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의 올바른 이해와 극복>
-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인환(시인, 논설위원, 글쓰기 강사)
난독증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라 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인터넷에서 관련 서적을 검색해 봐도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현재 HB브레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두뇌학습 클리닉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책의 역자 박형배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고 파고들려면 반드시 이 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난독증의 원인으로 배우 조달환 씨의 경우처럼 선천적인 것이 있고,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소지섭의 경우처럼 후천적인 것이 있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풍부한 연구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은 미비한 상황이라 교육에 몸담고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난독증의 올바른 이해와 극복>에서는 선천적인 난독증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후천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난독증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이나 부모가 더욱 세심한 사랑과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풍토는 난독증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 정도가 선천적인 난독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우리의 모든 교육은 이런 아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주요 과목의 모든 수업이 읽기능력은 누구나 당연히 갖고 있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 채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 때부터 글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저능아나 주의결핍, 또는 문제아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 해도 글읽는 것이 힘들어 진도를 따라 갈 수 없고, 그러다 보니 다른 친구와 비교가 되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결국은 자신감 없는 아이로 전락하거나 공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문제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수학도 읽기를 못하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과목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능력을 함양시키기 위해 생각하는 수학 공부를 시키기 위해 고안한 발상이라지만, 난독증을 갖고 있는 아이라면 타고난 수학적 재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아이들에게 수학문제마저 읽기능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접근하게 만들어 버리니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박탈 당하게 되는 것이다. 선천적인 난독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아인쉬타인도 현재 우리 나라와 같은 교육 풍토에 태어났다면 문제아나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난독증 아이의 고통을 실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들을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자를 쓸 때 특정 낱말을 빼고 써 보도록 하기, 손 바꾸어 글씨쓰기, 잘못된 번호로 전화 걸어보기, 반대 방향으로 가보기, 중요한 서류를 틀리게 파일링 해보기, 시간 순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보기, 아주 바쁜 상점에 가서 구두끈 매기나 지도읽기와 같은 간단한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해보기, 동료에게 이름이나 단어의 글로 적어 달라고 부탁해 보기 등등. 이럴 때 내가 느끼는 마음은 어떻겠는가? 참으로 난처하고, 곤혹스럽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욕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난독증 아이들은 일상으로 이런 느낌을 겪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배려하기보다 “다른 아이들은 잘 하는데 너는 왜 못하느냐?”, “이걸 못하는 것은 네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닦달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런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공간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때 더욱 강조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현재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의 공교육 현실에서는 이 문제를 쉽게 풀어나갈 수가 없다. 선천적인 난독증을 슬기롭게 극복하게 해서 최고의 독서가이자 발명가로 아들을 이끌어준 에디슨의 어머니처럼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방식을 접목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꼭 펼쳐 보았으면 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