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은희경 - 소년을 위로해줘

[동사황약사]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저.














_
연우야,이거 중요한 문제야.
약간 멀리 있는 존재라야 매력적인거야.
뜨겁게 얽히면 터져.알았지?













_
고독을 학교 숙제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라는 것.
나한테는 몇 대 맞을 각오로 무시해버리라는 뜻이 된다.
조금 아프긴 하겠지만,쓸데없이 심각해진다거나 쩔쩔매는 것보다는 낫겠지.












_
누군가를 좋아하면 시간은 둘로 나뉜다.
함께 있는 시간과 그리고 함께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는 시간.
















_
참 그래,기억난다.
좋아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의심이 많아진다고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크게 상처받았던 사람이 갖게 되는 균형감각 같은 것이라며.















_
이상하다.내 머릿속에 있을 때는 하나같이 특별하고 의미심장하고
그리고 섬세한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태수의 입을 통해 정리가 되고 나니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일이 돼버린다.
세상에는 절대로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모양이다.
오직 자기 자신의 느낌만으로 저절로 스며들듯 받아들이게 되는 세계.
이메일과 핸드폰의 전달 버튼을 아무리 눌러봤자
타인에게는 결코 똑같은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 것.
















_
일단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차고 축축한 눈발이 얼굴에 와 닿는다.
집 앞 아파트 화단에 철쭉과 라일락이 활짝 피었던데 갑작스런 폭설이라니.
지나가버린 줄 알았던 계절이 다시 돌아와 한번 더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다.
봄에 뜻밖의 눈을 만나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정말 딱 그런 느낌이다.
가버린 줄 알았던 겨울이 다시 뛰어 돌아와서
날 잊지 마세요,라고 숨가쁘게 속삭이는 듯한.
걸음을 옮겨 딛는 사이사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_
각자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일까.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제멋대로 결론을 내버린다.
미리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뭘 해도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놓고는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찾고
일촌을 맺고 그리고 차단에,친구 삭제...



출처 : http://bit.ly/1kUMUQ4

- 솔로문닷컴 - solomoo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