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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가협회 세미나, 2015. 11.12. 영주>
전통문화와 한국소설 세계화
홍 성 암 (소설가, 전 동덕여대 교수)
1. 세미나 주제로 주어진 ‘한국소설의 세계화’는 현재 우리 한국 소설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소설이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다. 구한말 국권의 상실과 일제 강점기, 그리고 민족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치열한 전쟁, 그 이후에도 4·19를 비롯한 민주화 항쟁, 5·16 같은 군사 정변 등의 사회적 격변기를 보내왔다. 그런 와중에도 온 국민의 줄기찬 노력으로 국가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이를 흔히 ‘한강의 기적’이란 말로 부른다.
이런 국가의 선진화는 경제적인 분야에서 두드러져서 GNP가 3만 불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고 교육분야에서는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가 하면 국가정책의 가장 우선순위가 사회복지로 옮아갈 정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매우 증가되었다. 특히 TV 등 언론매체의 활성화는 사회 각계각층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부정부패의 사각지대롤 점차로 좁혀가고 있다.
이런 결과는 체육 분야의 발전에도 두드러져서 올림픽과 월드컵을 동시에 개최한 나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고 2018년엔 동계올림픽도 개최할 예정이다. 축구 월드컵 4강 진출과 올림픽 금메달 상위국으로서의 위상과 축구에서 박지성, 야구에서 박찬호, 골프에서 박세리 스케이트에서 김연아 같은 인물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문화적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K-Pop의 영향으로 싸이 같은 가수를 배출했고 피아노에 정명훈, 성악에 조수미 미술에 백남준 등등의 걸출한 인물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데 유독 문학계만은 이런 한국의 현대적인 시류에 동참하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에 답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면할 수 없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세계문학인물사전’이 정기적으로 발간되는데 한국인 문학인은 한 명도 낀 바가 없다고 듣고 있다. 그런 면에서 소설가로 살아 온 우리들의 반성이 절실한 국면에 처해 있다고 하겠다. 이번 세미나도 이런 반성의 토대에서 한국소설의 지향점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2. 한국의 전통문화와 서술문학의 양상
한 민족의 우수성은 그 민족의 전통문화의 결실이라고 한다. 과거 우리는 중국의 거대한 위세에 가려진 변방 국가였지만 나름대로 우수한 전통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우수성으로 연계될 여지를 두고 있다. 한 민족의 문화는 우연히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전통의 뒷받침 속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를 개관할 때 세계적으로 알려진 특출한 위인은 특정지역, 특정 위도, 특정 나라에서만 출현했다는 주장도 있다. 뛰어난 문화의 뒷받침 속에서만이 위인의 출현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한복 문화, 김치와 비빔밥 문화, 온돌 주거문화 등은 한국적인 특색으로서 중요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정신문화로서 한글의 창제는 매우 특별하다. 쉽고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며 편리하다는 점에서 컴퓨터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문화유산이다. 민족의 정서를 하나로 묶는 ‘아리랑’의 문화적 가치도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다. 사상적인 측면에서도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된 불교의 ‘팔만대장경판’ 유교의 ‘선비문집 판본’ 같은 문화유산도 있다.
이러한 전통문화의 힘은 월드컵 축구 4강에서 보여준 ‘신바람 문화’로 변용되고, IMF 경제위기 때에는 ‘금모으기’ 운동 같은 협동의 정신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가난을 극복하는데 초석이 되었던 ‘새마을 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이란 정신적 기치를 내걸고 전 세계 가난한 나라의 경제부흥을 위한 길잡이 노릇에 앞장서고 있다.
문학 분야도 나름대로의 우수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설화문학인 <단군신화>는 구약의 ‘창세기’나 불교 경전의 ‘전세 설화’처럼 민족의 이상이 들어 있는 창조신화의 성격을 구비한 것으로서 우수한 민족의 역사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종류다. 단군신화에서 표방한 ‘홍익인간’의 이념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국가적 이념으로서 손색이 없다. 그밖에 <주몽신화>나 <박혁거세 신화> 등의 건국 신화에서도 민족적 이념이 잘 표방되고 있다.
낙산사 연기설화로 알려진 <조신몽(調信夢)>은 설화문학의 백미다. 낙산사의 중 조신이 고을 사또의 딸을 사모하여 마침내 두 사람이 애정의 도피행각을 벌이게 된다. 온갖 시련 끝에 그들의 애정은 고통으로 변하게 되고 마침내 결별을 결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조신의 꿈속 일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조신은 훌륭한 스님의 길을 밟게 된다. 남녀간 애정의 이상성과 현실적 장애를 다룬 설화라고 보겠다.
우리의 시가문학인 신라시대의 <향가(鄕歌)>는 문자가 없던 시기에 한자를 응용한 향찰(鄕札) 문자를 만들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노래하고 기록한 작품이다. 「구지가(龜旨歌)」와 같은 주술(呪術)적인 성격에서 「헌화가(獻花歌)」 같은 애정 표현 「안민가(安民歌)」처럼 국가적 교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조선조의 <시조(時調)>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형시로서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 명맥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변용되면서 우리나라 시가 장르의 한 전형으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4구체의 정형시에서 엇시조, 사설시조로 그 영역이 확장되면서 선비는 물론 일반 서민 또는 하층민까지도 즐길 수 있는 국민적 장르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조선조의 소설적 전통 또한 값진 유산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는 주로 지식인 선비와 양반가 규수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불륜이 허용되지 않는 유교적 덕목이 엄격한 시대에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양반가의 규수는 죽은 혼령으로 설정한다. 시와 노래로 즐기는 두 남녀의 애정 행각은 인간 행복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가를 탐색한 것이다. 이는 단군사상의 핵심인 풍류(風流) 사상이기도 하다. 유교, 불교, 도교에 통달한 김시습이 인간의 행복을 풍류에서 찾고 그것을 소설의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하는 것은 천재적인 혜안을 깨닫게 한다.
허균의 『홍길동전(洪吉童傳)』은 적서(嫡庶)로 구분된 당대의 신분제도의 철폐를 주장한 작품이다. 사회개혁에 초점이 주어진 이 작품은 새로운 사회의 이상향으로 ‘율도국’을 설정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 작품을 그 후대의 선비들이 허균의 작품이라고 규정한 것은 당대의 개혁적인 지식인인 허균만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허균은 사신이 되어 중국으로 드나들 때 『수호지(水滸志)』 등의 명대소설을 수집하였고 서자 출신 처삼촌을 두었으며 이달(李達) 같은 서출 선비들과 활발하게 교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만중의 『구운몽(九雲夢)』은 동양의 대표적인 사상인 유교 불교 도교의 조화로움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의 구도는 절대세계로 설정한 전세의 성진(性眞)과 불완전한 속세이기도 한 현세의 양소유(楊小遊)로 양분하고 있다. 양소유는 현세적인 출세를 위해서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고 8명의 처첩을 거느리고 15명의 자식을 둔 출세의 전형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꿈인가를 깨닫는 구도다. 유교적 현세와 불교적 전세, 그리고 향락과 무용담에 담고 있는 도교적 인식이 매우 잘 조화된 작품이다.
조선조 소설의 절창은 흔히 『춘향전(春香傳)』에서 찾게 된다. <열녀춘향수절가>로 알려진 이 판소리계소설은 퇴기의 딸 춘향과 사또의 아들 이몽룡과의 사랑을 다룬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뛰어넘기 어려운 신분적인 격차가 있다. 『금오신화』라면 여성을 ‘혼령’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열녀의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사랑’ 보다도 ‘신분 제도의 타파’에 더 무게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기득권자인 변사또의 입장에서는 춘향은 기생 월매의 딸이이어서 그 딸도 기생신분이란 입장을 지닌다. 이에 대해서 춘향은 자신의 어머니인 월매가 이미 기적에서 은퇴한 후의 양민이란 입장에 선다. 따라서 자신도 일반 양민으로서 절개를 지킬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 작품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춘향의 입장에 서게 됨으로써 양민 춘향의 신분상승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3. 고전소설의 특성과 한국소설의 세계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조선조의 고전소설 중 가장 대표성을 지니는 소설은 앞에서 열거한 『금오신화』 『홍길동전』 『구운몽』 『춘향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소설은 우리의 열악한 문학 풍토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우리 문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들 소설이 고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검토는 우리 소설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크게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작가적 면모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들 소설의 저자인 김시습, 허균, 김만중은 당대의 천재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들의 천재성은 뛰어난 재능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독서와 치열한 학문적 탐구로 하여 사상가로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소설은 그들 자신 신념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의 사상적 주류인 유교, 불교, 도교에 두루 정통한 그들이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이념을 실천하고자 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는 그 방법론으로 소설만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보인 것이다.
둘째, 시대적 이념의 특출함을 살필 수 있다. 『금오신화』의 핵심이념은 풍류(風流)다. 풍류는 단군이래 우리 민족의 고유사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시습은 유교와 불교, 도교를 섭렵한 바탕에서 40세 중반에 경주 남산의 금오석실에서 이 소설을 창작했다. 인간의 행복을 남녀간의 이상적인 사랑에서 찾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비하여 『홍길동전』은 적서(嫡庶) 타파의 사회개혁을 그 이념으로 제시했다. 허균이 활동한 광해군 시기에 귀족 양반의 서출(庶出)들이 적서철폐를 위한 연판장을 작성하여 임금에게 상소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이 있었고 그 후유증으로 “계축년옥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허균은 이들의 노력에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운몽』은 삶의 방법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첩을 거느리고 많은 자식을 낳는 것이 현세적 행복의척도다. 임금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유교적 덕목도 실천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적 세계에서 볼 때 모두 허망한 뜬 구름과 같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공(空)으로 보는 절대세계의 사상적 인식도 함께 제시한 것이다. 『춘향전』은 양민 춘향의 사랑에 대한 평등권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춘향은 퇴기 월매의 딸이다. 기생의 딸은 기생 신분이라는 변학도의 주장과 이미 기적에서 벗어난 월매의 신분은 양민이기 때문에 춘향도 양민이라는 주장이 맞선 상태다. 여기서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춘향의 편이 된 것은 춘향의 신분상승이 공적으로 인정받는 결과가 되고 있다. 『춘향전』은 판소리로 연행되는 과정에서 양반을 조롱하고 벼슬아치를 매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민의식을 고조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들 소설은 당대에 용인되기 어려웠던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고 그것이 실천되는 양상을 소설로 보여줌으로써 사회변혁에 크게 이바지했던 것이다.
셋째, 이들 작품들의 형식적인 새로움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금오신화』는 ‘새로운 이야기(新話)’를 표방하면서 젊은 선비와 양반가 규수의 사랑을 풍류의 방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유교적 억압사회에서 여자의 자유연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체로 양반가의 규수는 죽은 혼령으로 설정하여 사회적 금기를 극복하고 있다. 『홍길동전』은 한글소설의 효시다. 사회개혁은 양반 벼슬아치의 몫이라기보다 일반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배우지 못한 그들에게 한문이 아닌 언문(한글)의 사용은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보게 된다.탐관오리가 판을 치는 현세를 떠나 ‘율도국’이라는 이상국을 설정하여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방법론의 제시이기도 하다.
『구운몽』은 현세의 부귀공명과 전세 또는 절대세계의 공(空) 개념을 병치하여 현실적 삶과 가치적 삶을 하께 사색하는 점에서 매우 깊이 있는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삶이 지향하는 현세적 가치관의 허망함을 교묘히 장치하여 인생에 대해서 많은 성찰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춘향전』은 판소리로서 독특한 기법이다. 즉 산문적 내용이지만 창(唱)으로 연행하므로써 민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판소리 『춘향전』은 열녀 불사이군(不事二君)이라는 유교적 덕목으로 하여 사회 상층계층의 이념을 충족하고 양반을 조롱하고 탄관오리를 매도하는 방법으로 일반 민중을 열광시키는 이중구조를 갖추고 있음도 매우 탁월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들 작품들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이념을 창출하고 그것을 새로운 양식적 방법으로 작품 서술에 임하고 있음을 살피게 된다. 이들 작품들은 당대의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진 문제의식을 작품의 전면에 부각시키고 또한 당대의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새로운 기법을 창출한다. ‘신화’ 장르가 그렇고 ‘한글소설’ 장르가 그렇고 ‘판소리소설’ 장르가 그러하다. 새로운 이념은 새로운 그릇으로만 가능하다는 분명한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 작품을 지은 당대의 천재들이 시대적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참신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고전소설의 특성을 검토하면서 발표자는 한국소설의 세계화를 위해서 질문의 형태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우리의 소설가들이 폭넓은 독서와 깊은 사색으로 철학적 깊이와 사회적 사명감을 지니고 있는가?
‘글은 곧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작품은 훌륭한 자질의 작가에게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작가들이 세계의 새로운 이념을 구현할만한 자질을 구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소설의 세계화는 그런 임무를 감당할 만한 소설가의 자질을 요구한다. 우리의 작가들이 조선조 고전소설의 작가처럼 천재적 재능을 갖추지 못했을지라도 폭넓은 독서와 인생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하여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정도의 자질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우리의 소설이 세계적 이념을 선도할만한 문제의식을 도출하고 있는가?
철학자 박종홍교수는 한국의 분단과 통일전쟁의 치열함 속에서 흘린 피의 대가 즉 그 희생의 기반 위에서 새로운 세계이념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따라서 미래의 세계를 이끌 새로운 이념은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만큼 우리의 근대사에서 한국인의 고통은 너무나 컸다. 그런데 우리의 문학인들은 그런 이념 창출에 성공하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분단문제, 통일문제, 식민시대의 갈등, 독재와 민주화, 산업화화 빈부심화,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많은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세계적, 시대적 이념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가? 대부분의 소설들이 자신의 경험담의 서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3. 기법적인 새로움을 창출하고 있는가?
문학은 형식이 곧 내용이 된다. 하나의 새로운 소설은 그 내용의 새로움에 걸맞는 형식의 새로움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기법적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1920년대 박영희와 김기진의 <형식과 내용> 논쟁처럼 논쟁을 통해서, 또는 사색을 통해서 기법적, 형식적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의 소설이 세계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답습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새로운 기법의 형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비평가와 학자 또는 작가들 상호간의 논쟁과 창의를 통해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 고전소설에서처럼 형식적인 새로운 그릇의 창출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4. 단편 장르 위주의 현 상태는 바람직한가?
단편소설 위주의 우리의 소설 풍토는 문학의 사상성이나 이념을 단순화하거나 왜소하게 하고 있다. 단편 장르는 단일한 인상, 단일한 사상을 담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세계 소설의 주류는 장편소설이다. 조선조의 우리 고전소설도 대부분 장편적 성격이다. 그리하여 사회적 이슈를 소화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긴 장편 소위 박경리 유의 대하소설은 작품의 집중력이란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대의 이념을 이슈와 할 수 있고 독자가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짧은 장편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즉 200자 원고자 500매에서 800매 정도의 장편 장르의 보편화가 필요해 보인다.
5. 세계문학의 소개와 문제 작품의 발굴, 작품의 사회적 이슈화는 되어가고 있는가?
한국소설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문학의 수준을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회자 되고 있는 문제 작품들을 번역해서 소개해야 한다. 또한 문학 논쟁들도 소개해 주어서 우리의 작가들이 세계적인 안목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우리의 작품들을 발굴하여 사회적인 조명을 통해서 많은 관심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범문단적인 조명을 통한 작품 보급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언론매체를 통한 문학상의 적절한 활용도 요구된다.
5. 작가에 대한 경제적인 뒷받침은 되어 있는가?
고도의 자본화된 사회에서 가치의 평가기준은 경제적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들에게 명예와 더불어 경제적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원고료의 증액과 작가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시책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문학인의 자존을 위한 기초생활비라든지 연금이라든지 하는 것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특히 문단지도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우선 현재의 문예진흥기금의 활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문예진흥원 자체의 운영에 대부분의 기금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살펴야 한다.
*대기업의 후원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대기업의 프로야구, 프로축구 구단의 운영이나 개인적으로 프로선수의 육성과 같은 프로그램을 문학단체나 소설가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기관의 기금 출연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산림청이나 환경부 등에서는 문학상 또는 문학기금을 국가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방법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소설가협회 영주세미나, 2015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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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 고향....영주 부석사의 종은 와 울고, 소설은 뭐꼬!...몰랐었는데
이런 행사가 다 있다니 놀랍습니다.
그리고 함께 다녀온 어느 여류 소설가의 후일담에 첫 번째 강의내용이
또박또박 알아듣기 좋았다는 촌평입니다.
문경의 약돌돼지석쇠꾸이 맛이 좋지요?
이러한 세미나가 거듭되다보면 우리 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까요?
한국소설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에 공감하면서 수필장르를 대비해 봅니다.
한국소설의 세계화 문제를 아직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 우리 나라 소설가의 책무로 보셨습니다.
소설 읽기를 게을리 해온 저같은 독자층이 많음도 여기에 한몫 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