도(六道)의 중생들은 다 나의 부모이다. 그런데 그것을 잡아 먹으면 그것은 곧 나의 부모를 죽이는 것이요, 또한 나의 옛 몸을 죽이는 것이다.
일체의 땅과 물은 바로 내 과거의 몸이요, 일체의 불과 바람은 바로 내 본래의 몸이다.
그러므로 항상 방생을 행하여 생(生)마다 생을 받아야 한다.
만약 세상 사람이 축생 죽이는 것을 보거든 부디 방편으로써 구제하고 보호하여 그 고난(苦難)에서 풀어주고, 항상 교화하고 보살계(菩薩戒)를 강설하여 중생을 구제하라.
또 부모나 형제가 죽은 날에는 법사를 청해다가 보살계와 경률(經律)을 강설하여 그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어줌으로써 그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을 뵙고 사람이나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구죄(輕垢罪)를 범하는 것이니라.”
또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일체 도인과 속인 등 일곱 부류의 대중들은 모두 꼭 물을 걸러서 마셔야 한다.
만약 걸러서 물을 얻고 나면 손바닥의 미세한 무늬를 보듯이 그것을 다 자세히 살펴보라.
살펴보는 시간은 큰 코끼리가 한 바퀴 돌거나 대나무를 실은 수레를 한 바퀴 돌리는 동안 만큼 하되, 반드시 벌레가 없음을 알고 난 뒤에 써야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면 그를 시켜서 물을 걸르게 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면 제 손으로 직접 걸러 벌레를 잡아 본래 물을 걸어왔던 곳에 가져다 놔라.
만약 물을 걸어온 곳이 멀거나 가깝거나 거기 있는 못이나 우물이 칠 일 동안 마르지 않을 것 같으면, 그 벌레를 그 곳에 넣어주라.
만약 그 물에 벌레가 있는 줄을 알면 그릇이나 노끈을 남에게 빌려주지 말고 못이나 강물에 벌레가 있으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쳐라.
‘이 물에 벌레가 있다.’
만약 누가 그 까닭을 묻거든 이렇게 대답하라.
‘장자여, 직접 그 물을 보십시오.’
만약 그가 친구이거나 스승이면 이렇게 말하라.
‘여기엔 벌레가 있으니 꼭 물을 걸러서 써야 합니다.’
또 『십송률(十誦律)』에서 말하였다.
“어떤 두 비구는 일찍이 부처님을 뵌 적이 없었으므로 왕사성에 계시는 부처님을 뵙고자 북쪽에서부터 먼 길을 함께 갔다.
길 가는 도중에 목이 말랐는데 마침 벌레가 있는 물을 만났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 함께 이 물을 마십시다.’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 말하였다.
‘물 속에 벌레가 있는데 어떻게 마실 수 있겠습니까?’
계율을 깨뜨린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가 만일 이 물을 마시지 않으면 틀림없이 목이 말라 죽을 것이니, 그렇게 되면 부처님을 뵐 수 없을 것이오.’
그리고는 곧 그 물을 마시고 떠났다. 그러나 계율을 지키는 사람은 계를 지키기 위해 그 물울 마시지 않고 마침내 목이 말라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는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서 원만한 마음을 갖추고 먼저 부처님께로 가서 머리와 얼굴을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법을 설하시니, 그는 법안(法眼)이 깨끗해져서 삼귀계(三歸戒)를 받은 뒤에 다시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 때 물을 마신 사람은 뒤에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께서는 사부대중을 위해 설법하신 다음 곧 옷을 헤쳐 금색의 몸을 보이시며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너희들은 나의 육신을 보고자 하지만 그것이 어찌 계율을 지키는 것만 하겠느냐? 우선 내 법선(法身)과 지혜의 몸을 보아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만약 비구가 이십 리 밖을 나가면서 물 거르는 주머니를 지니지 않으면 죄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자기에게 없다 하더라도 동행안 이에게 있으면 여행을 허락한다.’
또 출정(出征)나가는 군인과 교화하러 다니는 어떤 비구니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다 화살촉을 물 거르는 주머니 안에 넣어가지고 다니다가 그것을 찌고 물을 걸렀다. 관청 사람이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자
왕은 그 말을 듣고 성이 나서 모두 죽이려고 하며 말하였다.
‘너희들은 조그만 벌레를 보고서도 오히려 겁을 내어 죽이지 못하거늘 하물며 적을 보게 되면 그들을 죽일 수 있겠느냐?’
행인(行人)들이 왕에게 각각 글을 올렸다.
‘작은 벌레라도 만약 나라에 해를 끼친다면 신들이 모두 죽여버리겠습니다.
그러나 그 벌레들에겐 이미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무슨 까닭에 물을 결러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까?’
왕이 그 말을 듣고 모두 놓아 주었다.
이 행인의 뜻이 자비했기에 그의 선근(善根)의 힘으로 말미암아 도적들이 모두 와서 투항하였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하룻밤 지난 물을 만약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미세한 벌레들이 생겼을까 염려되으로 혹 거른 것이 아니면 마시거나 쓰지 말라.
이것을 세지불살계(細持不殺戒)라고 말한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많은 백성들이 병에 걸려 누렇게 뜨고 하양게 여의있다. 보살이 그 때 붉은 고기가 되어 스스로 그 살을 병든 사람들에게 보시하여 그 병을 고쳐주었다.
또 어떤 보살이 있었는데 한 마리 새의 몸이 되어 숲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깊은 물에 들어갔다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물귀신의 몇에 걸려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보였다.
보살이 향산(香山)까지 가서 어떤 약초를 구해다가 그 그물 위에 바르자 그 물의 노끈이 삭아버려 그 사람은 풀려날 수 있었다.
보살은 전생에 이와 같은 등의 일을 하면서 한량없이 많은 본생(本生) 동안에 구제해 준 것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본생경(本生經)』이라고 말한다.”
또 『십송률(十誦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설산 가까운 산 기슭에 사슴 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위덕(威德)이었다. 그는 오백 마리 사슴의 왕이 되었다.
그 때 사냥꾼은 곡식을 흩어서 짐승을 유인하는 덫을 놓았다. 사슴왕이 앞서 가다가 오른쪽 다리가 덫에 걸렸다.
사슴왕은 생각하였다.
〈만약 내가 이 모습을 보이면 모든 사슴들은 감히 곡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곡식은 내가 다 먹어 없애야겠다.〉
그리고는 그 다친 다리의 모양을 보였다.
그러자 모든 사슴들은 다 도망가고 오직 암사슴 한 마리만 남아 있다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저기 사냥꾼이 오고 있습니다.
부디 애써 방편을 써서
이 덫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때 사슴왕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가 애써 방편을 쓰다 보니
온힘이 이마 다 떨어졌고
게다가 털로 만든 덫이 더욱 죄어들어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답니다.
암사슴은 사냥꾼이 온 것을 보고 그를 향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예리한 칼로
먼저 내 몸부터 죽이시오.
그런 뒤에 부디 놓아주시어
저 사슴왕을 떠나게 해 주십시오.
사냥꾼이 그 말을 튿고 가엾고 불쌍한 마음이 생겨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 결국 너를 죽이지 않겠노라.
그리고 사슴왕도 또한 죽이지 않겠노라.
너와 사슴왕을 놓아줄 터이니
어디로든지 마음대로 떠나가거라.
사냥꾼은 곧 사슴왕을 풀어주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옛날의 사슴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때 그 오백 명의 사슴은 지금의 오백 비구이니라. 그 때 또 기러기왕이 있었는데 사냥꾼이 그 기러기를 포획하였다.
그러자 함께 다니던 기러기가 기러기왕을 대신하여 제 목숨을 버리려고 다시 돌아와 게송으로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사냥꾼은 이들을 가엾게 여겨 두 마리 기러기를 모두 놓이주었다.
기러기는 그 뒤에 보물을 구해다가 사냥꾼에게 은혜를 갚았다.
그 대의(大意)는 앞의 사연과 같다.’”
또 『지도론』에서 말하였다.
“왕이 사슴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도 사실은 축생에 불과한 짐승일 뿐이나
이름은 사람 머리를 한 사슴이라 한다.
너는 비록 사슴의 몸이지만
이름을 사슴 머리를 한 사람이라 해야겠구나.
이치로써 말한다면
형상만 가지고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자비한 마음이 있다면
비록 짐승이라 해도 실은 사람이니라.
나는 오늘부터 시작해서
일체의 고기는 먹지 않으리.
나는 무외(無畏)의 보시로써
우선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하리라.”
또 『선견율(善見律)』에서 말하였다.
“목련(目連)이 아육왕(阿育王)을 위해 『본생경(本生經)』을 연설하였다.
‘대왕이시여, 지나간 옛날에 자고(鷓鴣)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사람을 위해 새장에 갇혀 시름하고 두려워하면서 문득 크게 울부짖으니, 동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사람에게 잡혀 죽였습니다.
자고새가 도인(道人)에게 물었습니다.
〈저에게 죄가 있습니까?〉
도인이 대답하였습니다.
〈네가 소리내어 울 때에 그들을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느냐?〉
자고새가 말했습니다.
〈내가 울 때 친구들이 모여들었을 뿐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도인이 대답하였습니다.
〈만약 죽일 마음이 없었다면 네게는 아무 죄도 없다.〉
그리고는 다음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업이 같지 않아서 부딪치는 것이요.
마음이 같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은 마음을 잘 거두어 머무르니
죄가 무작정 너에게 오는 것이 아니니라.’
또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향산(香山) 속에는 선인(仙人)들의 거주지가 있었고, 그 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못 하나가 있었다.
어느 땐가 물 속에 있던 자라 한 마리가그 못 가에 나와 먹이를 구하여 다 먹 고 난 뒤 햇볕을 쬐면서 입을 벌린 채 자고 있었다.
그 때 향산 속의 모든 원숭이들이 못에 들어가 물을 마시려고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이 자라가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때 원숭이는 문득 음심이 생겨 그 신생(身生:生殖器)을 자라의 입 속에 넣었다.
그러자 자라가 놀라 깨어나면서 입을 다물어 그것을 육갑(六甲)속에 감추었다.
게송으로 말한 것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모양에 집착하나니
그것은 마치 자라에게 물린 것과 같다.
지조를 잃으면 마라(魔羅:魔軍)에게 붙잡혀
도끼를 쓰지 않고서는 떨어지지 않는다네.
그 때 자라는 급히 원숭이를 붙들고 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원숭이는 황급하고 두려워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내가 물 속에 들어가면 죽음 것임은 결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원숭이는 고통스럽고 힘이 빠져 자라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물에 뜬 채 벙벙 돌며 끌려다녔는데, 어떤 험한 곳을 만나자 자라가 반듯이 누웠다.
그러자 원숭이는 두 손으로 자라를 껴안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느 누가 장차 나를 위하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을까?〉
원숭이는 일찍부터 그 선인이 사는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마땅히 나를 구원해 주리라고 생각하고 곧 이 자라를 안고 그가 사는 곳으로 갔다.
선인은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쯧쯧, 기이한 일이로다. 저 원숭이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장난을 하였는가?〉
원숭이에게 일부러 말했다.
‘바라문(婆羅門:원숭이)이여, 무슨 보물을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오셨습니까? 무엇을 믿고 나에게 오셨습니까?’
그 때 원숭이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어리석은 원숭이
아무 죄도 없는 남을 괴롭혔다네.
재액을 구원하실 현사(賢士)여
목숨이 다급하여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오늘날
만약 나를 구원해 주지 않으신다면
순식간에 이 신생(身生)이 끊겨
곤액스러운 채 산 속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 때 선인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너를 벗어나게 하여
저 산 속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만
염려스럽구나. 너희 원숭이의 세계에선
옛 모습으로 다시 살아갈테니.
그 때 저 선인이
그들을 위해 전생의 일을 설해 주었네.
자라야, 네가 전생 때엔
일찍이 이름을 가섭(迦葉)이라 했었고
원숭이야, 네가 과거 세상에선
이름을 교진여(憍陳如)라 했었느니라.
과거에도 이미 음욕의 행하였나니
이제는 그런 버릇 끊어야 한다.
그러자 가섭이 교진여를 놓아주어
저 산림(山林)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자라는 이 말을 듣고 곧 원숭이를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