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 영화를 보면 추수감사절에 식탁에 올려 진 칠면조 요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칠면조는 우리나라 닭에 비해 엄청 커서 무척 먹음직하게 보였고 언제 그 칠면조를 꼭 먹어보고 싶어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 술집에서 칠면조 고기를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맥주집에 갔더니 '훈제 칠면조'가 있어 덥석 시켰는데 이게 나온 모양도 우선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정말 아무 맛이 없었습니다. 고기라면 무조건 좋아하던 시절인데 한 번 시켜서 먹어 본 뒤에는 다시는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우리나라 술집에서 칠면조 메뉴가 사라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여 식사할 때에 꼭 식탁에 오르는 칠면조는 보기와 달리 별로 맛이 없다는 사실을 근래에 알았습니다.
예전에 우리 동네 어느 집에서 칠면조를 키웠는데 그게 어디서 왔을까 생각을 해보니 그 집 작은 아버지가 오산인가에 있던 미군부대에 근무해서 가져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면조는 “닭목 칠면조과에 속하는 조류. 가장 잘 알려진 종은 들칠면조로 북아메리카 원산의 수렵조류이나 요리용으로 널리 가금화되었다. 사육품종은 청동색 품종 이외에 흰색, 검정색, 노란색 등 다양하다. 야생종은 사육품종보다 몸이 작아서 날개길이가 약 50cm이고, 깃털은 청동색이다. 미국에서 들칠면조는 이전에는 수렵에 의해 그 수가 감소되었으나 수렵을 통제하면서 개체수가 복원되고 있다.”라고 다음백과에 나와 있습니다.
<닭과 칠면조는 체급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닭, 특히 백숙용 영계가 1kg 이하라면 칠면조는 3.5~6.5kg이나 나가니 서너 배 이상 무겁고 덩치도 훨씬 크다. 게다가 둘은 조리법도 다르다. 백숙은 닭을 끓는 물에 절반에서 전체까지 잠겨 푹 익힌다면, 칠면조는 뜨거운 공기로 덥힌 공간인 오븐에서 익힌다. 공기는 물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매개체이므로 칠면조는 바깥부터 익기 시작하고, 수분은 증발하는 한편 가운데로 서서히 이동한다. 결국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 세균이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수분이 스터핑으로 몰린다. 자칫 잘못하면 온 가족이 모여서 나눠 먹고는 단체로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미국은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못생기고 덩치도 큰데다가 퍽퍽해서 맛도 없는 새를 고유의 명절에 먹게 된 것일까? 미 대륙으로의 이주 및 정착과 관련된 유래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칠면조를 꼭 먹어야만 하는 걸까? 명절과 그에 딸린 음식 문화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한국인으로서 이해는 할 수 있다.
모든 문제는 칠면조가 매력적인 식재료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칠면조가 본디 맛있는 식재료라면 사시사철 즐겨 먹겠지만 그렇지 않다. 덩치는 크지만 기름기도 맛도 거의 없어 일상의 식탁에서는 찬밥 신세다. 가슴살이 햄 등으로 가공되어 샌드위치 재료로 팔리고, 다리는 디즈니월드 같은 놀이동산에서 먹을 수 있지만 확실히 일상의 식재료는 아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토할 때까지 먹어본 적도 꽤 있지만, 그 맛없다는 닭 가슴살도 칠면조 가슴살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처럼 평소에는 찾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칠면조는 추수감사절 연휴 며칠을 기다리며 냉동 유통된다. 그렇다. 큰 덩치 탓에 칠면조는 요리 이전에 해동을 비롯한 준비부터 매우 번거롭다. 냉동 식재료는 냉장실로 옮겨 천천히 해동시키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온도 차이를 최대한 줄여 세균 발생을 억제하며 해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칠면조는 크기와 무게 탓에 그럴 수가 없다. 냉장고에 쉽게 들어갈 가능성이 낮고, 해동도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물론 1파운드(약 450g)에 30분씩 걸린다는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4.5kg의 해동에 하루에서 사흘까지 걸린다. 그래서 아이스박스에 담아 찬물을 자주 갈아주며 해동시켜야 하니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조선일보, 이용재 음식평론가.
우리나라에선 닭이 여러 요리로 인해 아주 사랑받는 식재료이지만 미국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칠면조가 맛도 없고 요리하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때는 거의 볼 수가 없고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보이나 봅니다. 하긴 여러 명의 가족이나 친지가 모였을 때는 덩치가 큰 칠면조가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닭은 두 사람이 먹기에도 조금 부족한 편이니 그런 자리에 치킨을 올려놓으려면 여러 마리가 필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식탁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영 모양새가 안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먹어보지 않은 음식에 대해 늘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칠면조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을 지운지 오래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