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난 아카라는 행성에서 왔어. 아주 먼 곳이지. 그저께 지구에 도착했어. 우주선에서 내리자마자 번개 때문에 날개와 더듬이를 다쳐서 동료들과 헤어졌어. 마침 네 방 창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지. 요즘 지구 날씨는 도통 예측할 수 없다니까.(72)
모든 개체가 다 가능한 건 아니야. 특수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연결된 대표군끼리 대화할 수 있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협력하기 위해서지. 소리를 내거나 듣는 건 아니고, 서로의 언어 신경 일부가 연결되는 방식이야.(74)
게다가 인간은 다른 동물을 함부로 죽이고 잘 협력하지도 않잖아. 교만하고 독선적인 생명체는 사라지게 되어 있어. 그것이 생태계의 원리야.(80)
---동화는 주인공 나수호가 여자친구인 이민지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인칭 시점이다. 아빠는 소설가, 엄마는 아나운서고 이혼한 상태다. 스키터 증후군이 있는 나수호는 흰줄숲모기에게 물려 냄새에 예민해졌다. 몸이 정상이 아니다. 한편 한 반 친구 은채는 이어폰을 잃어버리고 민지를 의심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도입부에 수호를 중심으로 두 개의 사건이 전개된다.
모기에 물린 수호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모기는 커다랗게 원을 그려 긍정의 표시를 지그재그로 움직여 부정의 의사표시를 한다. 그리고 글까지 읽는다. 보통 영물이 아니다. 아마도 다른 생명체인 듯 하다. 모기에 대한 정보와 함께 식물즙을 먹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밀도감 있게 전개되는 서사, 동식물에 관한 작은 정보, 등장인물의 구성이 잘 되어 있는 동화다. 특히 주변에 큰 관심이 없어 민지와의 관계가 깨졌지만 무스키를 통해 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 수호가 다시 기회를 달라며 마무리된 결말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