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4종, 동화 1종, 사회 3종, 과학 1종, 만화 1종 모두 10종입니다.
털실이 통통
꼼꼼 글, 그림
냉이꽃|2019.10.30|30쪽|12,000원|그림책|4~5세
아기가 서랍장 위에 있는 엄마의 털실 바구니를 건드려 털 한 뭉치가 아래로 떨어진다. 떼굴떼굴 굴러간 털 뭉치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빨간색 털실만 보인다. 아기와 고양이가 털실을 따라간다. 고양이는 털실을 가지고 놀다가 몸에 실이 마구 엉켜 버렸다. 털 뭉치는 아기가 발로 통 찼다. 이어 부엉이, 노란 달님, 돼지도 털실을 찬다. 털실로 공놀이를 하는 듯하다. 염소가 뒷발로 점프해 높이차는 바람에 생쥐는 못 차서 슬프다. 길게 이어지는 털실을 따라 다음 장면에서는 누가 등장할지, 어떤 동작으로 털실을 찰지 궁금하다.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는 동물들의 표정도 익살맞다.
동물들이 찬 털실은 꼬불거리거나 쭉 날아가기도 하고 곡선을 그리기도 한다. 아기와 동물들의 놀잇감인 털실이 엄마의 선물로 멋지게 변하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림이 모두 섬세한 자수로 표현되었다.(김현정)
모모와 토토
김슬기 글, 그림
보림|2019.12.31|44쪽|15,000원|그림책|6~7세
모모는 원숭이다. 바나나 우유를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한다. 토토는 토끼다. 당근 수프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모모와 토토는 단짝 친구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며 함께 논다. “선물이야.” 모모가 노란 풍선을 선물로 준다. 모모는 주황 자동차 대신 노란 자동차가 멋지다고 하고 토토에게 노란 모자를 골라 준다. 노란 꽃다발까지 안기는데 토토는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어느 날 주황색 쪽지를 남기고 가버린다. “이제 나랑 안 논다고?” 쪽지를 본 모모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모는 토토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다른 친구들을 하나씩 만난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돼지도 있고 초록색을 좋아하는 판다도 있다. 여러 색의 꽃이 피어 있는 길 끝에 토토의 집이 있다. 커튼 뒤에 숨어 눈만 내민 토토에게 모모가 손을 내민다. 모모와 놀지 않겠다던 토토의 마음은 풀렸을까? 노랑과 주황의 단순한 색으로 모모와 토토의 취향을 표현하고 짧은 글로 이야기를 쉽게 전달한다.(이은숙)
아주아주 멋진 하얀 공주
차영경 글, 그림
위즈덤하우스|2019.11.29|56쪽|13,000원|그림책|6~7세
백설 공주를 패러디한 이야기이다. 마법의 거울을 가진 새 왕비가 공주를 죽이려고 하고 공주가 일곱 난쟁이네 집으로 가게 되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결말은 다르다. 왕비는 거울을 깨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는다. 하얀 공주는 긴 머리를 자르고 치마를 벗어 던졌다. 숲에서 신나게 지내다 보니 하얀 피부도 검게 그을렸다. 공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숲에서 친구들과 계속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유쾌한 이야기에 독특한 그림이 더해졌다. 네모, 세모, 반원, 다이아몬드 등 여러 도형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를 준다. 가는 선으로 그려진 공주의 곱슬머리, 무지개 빗을 만드는 재료인 색색의 엉킨 선의 표현도 눈에 띈다. 나무와 숲은 연두색, 풀색, 청록색 등 다양한 초록으로 표현했고, 일곱 난쟁이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다른 색으로 칠했다. 공주를 죽이기 위해 새 왕비가 만든 무지개 빗과 하얀 끈의 끝이 독사로 표현한 것도 재미있다. 조형미가 느껴지는 그림과 새로운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다.(노은정)
괜찮을 거야
시드니 스미스 글, 그림|김지은 옮김
책읽는곰|2020.1.8|13,000원|40쪽|그림책|8~9세
아이는 반려묘를 찾아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도시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다. 사람들은 도시의 위협적인 소음에 겁을 먹은 작은 생명에 무심하다. 택시들이 빵빵거리고 공사장에선 쿵쿵 두드리고 드르륵 구멍을 뚫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아이는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고양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알고 있다. 고양이는 어둡고 사나운 개가 있는 골목은 피하고 뽕나무 덤불 아래나 검은 호두나무 위 같은 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 밑에서 한숨 자기도 했을 것이다. 고양이가 원하면 생선을 나눠줄 수도 있는 생선 가게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교회를 지나 아이가 자주 가는 공원 의자를 지나갔을 수도 있다. 아이는 고양이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낯설고 위험한 대도시에서 고양이와 같은 심정을 느낀다. 아이가 고양이에게 “괜찮을 거야.”라고 되뇌는 독백은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다. 아이는 거리를 헤매다 엄마 품으로 돌아왔듯 고양이도 따뜻하고 안전한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김미경)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윤해연 글|노인경 그림
문학동네|2020.1.13|80쪽|10,000원|우리 동화|8~9세
용이가 운동장 철봉에 걸어 놓았던 외투가 사라졌다. 커다란 단추가 달려있고 깊은 호주머니가 있는 특별한 외투다.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고 갈갈이만 천천히 걷고 있다. 용이는 갈갈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갈갈이는 바빠서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용이가 울음을 꾹 참고 다시 한 번 부탁하자 갈갈이는 용이와 함께 외투를 찾아 나선다. 용이는 갈갈이를 따라 깜깜한 숲으로 간다. 별별마을 사람들은 낮에도 밤에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다. 꼬불꼬불한 오르막길도 지나고 안개가 가득한 숲과 연못도 지나고 같은 자리를 몇 바퀴를 돌았다. 뱀처럼 움직이는 가느다란 길이 끝나는 곳에 불근누니가 사는 세모난 집이 있다. 불근누니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책들에 파묻혀 있다. 책을 보면 모든 문제의 답을 알 수 있고,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예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옆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도 잘 듣지 못한다. 불근누니는 사라진 외투가 있는 곳을 어렵게 알아내고 용이, 갈갈이와 함께 길을 떠난다. 섬세한 묘사와 유머가 돋보이는 이야기다.(권현희)
지구의 내일을 부탁해!
일반사단법인 Think the Earth 편저│로빈 니시 그림│정미애 옮김
청어람e|2019.10.4│175쪽│13,000원│사회│13세부터
2015년 9월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실현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대한 논의는 이대로 가면 인류 문명은 지속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강한 위기감에서 시작되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정부, 시민사회, 여성, 청년, 연구자 등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 의견을 3년에 걸쳐 모았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빈곤 퇴치, 기아 종식, 성평등, 불평등 감소, 양질의 교육, 깨끗한 물과 위생, 기후 변화 대응 등 17개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실현을 위한 활동을 공유한다. 담보 없는 융자로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들이 모여 교육의 질을 개선한다. 춤의 힘으로 성차별을 타파하고, 부족한 자원을 과학 기술로 지혜롭게 해결하기도 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참신하다.(임정희)
열 가지 당부
하종강, 이수정, 김영민, 하지현, 류은숙, 곽한영, 임지선, 정혜연, 윤자영, 신경아 글
창비|2020.1.3|12,800원|228쪽|인권|16세부터
미래에 노동자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10명의 전문가가 전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일해 나가고 싶은지 생각한다면 일하면서 행복한 삶이 더 가까워진다고 당부한다.
만 15세~39세 청년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한국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과 정치를 통해 현실을 바꾸자 하는 청년 정치가의 다양한 활동들은 열악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에 마주한 청소년과 청년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공인노무사의 당부 글은 근로 계약서에 명시돼야 할 조건을 알려주어 청소년 노동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적당히 즐기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일에 대한 긍정적 마음을 통해 정신건강을 지킬 것을 조언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바탕 위에 노동은 이루어져야 하며 노동권은 스스로 애써야 실현된다고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은 개인의 힘이 아닌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져야 이룰 수 있다. 사회는 시민이 꾸준히 요구해야 변하고 사회를 바꾸어야 우리의 삶도 달라진다.(황선숙)
정주진의 평화 특강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2019.11.13|240쪽|14,000원|사회|16세부터
국내 1호 평화학 박사인 저자가 가짜뉴스, 난민, 국가 폭력, 민족주의, 환경을 평화의 눈으로 관찰하고 재해석한 책으로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고 빼앗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는 국가가 한 일로, 위안부 할머니들과 성주 소성리 주민들이 직접 피해를 봤기 때문에 국가 폭력으로 정의했다. 정부와 국가기관이 하는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할 것이라고 여기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므로 합법성을 감시하라고 한다. 음식을 매개로 한 놀이와 먹방이 보여주는 소비 방식도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무한 소비는 자원은 무한하지 않은데 식재료를 많이 소비하게 하고 자연과 생활이 황폐해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만든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서로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 세계 시민이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고 청소년들이 평화에 관심을 갖게 해 준다.(최정휘)
타다, 아폴로 11호
브라이언 플로카 글, 그림│이강환 옮김
너머학교│2019.12.5│56쪽│15,500원│생활과 과학│10~11세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전체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표지를 넘기면 아폴로 11호의 구조, 비행 궤도, 우주선의 결합과 분리, 달 착륙 과정을 자세한 그림으로 볼 수 있다. 궤도를 계산하고 숫자와 씨름하는 연구자들, 우주선의 조립과 우주복 제작 장면을 보여주며 수많은 사람이 함께 했음을 말한다. 발사대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아폴로 11호와 도표가 가득한 관제소, 카운트다운을 함께하는 수많은 군중의 모습에서 긴장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다. 아폴로 11호가 하얀 불꽃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면 달을 향한 조용한 여정이 시작된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과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 지구에서의 분주함과 대비되는 고요가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임무를 마치고 세 우주인이 지구에 착륙하는 순간까지 시간 순서대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뒷면지에는 본문에서 다 말하지 못한 내용을 글로 풀어낸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엄청난 임무를 이뤄낸 자부심이 책 전반에 흐른다.(홍숙경)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젠왕 글, 그림│김지은 옮김
비룡소│288쪽│2019.11.15│16,000원│만화│12~13세
말단 재봉사인 프랜시스는 시키는 것만 하는 동료들과 달리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왕자 세바스찬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몰래 입어보는 독특한 취향이 있다. 비밀리에 왕자의 전속 재봉사가 된 프랜시스는 그를 위한 드레스를 만든다. 왕자는 프랜시스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다니며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진 자신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드레스 취향을 들켜 위기에 몰린 세바스찬에 대해 프랜시스가 말한다. “세바스찬 왕자님은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승마를 좋아하는 루이즈 공주부터 어릴 때부터 옷 만들기를 즐겨했던 디자이너 아우렐리아와 대형 백화점 사업가 피터까지 세바스찬 주변에는 자신의 인생을 당당히 살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생동감 넘치는 장면 묘사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보여준다. 분홍색 표지와 화려한 드레스도 눈길을 끈다.(최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